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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주=조성룡 기자] 울산현대 불투이스에게 가혹한 순간이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AFC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울산 윤일록의 선제골과 포항 그랜트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후 연장전 30분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아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여기서 포항이 웃으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울산은 ACL 2년 연속 우승의 꿈을 여기서 접어야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고개를 숙였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잔인한 승부차기의 이날 희생양은 불투이스였다. 불투이스는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슈팅을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이것이 승부차기에서의 유일한 실축이었다.

하지만 이날 불투이스를 쉽게 비판하기는 어렵다. 사실 승부차기까지 울산을 이끌고 온 핵심적인 존재가 불투이스였기 때문이다. 불투이스는 센터백으로 풀타임 출전하면서 공중볼을 원천봉쇄했다. 포항은 이호재까지 투입하면서 맞불을 놓았지만 불투이스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팔라시오스와의 속도 경합까지 적극 가담하며 만점 활약을 보였다.

무엇보다 불투이스는 울산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원두재가 퇴장당한 이후 울산은 수적 열세에 놓이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팀이 흔들리고 무너지려고 할 때 동료들을 독려한 것은 불투이스였다. 분위기가 넘어가기 직전 "Come on"이라며 소리치는 불투이스는 울산을 다잡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원두재가 퇴장 당하고 동점골까지 실점하며 절망적이었던 팬들도 불투이스의 외침에 일어났다. 연장 전반과 후반이 끝날 때마다 불투이스가 외치는 목소리에 팬들도 힘을 내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가 이날만큼은 울산의 중심이었다.

물론 마지막은 배드엔딩이었다. 농담처럼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면 불투이스가 그 키커에게 화를 낼 것"이라고 했지만 그 비련의 주인공이 불투이스가 돼버리고 말았다. 120분을 활약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기에 불투이스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잘했어. 불투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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