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경기 도중에 이렇게 메인 카메라 세팅을 바꿨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전주=김현회 기자] 명색이 동아시아 최고 축구 클럽을 가리는 대회 중계에서 방송 사고에 가까운 화질이 연출됐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단판 승부가 펼쳐졌다. 이 경기에서 이긴 팀은 동아시아를 대표해 서아시아 4강에서 승리한 팀과 아시아 최강을 놓고 격돌한다. 이 경기는 K리그에서는 ‘동해안 더비’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만 관심을 갖는 경기가 아니었다. 동아시아 축구 최강을 가리는 승부였고 AFC 관계자들도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동아시아 축구팬들의 눈은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쏠렸다.

이 경기는 ‘SPOTV’를 통해 중계됐다. ‘SPOTV’의 제작 신호는 그대로 송출돼 전세계로 전달됐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황당한 장면이 나왔다. 전반 시작과 함께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통해 경기를 접한 이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카메라는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장 흐름을 전체적으로 잡는 메인 카메라의 화질이 최악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이게 정말 2021년 AFC 챔피언스리그 4강이 맞느냐”면서 “혹시 1990년대 K리그 경기 모습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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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기술 발달로 안방에서도 마치 경기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화질 구현이 가능한 상황에서 ‘SPOTV’의 중계 화질은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 경기는 ‘SPOTV’의 카메라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경기 관람에 몰입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기술적인 오류가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화질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앵글도 아니고 경기 중계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메인 카메라의 화질은 곧 전체 중계 수준의 척도가 된다. 사상 최초로 전주성에서 펼쳐지는 ‘동해안 더비’는 이렇게 1990년대 수준의 화질로 역사에 남게 됐다.

<스포츠니어스> 취재 결과 이는 ‘SPOTV’의 단순하고도 기술적인 오류 때문이었다. ‘SPOTV’ 측은 경기 시작 후 메인 카메라 화질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치열한 플레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 미리 확인했어야 할 문제를 경기가 시작한 이후 문제가 있음을 파악한 것이었다. ‘SPOTV’ 관계자는 급하게 메인 카메라 감독에게 가 이것저것 파악을 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메인 카메라 감독 옆에 서서 카메라 화면을 보며 다시 세팅을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전화기를 붙잡고 누군가로부터 세팅에 관한 지시를 받고 있었다.

이렇게 약 20분이 허비됐다. ‘SPOTV’ 중계는 전반 20분경부터 제대로 송출되기 시작했다. 메인 카메라의 세팅 조작에 문제가 있었고 이걸 해결하고 나서야 정상적인 화질로 송출됐다. 20분 만에 문제를 해결한 담당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별 일 아니다. 작은 오류가 있었는데 바로 잡았다.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의 일이 벌어진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명색이 동아시아 최강 클럽팀을 가리는 축구대회의 중계 치고는 너무나도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벌어졌다. “별 일 아니다”라는 담당자의 말에도 헛웃음이 나오는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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