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전주=조성룡 기자] "문수에 온 것 같아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챔피언스리그(ACL) 4강전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울산 팬들이 응원석으로 속속 입장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A팀으로 배정 받은 울산이기에 팬들은 전북현대의 응원석에 해당하는 N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홈팀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셈이다.

어찌보면 놀랄 일이다. 전북의 홈 응원석에서 울산 팬들이 모여 응원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울산 팬들은 경기 약 두 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입장해 선수들을 응원하는 걸개를 거는 등 응원 준비를 시작했다. 스탠딩석에는 울산 선수들의 유니폼이 걸려있기도 했다.

울산은 지난 ACL 8강전 당시 원정 응원석에 위치했지만 이번에는 홈 응원석이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박동준 의장은 "S석보다 N석이 좋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탠딩석이기에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편하다. 우리 홈 구장인 문수축구경기장의 홈 응원석도 스탠딩석이기에 편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문수 느낌이 정말 많이 난다"라고 말했다. 전주에서 울산 구장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이유를 묻자 박 의장은 "이 응원석에서 관중석을 바라보면 연한 분홍색과 초록색으로 의자가 칠해져 있다"라면서 "과거 문수가 좌석 리모델링하기 전 의자 색이 딱 이것이다. 군데군데 초록색만 없다면 정말 문수에 온 것 같다"라고 웃었다.

다만 아쉬움도 있었다. 현재 전주월드컵경기장 1층 난간에는 걸개를 걸 수 없다. AFC가 준비한 현수막이 있기 때문이다. 규정 상 서포터스의 응원 걸개가 이를 덮을 수 없다. 대신 2층 난간은 가능하다. 박 의장은 "2층 난간의 폭이 좁아서 우리가 홈에서 쓰던 메인 걸개를 가져오지 못했다"라면서 "그게 제일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정말 울산 팬들은 자연스럽게 전북의 응원석에 입장해 각자 자리에서 ACL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원을 준비하는 '처용전사' 임원들도 "정신이 없다"라면서 "홈 경기 기분이 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이날은 중립 경기기에 울산이 홈팀은 아니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4강전을 앞두고 울산 '처용전사'는 전북 'M.G.B.'와 따로 연락을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용전사' 박 의장은 "연락하지 않아도 우리 울산 팬들은 전주성의 응원석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전북의 팬들께 돌려드릴 예정"이라면서 "문제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알고보니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박 의장은 "솔직히 사람 인생은 정말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전주성 N석에 오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면서 "언젠가, 정말 만에 하나 전북 팬들이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홈 응원석에 올 수도 있다. 우리가 먼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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