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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창원=김현회 기자] 설기현 감독을 향한 비판 걸개는 결국 설기현 감독이 직접 보지 못한 채 철거되고 말았다.

경남FC는 1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1 안산그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두아르테와 이상민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경남FC는 최근 세 경기 연속 무승(2무 1패)을 이어가게 됐고 10승 10무 14패 승점 40점으로 다득점에서 안산에 앞서 6위를 유지하게 됐다. 경남은 이날 지면서 실낱 같던 플레이오프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팬들은 설기현 감독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준비했다. 경기 전 경남 팬들은 직접 걸개를 제작해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골대 뒤 서포터스석에 ‘이건 못참지’ ‘간절했던 2019 설렁설렁 2021’ ‘선무당이 장구탓한다’ 등의 메시지를 내걸었다. 부임 2년차임에도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설기현 감독에 대한 비판이었다. 경남은 지난 충남아산과의 홈 경기에서 상대가 전반 초반 퇴장 당했지만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1-1로 비기며 사실상 승격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팬들이 경기 전 항의성 걸개를 내걸자 구단 측에서 즉각 대응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골대 뒤로 가 “혹시 걸개를 좀 떼어줄 수 있겠느냐”고 정중히 부탁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설기현 감독과의 면담 자리를 만들겠다. 오늘은 걸개 설치를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은 없었다. 팬들과 구단 관계자는 차분히 대화를 이어갔다. 팬들은 “우리끼리도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게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인 5시경 일어난 일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한 팬은 “수원삼성도 주승진 감독대행 시절 팬들의 따끔한 질타를 받은 뒤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우리도 선수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해고 또 다른 팬은 “구단에 우리의 비판적인 메시지가 전달됐으니 이제 철거하자”고 했다. 결국 팬들은 의견을 나눈 끝에 이 걸개를 철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을 구단에 전하자 안전 요원이 등장했다. 안전 요원은 “구단에서 철거를 지시하며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팬들은 “우리가 걸개를 계속 걸어놓으면 강제 철거를 할 것이냐”고 물었고 안전 요원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결국 팬들은 안전 요원의 말을 듣고는 걸개를 스스로 내렸다. 한 팬은 “사실상 철거를 당한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전했다. 이게 경기 한 시간 전인 5시 반경 상황이었다. 이 걸개가 일찍 철거되면서 선수단에는 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일찍 몸을 풀러 나온 손정현 등 골키퍼들만 메시지를 봤고 필드 플레이어와 코칭 스태프들은 이 걸개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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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많은 팬들이 입장하기 전이었고 취재진도 미디어실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 걸개를 본 이들은 많지 않다. 구단과 팬들의 의견 충돌이 있는 동안 경기장은 응원을 준비하는 응원단의 리허설 등으로 분주했다. 중계가 이뤄지기에도 한참 전 상황이었다. 이들은 어렵게 걸개를 준비했지만 제대로 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었다. 한 팬은 “그래도 이렇게 기사를 통해 팬들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한 팬은 “가위바위보로 치자면 설기현 감독은 매번 주먹만 낸다. 뻔한 패턴을 알고 있는 정정용 감독이나 전경준 감독은 설기현 감독만 만나면 이 사실을 알고 보자기를 내서 이긴다”면서 “그러면 설기현 감독은 왜 또 주먹을 냈는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먹을 낸 손가락을 바라보며 손가락 탓을 한다. 뻔한 전술로 매번 당하는데도 발전이 없다. 선수단 운영에 있어서도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설기현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임기가 끝난다. 최근 경남도에서는 설기현 감독의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전 설기현 감독은 “충남아산전에서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다”면서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다. 내 자신에게도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올 시즌 내내 그랬다. 그 경기 후 팬들의 야유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에서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거취는 구단과 도에서 결정하는 거고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그 부분을 계속 완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설기현 감독은 야유를 보내는 팬들에게 다가가 박수를 건넸고 비판 걸개가 사전에 철거됐다는 이야기를 기자회견장에서 들은 뒤 “구단에서 내 비판 걸개를 철거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면서 “감독으로서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난이나 팬들의 표현 같은 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걸 막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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