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앞 카페에서 경기 준비에 한창인 설기현 감독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창원=김현회 기자] 설기현 감독과 취재진의 1차(?) 사전 기자회견이 경기장 밖 카페에서 열렸다.

16일 창원축구센터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2 2021 경남FC와 안산그리너스와의 경기가 열린다. 지난 라운드 충남아산과의 홈 경기에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실상 준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경남FC로서는 이 경기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해야 한다. 경남FC는 올 시즌 10승 10무 13패 승점 40점으로 리그 6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 전 설기현 감독이 자주 찾는다는 카페를 찾았다. 이른 시간 경기장에 도착해 여유를 즐기기 위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취재를 준비하고 있으니 오후 3시쯤 설기현 감독이 카페에 등장했다. 설기현 감독은 편한 옷차림으로 가방을 메고 나타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담소를 이어갔다. 설기현 감독은 기자의 얼굴을 보며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면서 “내 얼굴이 더 안 좋아야 하는데 내 얼굴보다 더 안 좋아 보인다”고 농담을 건넸다.

설기현 감독은 나름대로 루틴이 있다.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이 카페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경기를 준비한다. 그는 수첩을 꺼내 뭔가를 메모했고 노트북을 켜서 뭔가를 유심히 살폈다. 설기현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해도 되는 일이지만 여기에 앉아서 하면 그래도 기분이 좀 색다르다”고 웃었다. 그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성적이 안 나온다”면서 “나도 답답해 죽겠다”고 덧붙였다.

잠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베스트일레븐>의 김태석 기자였다. 그 역시 커피를 주문한 뒤 설기현 감독과 기자가 대화 중인 테이블로 왔다. 이날 스포츠 전문 매체 중 현장 취재진은 <스포츠니어스>와 <베스트일레븐>이 유이했다.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경기 시작 40분 전 홈 팀 감독과 취재진은 기자회견실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경기 준비 상황을 묻기도 하고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경기장 앞 카페에서는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할 감독과 취재진이 모두 모이는 독특한 상황이 펼쳐졌다. 농담 삼아 “그냥 여기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하자”는 말이 나왔다. 이후 설기현 감독은 실낱 같은 준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과 1부리그에서 11위를 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칠 것 같은 팀, 새로운 외국인 선수 물색을 위한 상황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식 사전 기자회견이 아니어서 기사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나름대로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설기현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으며 성의있게 답변했다. 다음 날 열릴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1차(?) 사전 기자회견은 꽤 오랜 시간 진행된 뒤 마무리됐다. 경기 전 수다라면 수다였지만 인터뷰라면 또 인터뷰였다. 그러면서 “잠시 후 기자회견장에서 진짜 사전 기자회견을 하자”는 약속을 한 뒤 이 셋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 설기현 감독은 다시 자리에서 경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설기현 감독의 바로 옆 자리에는 이날 설기현 감독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준비한 팬들 네 명이 앉아 있었다. 카페에는 화기애애하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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