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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이란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치른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7일 시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이란 원정에서도 비기며 3승 1무로 조2위를 유지하게 됐다.

벤투호는 과연 비판받아야 하는가?

10월 A매치 2연전 과정에서 벤투호는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시리아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고 이란 원정에서는 또 다시 이기지 못하면서 ‘아자디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감독 경질에 관한 언급이 나오기도 했고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많은 전문가들도 벤투 감독의 능력에 지속적으로 의문부호를 표시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벤투 감독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벤투호를 흔들기보다는 응원을 보내는 게 더 맞다. 벤투호는 순항 중이고 우리의 응원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감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는 ‘뽑아야 할 선수를 뽑지 않았는가’하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뽑지 말아야 할 선수를 뽑았는가’도 살펴야 한다. 이 두 가지 측면을 놓고 봤을 때 벤투 감독은 상식적으로 선수를 선발해 활용했다. 원래 대표팀이 경기를 할 때면 ‘누굴 넣고 누굴 빼라’라는 훈수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최근 벤투호의 선수 활용 자체에서 논란이 일어난 적은 없다. 뽑힐 만한 선수들이 뽑혔고 뽑지 말아야 할 선수를 뽑아서 활용하지도 않았다. 이란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날린 나상호? 혹시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추천해 달라.

개인적으로는 골키퍼 포지션에서 조현우를 높게 평가한다. 조현우가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김승규가 J리그에서 활약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현우는 매주 눈앞에서 지켜봤지만 김승규는 그렇지 못했다. 그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김승규가 주전으로 나서는 게 전혀 이상할 건 없다. 개인적으로는 조현우를 더 높게 평가했지만 이란전에서 보여준 김승규의 선방쇼를 보며 벤투 감독의 선택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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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우린 패하지 않았다

강상우를 활용하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홍철과 김진수가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왼쪽 측면에서 강상우는 이 둘의 경쟁에 새 바람을 일으킬 인물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강상우를 대표팀에 뽑고도 쓰지 않았다. 내가 이 점을 아쉬워하는 건 지극히 ‘K리그 팬 관점’에서 볼 때 강상우가 대표팀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는가를 보고 싶은 거였다. 홍철과 김진수가 있는 상황에서 강상우를 안 썼다고 벤투 감독의 대표팀 선수 활용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다. 그냥 K리그 팬으로서 아쉬운 정도다. 벤투 감독의 선수 선발과 활용에는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가 될 게 없다.

대표팀 감독의 역량을 평가할 때 세 번째 기준은 과연 얼마나 전술적으로 유연함을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대표팀은 일시적으로 소집해 발 몇 번 맞추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훈련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리그를 멈춘 채 몇 달 동안 합숙훈련을 하는 시대는 지났고 그런 걸 기대할 수도 없다. 있는 선수들의 장점을 활용해 적재적소에 쓰는 정도가 대표팀 감독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손흥민을 왼쪽에 세우느냐, 황의조를 대신해 전방에 세우느냐 정도가 벤투 감독이 할 수 있는 고민이다. 황인범의 짝으로 중원에 누구를 내세우느냐 같은 게 벤투 감독이 해야할 일이다.

이란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건 만족할 만한 성과다. 사실 최종예선 10경기 중에서 이란과의 원정 경기는 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승점 1점을 따냈으니 대만족이다. 하지만 선취골을 넣고 좋은 경기를 했음에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긴 아쉽다. 손흥민의 선취골 이후 더 공격적으로 몰아세울 전술 변화를 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내려서서 수비형 미드필더나 수비수 한 명을 더 내세워 철저히 잠그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나상호와 이동경의 투입은 좋았지만 그 시점이 조금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1-0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생각으로 아예 수비적으로 나섰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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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감독이라 더 흔들고 있지는 않나?

동점골을 너무 빨리 내줬다. 손흥민의 선취골 이후 명확한 콘셉트 없이 경기를 한 건 아쉽다. 1-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완벽히 수비적인 구성을 해 틀어막다가 후반 막판 한 골을 허용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득점 이후 한국은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로 확실한 방향을 보여주지 못했다. 황의조와 황희찬의 활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대안을 빠르게 찾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그 정도가 아쉽지만 이게 벤투 감독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명확한 패착은 아니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을 이기지 못했다고 비난받아야 할 감독은 없다. 전세기까지 띄워줬는데 못 이겼다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시리아전에서는 결과적으로 고전했지만 내용 자체는 좋았고 이란전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벤투 감독을 향한 흔들기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건 감독이 벤투여서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라면 누가 대표팀 감독에 앉아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월드컵을 향해 순항하고 있고 감독의 역량을 따질 만큼 그가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건 편견 없이 한국 축구를 바라보며 이끌어주기 위함인데 우리는 외국인 감독이 오면 너무 부담없이 흔들어 제낀다. 과연 현재 대표팀 사령탑이 김학범 감독이어도 이렇게 흔들었을까. 한국 감독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소신발언’이나 ‘냉철한 분석’이라는 명목 하에 비판하지 않았을 일까지 벤투 감독에게는 비판의 소재가 된다.

나 역시 김학범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김학범 감독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벤투 감독이 계약 기간을 마치면 다음 성인대표팀 감독은 김학범 감독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에 앉아 있으니 별 것도 아닌 걸로도 입지를 흔드는 이들을 보며 오기로라도 이 외국인 감독을 더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감독이 벤투여서가 아니라 그 누가 감독을 맡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안방에서 오만한테 진 것도 아니고 귀화 선수를 대거 불러들여 졸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벤투호는 지금 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쭉 유지된다면 나는 벤투 감독을 쭉 지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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