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좌 이은 곰돌좌? 강원의 새로운 명물, 정체 확인하니 ‘헉’

[스포츠니어스|강릉=조성룡 기자] 10일 강릉종합운동장.

과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 종목이 열렸던 이곳에는 올림픽 대신 강원의 축구를 보기 위한 팬들이 모였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덩치 큰 곰인형이 하나 걸어오고 있었다. 강원FC의 마스코트인 강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일행과 함께 아장아장 걸어오는 이 곰은 무언가 낯익었다. 잘 생각해보니 문득 떠오른다. ’19곰 테드’다.

영화 ’19곰 테드’가 무엇인가. 곰인형 하나가 차진 욕과 입담을 자랑하며 시종일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러닝타임 내내 낄낄 웃었던 옛 추억이 떠올라 반가우면서도 축구장에서 ’19곰 테드’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강원은 종종 독특한 팬들이 등장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강원은 ‘공룡좌’의 명성이 대단한 곳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곰이 등장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최근에 저 곰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라면서 “강원의 명물인 ‘공룡좌’에 이어 ‘곰돌좌’라고 부를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곰돌좌’보다는 ‘곰탱이’ 같은 약간 걸쭉한 이름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단은 구단의 생각대로 ‘곰돌좌’라고 표기할 예정이다. 그가 강원의 팬인 것은 확실하다. 강원의 서포터스석에 자리하고 있고 곰의 앞면에는 강원의 골키퍼 유니폼이 걸려있다.

ⓒ 강원FC 제공

이 ‘곰돌좌’는 강원과 제주의 경기에서도 등장했다. 45분 내내 쉽게 이 옷을 벗지 않았다. 이날 강릉시의 날씨는 27도였다. 흐렸지만 곰 탈을 뒤집어쓰고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관중석으로 찾아가 조심스럽게 탈을 벗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맙소사. 탈을 벗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초등학생이었다.

춘천에서 온 ‘초딩’ 곰, 온 가족이 강원 팬인 지민찬 군
이 ‘곰돌좌’의 주인공은 올해 춘천동부초등학교 6학년인 지민찬 군이었다. 곰 탈을 착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전북현대전이 시작이었다. 원래는 공룡과 비슷한 다른 아이템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바꿨다고. “덥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혀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역시 젊음이 최고다.

지민찬 군이 ’19곰 테드’를 선택한 것은 단순했다. “강원 상징이 원래부터 곰이었고 곰이 멋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민찬 군은 “이렇게 내가 입고 다닌다면 사람들이 강원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강원이 더 좋은 팀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인터넷에서 곰 에어슈트를 검색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골랐다. 지민찬 군의 부모도 흔쾌히 허락했다. 지민찬 군의 가족이 다 강원 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춘천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온 가족이 강원의 경기를 보러 다니기에 강릉까지 올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도 “홈 경기는 다 참석했다”라고 웃었다.

그 덕분에 강릉종합운동장은 소소한 활력이 돌고 있다. 강원 경기를 보러 온 사람이 아닌 그저 산책하러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도 ‘곰돌좌’에게는 한 번씩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다. 경기장 안에서도 ‘곰돌좌’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받는 등 나름대로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성적은 괜찮으니 열심히만 해주세요”
지민찬 군의 강원 ‘입덕’ 계기는 약 4년 전이었다. 춘천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그는 춘천송암레포츠타운을 찾았다. 강원 경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와 축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와중 메인 스타디움에서 들리는 함성 소리에 발길을 옮겼고 그대로 강원 팬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온 가족이 강원 팬이다.

이미 학교에서는 친구들 사이에 유명한 강원 팬이라고. “이름만 들어도 강원 팬인 걸 안다”라는 것이 지인의 설명이다. 지민찬 군의 영업(?)에 힘입어 함께 강원을 응원하는 친구들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벌써 축구팬 4년차다. “축구가 하나도 질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지민찬 군이지만 사실 올해는 조금 힘들 법 하다. 강원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민찬 군은 제법 의젓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물론 성적에 대해 조금 아쉬움도 있었지만 김병수 감독님과 선수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라면서 “올 시즌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으니까 그저 강원이 열심히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강원에는 ‘공룡좌’에 이어 ‘곰돌좌’도 생겼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대다. 하지만 이들은 나이 차를 뛰어넘어 탈을 쓰고 즐겁게 강원을 응원한다. 이게 강원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 아닐까. 마지막으로 너무나도 궁금해 지민찬 군에게 물었다. “이 곰이 뭔지 알아요?” 그는 “전혀 모른다. 가르쳐달라”고 했다. 하지만 차마 이렇게 순수하게 강원을 응원하는 그에게 이 곰이 어떤 캐릭터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성인이 되면 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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