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팀과 염기훈 팀, 유소년 대회에서 만난 사연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

[스포츠니어스 | 고성=김현회 기자] 최강희 팀과 염기훈 팀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질문이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강원도 고성에서는 제9회 고성금강통일배 전국유소년클럽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9일 개막해 11일까지 사흘 간 104개 팀이 참가하는 클럽 축구대회다. 이 대회에는 다양한 팀들이 참가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U-8 대회부터 U-12 대회까지 열린다. 특히나 이 대회에는 ‘레전드’들의 이름이 붙은 팀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에는 최강희축구교실과 신태용FC,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 등이 참가했다.

특히나 이목이 집중된 건 9일 벌어진 최강희축구교실과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간의 맞대결이었다. 축구계에서 최강희와 염기훈은 전설로 불릴 만한 존재들이다. 더군다나 이 둘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염기훈이 전북현대에서 수원삼성으로 이적할 당시 최강희 감독과 염기훈은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고 이후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다시 염기훈과 함께하는 등 사연이 많다.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팀과 염기훈이 운영하는 팀이 맞붙는다는 건 흥미로운 경기였다.

최강희축구교실은 14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 사이 성과도 내고 있다. 최근 전북현대 유소년 팀인 영생고에서 전북현대와 준프로 계약을 채결한 박채준도 최강희축구교실 출신이다. 최강희축구교실은 서울시 양천구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취미반, 육성반, 엘리트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실제로 최강희 감독은 프로 시즌이 끝나면 직접 이곳에 방문해 감독 및 코치들에게 지도 철학을 심어준다. 프로팀의 동계훈련 출발 전까지 최강희 감독은 이곳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시즌 중에는 성적 등 특별한 상황만을 보고받는다.

최강희축구교실 신현석 감독은 “최강희 감독님이 늘 어린 아이들에게는 패스 위주의 축구를 지도하라고 말씀해 주신다”면서 “사단법인으로 출범한지는 7년 정도 됐다. ‘사단법인 희망나눔 최강희축구교실’로 등록돼 있다. 최근에는 울산현대와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으로도 선수들을 많이 보냈다. 아마 몇 년 후면 이 팀 출신 선수 중에 누구나 다 아는 선수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강희축구교실은 최강희 감독의 축구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팀이다.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은 이제 창단한지 3년이 됐다.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건 축구교실을 여는 이들은 많지만 현역 생활을 하면서 유소년 팀을 운영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다. 권혁진 총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권혁진 총감독은 염기훈과 동서지간이다. 그는 “유소년 팀을 운영하다보면 사건이나 사고의 위험성이 있어서 현역 선수들은 유소년 팀 운영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염기훈 대표님은 유소년 선수 육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직접 3년 전 팀을 창단했고 가족인 나에게 운영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염기훈의 아들 염선우 군은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의 주장을 맡고 있다.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은 경기도 동탄에서 운영 중이다. 염기훈은 잠시라도 팀 휴가를 받으면 이곳에 와 아이들을 지도한다. 권혁진 총감독은 “이번에도 K리그가 A매치 휴식기로 쉬는 동안 염기훈 대표님이 사흘 동안 매일 훈련장에 나와 아이들과 함께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팀에는 특별한 선수들이 있다. 4학년 팀에는 염기훈의 아들인 염선우 군이 있고 3학년과 5학년 팀에는 정성룡의 아들도 속해 있다. 이 셋은 모두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염기훈의 아내는 이번 대회에 학부형 자격으로 함께하고 있다. 권혁진 총감독은 “(염)선우가 오히려 같은 팀에 있으면서 나를 어려워한다. ‘이모부’라고 부르다가도 팀에 나오면 ‘감독님’이라고 한다”고 웃었다.

레전드 두 명의 이름을 건 유소년 축구클럽이 9일(어제) 맞붙었다. 경기장에는 이날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다. 8대8로 맞붙는 경기에서 두 팀은 전반 초반부터 격렬하게 맞붙었다. 최강희축구교실 신현석 감독은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 선수들이 키도 크고 피지컬이 좋아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 전부터 주눅이 들었다”고 했고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 권혁진 총감독은 “어린 애들의 경기라 상대가 최강희 감독님 팀이라는 인식은 없었다. 다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전반전에만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이 네 골을 뽑아내며 앞서 나갔다. 후반 들어서는 다소 격렬한 플레이도 펼쳐졌고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이 최강희축구교실은 4-0으로 완파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열린 경기라 제대로 된 패스 플레이를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피지컬에서 앞선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이 대승을 거뒀다. 더 놀라운 사실도 하나 있다. 이날 전반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의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때려 넣은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가 바로 염기훈의 아들 염선우 군이었다는 점이다. 염선우 군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왼발을 잘 쓰지만 아버지와는 다르게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로 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어린 선수들은 최강희 감독과 염기훈의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최강희축구교실과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의 경기에서 또 다른 흥밋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최강희와 염기훈이라는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이들이 유소년 선수 육성에 열정을 쏟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며 훗날 이 선수들이 이 경기에서의 추억을 오래 회상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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