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변신’ 김영후 “내 별명이 괴물? 이제는 그냥 동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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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고성=김현회 기자] ‘괴물’ 김영후는 이제 ‘동네 아저씨’가 돼 있었다.

김영후는 2006년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에서 20경기에 나서 19골을 뽑아내는 어마어마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듬해에도 11경기에 출장해 7골을 넣었고 2008년에는 29경기에서 31골을 터트리는 괴력을 뽐냈다. 내셔널리그 통산 63경기 60골을 기록한 그의 별명은 ‘괴물’이었다. 2008년에는 8경기 연속골을 넣기도 했고 한 경기 7골을 뽑아내는 역사도 달성했다. 말그대로 내셔널리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후는 2009년 강원FC 창단과 함께 강원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에 입성했다. 첫 시즌 강원에서 27경기에 출장해 13골 8도움을 기록하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강원 구단 역사상 39골 15도움으로 득점 1위 기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K리그 통산 165경기에 출장해 51골 18도움을 뽑아낸 그는 2016년 K리그 챌린지 FC안양을 끝으로 프로 무대를 떠났다. 이후 내셔널리그 경주한수원을 거쳐 2018년 K3리그 청주시티FC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스포츠니어스>는 10일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고성금강통일배 전국유소년클럽 축구대회에서 김영후를 만났다. 그는 현재 세종에 위치한 김영후FC의 감독을 맡고 있다. 김영후FC는 이 대회에서 3학년부와 4학년부, 5학년부 등 세 팀이 출전해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지도자가 된 그는 현역 시절에 비해서는 살이 찐 모습이었지만 환한 표정으로 반겼다.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나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는 김영후 감독과 마주 앉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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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후 감독은 현역 시절 인연이 깊은 울산이나 강원이 아닌 세종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세종에서 유소년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세종에는 연고가 없다”면서 “청주시티FC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낼 때 우연하게 나에게 개인 레슨을 받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세종에 살고 있었고 그 시기에 세종에 풋살장을 직접 만드신 분이 ‘혹시 여기에서 유소년 축구클럽을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아이들을 가르치고는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좋은 제안을 받고 시작하게 됐다. 2년 전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영후FC는 취미반 위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전문적인 선수를 키우는 팀이 됐다. 김영후 감독은 “수익을 내려면 취미반을 더 크게 운영해야 하지만 나는 취미반을 접고 선수반만 운영하고 있다”면서 “성향상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집중해서 지도하다보니 취미반보다는 선수를 육성하는 쪽으로 마음이 더 끌렸다. 처음에는 취미반 아이들이 많았고 선수반 아이들은 별로 없었는데 어느 순간 선수반이 더 많아지더라. 코로나19 여파 이후 취미반 아이들은 축구를 하러 잘 나오지 못한 점도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선수반으로 전향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지도자 2년차다. 현역 생활을 마친 뒤 곧바로 유소년 지도자가 된 그에게 있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김영후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정해진 스케줄에 의해 훈련하고 내 몸 관리만 하면 됐다”면서 “그때는 나만 챙기면 됐는데 지도자는 나에 대한 건 다 내려놔야 하고 아이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거기에다가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처음 아이들에게 축구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보니 모르는 부분이 많다. 선수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이에 대한 인식도 부모님들과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후 감독은 이제 공을 차는 게 아니라 컴퓨터와 씨름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운전도 해야하는 ‘자영업자’가 됐다. 김영후 감독은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한다”면서 “사무 업무도 해야하고 대회 신청도 내가 다 해야한다. 선수 시절에는 다 준비해 주면 나가서 뛰기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대회 신청 서류부터 내가 다 쓴다. 이번 대회에도 내가 신청해서 나왔다. 전지훈련을 갈 때도 내가 다 계획을 짜야하고 훈련 스케줄도 내가 짜야한다. 컨디션이 안 좋은 애들은 또 따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운전을 해서 아이들을 태워오고 집에 내려다 주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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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후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은 ‘괴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괴물’이 아닌 ‘동네 아저씨’란다. 김영후 감독은 “나는 국가대표를 한 적도 없고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다. K리그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봤을 때는 그냥 모르는 아저씨다”라면서 “아이들이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감독님이 이런 분이셨구나’라고 한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고 처음에는 신기해하더니 지금은 내가 익숙해졌는지 신기해 하지도 않는다. 대회에 나가면 다른 지도자분들이 ‘너희팀 감독님 골도 많이 넣고 유명한 분이셨어’라고 하면 애들이 비웃는다. 예전에는 ‘괴물’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동네 아저씨다”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현역 은퇴 후 축구에 대한 갈망과 아쉬움이 더 커지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김영후 감독에게 “더 현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레를 쳤다. 김영후 감독은 “축구는 할 만큼 다 하고 은퇴했다고 생각한다”면서 “36살까지 했으니 운동은 할 만큼 다 했다. 은퇴하고 나서는 축구를 끊었다. 질리도록 해서 당분간은 공 차고 그런 걸 별로 하고 싶지 않더라. 이제 살도 쪘으니 몸 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좀 해야하는데 현역이 아니다보니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이런 걸 다 어떻게 했나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영후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오히려 시간이 많았다. 운동만 하면 내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더 바빠졌다”면서 “주말에도 쉴 수가 없다. 레슨과 훈련이 잡혀있다. 평일에도 저녁에 훈련을 하기 때문에 늦은 밤에나 집에 갈 수 있다. 아내한테 ‘현역에서 은퇴하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자’고 했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바빠서 아내 눈치를 좀 보고 있다. 은퇴하고 나서는 K리그도 거의 못 봤다. 하이라이트나 결과 정도를 챙겨보는 정도다. K리그에서 요새 누가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먹고 사는 게 이렇게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도 김영후FC는 경기를 펼쳤다. 김영후 감독은 “3학년은 전승을 했고 5학년도 전승 중이다. 4학년은 방금 전에 경기를 보고 왔는데 한 번 졌다”면서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 한 5년 정도는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 그 다음에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 6학년 애들 중에는 다른 팀에서 운동을 하다 온 아이들이 있는데 5학년 아이들부터는 온전히 내가 다 키운 제자들이다. 이 선수들이 나중에 프로선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지도자로서 성공하고 싶다. 아이들이 내 현역 시절보다 훨씬 더 잘 됐으면 좋겠다. 나 정도로는 안 된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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