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달랐다’ 군경팀 우승 들러리 잔혹사 끊은 FC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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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홍인택 기자] 안양이 잔혹한 역사를 끊어냈다. 군경팀의 우승 현장을 지켜봐야 했던 안양이 이번엔 김천상무의 우승을 저지했다.

9일 안양종합운종장에서는 FC안양과 김천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K리그2의 33번째 경기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1위 김천상무는 18승 9무 5패로 승점 63점, 2위 안양은 15승 10무 7패로 승점 55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서 네 경기였다. 김천은 이날 승리할 경우 2021시즌 K리그2 우승을 확정하며 K리그1으로도 승격할 수 있었다.

반면 안양도 이날 승리하면 산술적으로 K리그2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입장이었다. 동시에 홈에서 상대의 우승을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날 경기장에는 ‘기억하라! 역사가 된 2012년 10월 10일’이라는 대형 걸개가 응원석에 걸렸다. 이날은 안양의 시민프로축구단 창단 조례가 발표된 날이다. 안양 팬들은 매년 이 시기쯤 해당 현수막을 건다. 그만큼 의미가 있는 홈경기였다.

김천은 우승을 노리는 팀답게 매우 공격적으로 임했다. 수비진이 대거 국가대표로 차출됐지만 최전방 박동진을 중심으로 득점 욕심을 꾸준히 냈다. 결국 안양은 김천에 경기 주도권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중원엔 맹성웅의 빈자리가 커 보였고 전방엔 조나탄의 빈자리가 컸다.

하지만 후반전 반전이 일어났다. 시작은 전반전 안양을 괴롭히던 박동진의 부상 교체, 그리고 박지민이 6초 룰을 어기면서 박스 안에서 간접프리킥을 내준 것이었다. 아코스티가 만회골을 넣으면서 안양이 조금씩 힘을 발휘했고 결국 안양은 후반 막판 아코스티가 두 번째 골을 넣으면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물론 여전히 안양과 김천의 승점 차이는 크다. 이번 시즌 K리그2는 세 경기가 남았고 두 팀의 승점 차이는 8점이다. 안양이 모두 승리하고 김천상무가 모두 져야 안양이 우승을 거두면서 다이렉트로 승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안양으로서는 홈에서 김천상무의 우승 확정을 저지한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안양이 그동안 군경팀을 상대로 상대의 우승 현장을 지켜봤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양은 유독 K리그2 군경팀 우승팀과 악연이 깊다. 우승팀이 환호하는 동안 안양은 축하 잔치의 들러리 역할을 해왔다. 2016년 안산무궁화가 우승했을 당시에도 그랬고 2018년 아산무궁화가 우승했을 때도 들러리였다.

2016년 10월 30일 안산무궁화전. 당시 안양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홈에서 상대에 우승 파티 자리를 내줄 수는 없었다. 안양은 전반 18분 김민균, 전반 20분 김대한이 연달아 골을 넣으면서 안산무궁화의 우승을 저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전반 26분 안산무궁화 김재웅이 골을 넣더니 후반 2분 강승조, 후반 5분 한지호에게 역전당하며 2-3 패배를 당했다.

이때 당시 안산무궁화는 안양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안산무궁화는 해당 시즌까지 경찰축구팀과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아산과 새로운 연고 협약을 맺었고 이듬해 아산무궁화로 새롭게 탄생했다. 비록 안산무궁화의 승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K리그2 우승컵을 내줬다는 점에서 안양으로서는 씁쓸한 기억이다.

공교롭게도 2년 뒤인 2018년 11월 4일 아산무궁화와 안양이 만났다. 이번에는 아산 홈이었다. 문제는 아산무궁화가 이 전 경기인 10월 27일 서울이랜드를 잡으며 우승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아산무궁화는 이후 펼쳐지는 아산 홈에서 우승 세레머니를 계획하고 있었다. 안양으로서는 경기에 승리하면서 홈팀의 축하 파티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안양의 시작은 좋았다. 후반 30분 안양 알렉스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앞서갔다. 하지만 이어 후반 41분 아산 임창균이 동점골을 넣더니 후반 50분인 경기 종료 직전 다시 임창균이 극장골을 넣으면서 아산의 역전승이 만들어졌다. 극적인 역전골에 아산은 한번 난리가 났다. 이어 아산의 우승 세레머니가 펼쳐지면서 아산은 말그대로 가장 뜨거운 축제를 펼쳤다. 안양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1년, 경찰축구단은 없어졌지만 국군체육부대가 남았다. 안양은 이번엔 반드시 ‘우승 들러리’ 잔혹사를 끊어야 했다. 다른해와는 다르게 올해는 함께 우승 경쟁을 펼치던 상대라 중요성이 남달랐다. 그리고 후반 42분 아코스티가 팀의 동점골을 넣으면서 상대 우승을 저지할 수 있었다. 우승과 승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준비해왔던 김천상무 관계자들은 머쓱해하며 다시 플랜카드를 집어 넣었다.

물론 K리그2는 이제 세 경기밖에 남지 않아 안양의 다이렉트 승격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승격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우형 감독은 “2위~4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면서 3위와의 승점 차이를 벌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안양은 남은 정규리그 시즌을 무사히 치르고 계속 승격에 도전할 예정이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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