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축구천재' 김병수 감독이 볼 트래핑을 선보였지만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강원FC는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인천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따내면서 귀중한 승점 3점을 보탰다. 강원은 이날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마티야가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날 승리로 강원은 지난 전북전 0-1 패배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인천은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강원이 1-0으로 앞선 후반 27분 진귀한 장면이 나왔다. 인천 수비수 강민수가 상대와의 경합 도중 공을 걷어냈고 이 공이 강원 벤치 앞쪽으로 굴러갔다. 기술 지역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던 김병수 감독은 아웃되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가 발로 멈춰 세웠다. 현역 시절 ‘천재’ 소리를 듣던 그가 보여준 오랜 만에 볼 트래핑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김병수 감독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김종혁 주심은 단호했다. 그는 김병수 감독의 파울을 지적하며 인천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김병수 감독이 아직 아웃되지 않은 공을 건드렸다는 것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억울해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누가 봐도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는 공이었지만 공이 완전히 나간 것과 나가기 직전은 상황이 다르다. 김병수 감독은 볼터치 한 번으로 졸지에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프로축구연맹

경기 종료 후 김용세 경기감독관은 “축구 인생 중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고 껄껄 웃으면서 “그래도 명백한 파울이다. 이게 팀 임원이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에 관여하면 직접 프리킥이 선언된다. 만일 팀 임원이 아니라 일반 관중이나 다른 이가 경기장에 들어가면 경기가 중단되고 드롭볼이 선언된다. 김병수 감독은 팀 임원이기 때문에 경기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프리킥이 선언됐다. 오늘 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이 규정은 지난 해 보강된 규정이다. 이전까지는 그라운드에 경기하는 선수가 아니라 누군가 들어와 개입하게 되면 경기를 멈추고 드롭볼로 경기를 재개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지난 해 ‘팀 임원’에 한해 경기에 개입하면 직접 프리킥이 주어지는 걸로 규칙이 개정됐다. 여기에서 말하는 ‘팀 임원’은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해당 팀의 코칭스태프와 경기 스태프 전원을 말한다. 의도성이 명백할 경우 퇴장 조치도 내릴 수 있다. 한 심판계 관계자는 “지난 해 개정된 규칙이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이날 경기에서는 적절하게 잘 판정했다”고 전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병수 감독은 이 이야기가 나오자 머쓱한 듯 웃으면서 “나는 공이 한참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살다 살다 이런 일도 다 있다. 나도 사실 당황했다”고 전했다. 김병수 감독은 이제 직접 그라운드에서 볼 터치를 하는 직업이 아니라 선수들을 지도해야 할 신분이라는 걸 다시 상기하지 않았을까. 오랜 만에 그의 볼 터치를 본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의 볼 터치는 ‘파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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