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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FC에는 어떻게 이런 복덩이가 오게 됐을까.

수원FC는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성남FC와의 경기에서 3-1 승리를 따냈다. 성남이 잭슨의 수비 실수를 틈 타 뮬리치가 골을 뽑아내며 앞서 나갔지만 수원FC는 이후 세트피스 상황에서 잭슨이 동점골을 뽑아냈고 이후 정재용이 결승골을 기록했다. 성남FC는 후반 종료 직전 김영광이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세 번째 실점을 했다. 이 경기 승리로 수원FC는 12승 8무 10패 승점 44점으로 리그 4위를 이어가게 됐다.

잭슨은 지난 7월 수원FC가 영입한 외국인 선수다. 잭슨은 지난 2014년 호주 브리즈번 로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5년부터 7년 간 뉴캐슬 제츠에서 활약했다. 수원FC에서의 생활이 자신의 첫 해외 생활이다. 하지만 잭슨은 이적 이후 곧바로 주전으로 도약해 수원FC 수비진을 완벽하게 이끌고 있다. 성남FC전을 포함해 올 시즌 후반기 11경기에 출장해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수원FC는 어떻게 이런 복덩이를 영입하게 됐을까. 올 시즌 전반기를 치른 수원FC는 윤영선의 부상과 박지수의 이탈 등으로 외국인 수비수 보강을 원하고 있었다. 에이전트들이 김호곤 단장과 김도균 감독, 구단 사무국 등에 외국인 선수 이력서를 보냈다. 이렇게 받은 이력서가 20여 통에 이른다. 코로나19 여파로 현지에서 외국인 선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수원FC는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영상을 보고 선수를 판단해야 했다.

김호곤 단장은 그래도 철칙이 있다. “풀경기 영상을 적어도 세 경기는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이 풀경기 영상을 전달하는 건 어려움이 많다. 해당 영상을 확보하고 이걸 구단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영상 용량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선수 한 명 영입을 위해 풀경기 세 경기 영상을 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영상이 아니면 풀경기를 통해 선수의 기량을 확인하는 게 어렵다. 수원FC 관계자는 “잭슨은 그래도 풀경기를 한 경기는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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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의 프로필만 보고도 김도균 감독은 관심을 보였다. 196cm의 장신 수비수라는 점, 그리고 호주 국적의 아시아 쿼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수원FC 관계자는 “감독님이 피지컬 좋은 선수를 좋아하신다”면서 “라스 같이 키도 크고 몸 싸움에 능한 선수들을 선호하는데 잭슨의 프로필을 보고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원FC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신중했다. 전세계에서 답지한 이력서 중 수비수 포지션의 선수들만 추렸고 후보군은 3~4명이었다. 잭슨도 이중 한 명이었다.

수원FC는 선수 영입을 앞두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김도균 감독과 김호곤 단장은 물론 축구를 보는 눈이 탁월한 이들이 모여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고민했다. 아주대학교 시절까지 선수 생활을 한 구단 사무국장과 선수 출신 전력강화팀 대리 등의 의견도 물었다. 이들은 선수 한 명 선발을 위해 5~6명이 모여 의견을 나눴고 결국 잭슨이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두 명의 결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구를 해온 이들이 토론을 통해 뽑은 선수다. 잭슨은 이렇게 수원FC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잭슨은 수비진에서 똑 부러지는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첫 해외 생활은 어리바리 그 자체다. 수원FC 관계자는 “잭슨이 첫 해외 생활이라 그런지 어리바리한 모습이 귀엽다”면서 “라스를 아주 잘 따른다. 호주 출신의 잭슨과 네덜란드에서 온 라스가 성격이 잘 맞는 모양이다. 잭슨이 라스를 졸졸 쫓아다닌다. 라스가 잭슨을 데리고 다니면서 맛집 등을 소개하고 쉬는 날에도 잘 챙긴다”고 말했다. 잭슨이 사는 집도 라스 집 바로 옆이다. 이 둘은 광교에 살고 있다.

수원FC 관계자는 “라스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그런 면까지 잭슨이 배울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웃으면서 “잭슨은 라스가 하는 걸 다 따라하려고 한다. 라스가 올 시즌 잘할 때마다 구단에 커피를 돌렸다. 잭슨에게 이런 문화가 있다는 것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날 잭슨은 결정적인 수비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자신이 직접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경기 후 김도균 감독은 “K리그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된 선수가 이렇게 바로 팀에 적응해 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고 잭슨의 활약을 놀라워하면서 “수비에서 많은 부분을 해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중하게 뽑은 이 외국인 수비수는 수원FC와 함께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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