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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수원삼성 팬들이 선수단을 향해 비판 걸개를 걸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본 선수들은 몸을 던지며 뛰었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삼성과 강원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경기가 펼쳐졌다. 두 팀 모두 사정이 좋지 않았다. 강원은 최근까지 코로나19 이슈로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있고 경기 일정도 빡빡하게 잡혀있다. 수원삼성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10경기 동안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수원삼성은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이다. 전반기 동안 혁명에 가까운 경기력과 성적을 거두면서 기대치가 크게 올라갔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10경기 동안 얻은 승점이 단 3점이다. 구단의 소극적인 선수 영입, 박건하 감독의 교체 타이밍 등 여러가지 부진 원인이 나왔지만 최근 수원삼성을 괴롭혔던 이야기들은 모두 축구 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어린 선수들의 훈련 태도, 팀 내 불화설, 급기야 염기훈과 박건하 감독의 불화설까지 이야기가 번졌고 최근에는 결국 수원삼성 익명의 선수와 인플루언서의 SNS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이날 수원삼성 팬들은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걸개를 경기장에 걸었다.

박건하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 오기 전까지 팬들의 걸개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걸개 내용을 전하자 박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다 보니까 위축된 부분도 있는 거 같다"라며 다소 원론적인 답변으로 갈무리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따로 해주신 말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는 간절하게 해야된다고 했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뛰자고 이야기를 했다"라고 답했다. 축구 외적인 구설보다 더욱 중요한 건 어쨌든 이 긴 무승의 고리를 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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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원은 이날 전반전부터 몸을 던지며 경기를 치렀다. 한 선수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물론 상대 강원도 1승이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 거칠게 부딪힌 면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무기력하게 패배했던 수원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이날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간절함과 동시에 절박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이날 수원은 이기제의 맹활약으로 3-2 승리를 거두면서 리그 11경기 만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가 끝난 뒤 승리를 거둔 박건하 감독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물었다. 수원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동안 축구 외적으로 많은 구설이 있었다. 박 감독은 "수원이라는 구단은 워낙 전통도 있고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다"라면서 "성적이 안 나오면 확실히 그런 말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오늘 한 경기 승리로 완전히 바뀐다고 생각하지 안흔다. 승리와 함께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없어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수훈 선수로 꼽힌 이기제는 경기장에 걸린 팬들의 걸개를 보며 "무조건 승리를 해야겠다는 마음 가짐을 더 굳게 가졌던 거 같다"라고 답했다. 팀이 침체되는 동안 나왔던 여러가지 이야기에 대해서도 "밖에서 안 좋은 말이 돌아다녔다. 실제론 그런 게 없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팬들의 걸개 때문이었을지, 현재 힘든 수원의 상황이 선수들에게 더 힘을 불어 넣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원은 오랜 무승 고리를 끊었다. 중요한 건 이 승리의 자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수원삼성은 오는 26일 FC서울과 슈퍼매치를 치른다. 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 경기 결과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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