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지향점’ 6번, ‘메시지’ 5번… 철학자 같은 안익수 감독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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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안익수 감독이 철학자가 돼 돌아왔다.

12일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성남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두 팀은 한 골씩 주고 받았다. FC서울 조영욱이 선취골을 뽑아냈지만 성남 박수일이 동점골에 성공하면서 두 팀은 1-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FC서울은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의 부진을 털지 못했고 6승 8무 14패 승점 26점으로 최하위를 이어가게 됐다. 서울은 지난 전북전에서 3-4로 패한 뒤 박진섭 감독이 물러났고 안익수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은 안익수 감독의 FC서울 감독 데뷔전이었다. 2010년 FC서울이 K리그에서 우승할 당시 코치 역할을 했던 그는 성남과 부산 등 K리그 구단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뒤 최근까지 선문대학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강등 위기에 놓인 FC서울을 살리기 위해 안익수 감독은 어려운 결정을 했다. 특히나 이날 상대는 생존을 놓고 싸우는 성남이었다. 11위와 12위의 격돌, 안익수 감독의 FC서울 데뷔전이라는 이슈로 많은 취재진이 경기장에 몰렸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처음 등장한 안익수 감독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밝게 인사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웃었다. 그는 FC서울 엠블럼이 달린 수첩과 볼펜을 가지런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취임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수첩은 벌써 여러 번 열었다 닫았는지 낡아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큰 의미가 있었다. 급하게 선임된 뒤 선수단에 곧바로 합류한 안익수 감독은 취임 소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 FC서울 감독을 맡은 뒤 처음 취재진과 만났다. 안익수 감독의 철학과 목표 등을 처음으로 듣는 기회였다.

안익수 감독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FC서울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였다. 그는 이에 대해 “FC서울이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면서 “내가 불쏘시개가 된다면 기꺼이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FC서울은 일부 선수들이 비트코인에 빠지는 등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과 관련한 질문에 “내가 부임하기 전까지의 일이고 난 내 앞에 확인된 상황만 믿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프로선수라면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24시간의 시간 동안 상품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프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부터가 안익수 감독의 철학이 묻어났다. 보통 리그 최하위팀 감독은 ‘승점’이나 ‘잔류’, ‘승리’ 등의 단어를 자주 쓰지만 안익수 감독은 달랐다. 안익수 감독은 “FC서울이라는 구단에서 본인의 브랜드 가치를 같이 올려서 대한민국 축구에 서울 구단이 주는 메시지 창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K리그1 최하위 팀 감독의 취임 일성치고는 의외인 답변이었다. 그러면서 “FC서울은 대한민국 축구에 주는 메시지가 필요한 구단이다. 대한민국 축구에 90분 동안 메시지를 주는 경기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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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수 감독은 이날 후반 팔로세비치를 투입했다가 다시 뺐다. 팔로세비치는 약 19분간 그라운드에서 뛴 뒤 교체됐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 후 이 질문이 나오자 안익수 감독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 일로 이슈를 만들면 만드는 문제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문제다. 축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 이슈에 무게 중심을 갖는 건 좋지 않다. 함께 가고자 하는 게 분명하게 있고 함께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데 오늘 팔로세비치는 이 부분에서 이해가 덜 된 부분이 있었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안익수 감독은 철학자 같은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목표지향점’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안익수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희망적인 건 상대를 맞이하면서 목표지향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보통 이쯤 되면 “최하위 팀인데 생존을 위해 승점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례적인 질문이 나온다. 안익수 감독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다 이겨야죠”라거나 “매 경기 승점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안익수 감독의 답변은 역시나 철학적이었다. 그는 “승점이라는 건 우리가 목표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지 우리가 거기에 주안점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대로 간다면 자연스럽게 승점에 대한 부분도 개선될 수 있다. 우리 목표지향점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리송한 답변에 곧바로 질답의 ‘티키타카’가 이뤄졌다. “그 목표지향점이 어떤 건가”라고 다시 질문하자 안익수 감독은 “우리의 모습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또 “그 모습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이 날아갔고 안익수 감독은 “FC서울다운 모습이다”라고 답했다.

조금은 어렵고도 난해한 인터뷰에 “FC서울다운 모습이 어떤 건가. 예를 들자면 2010년 당시 우승했을 때의 그 모습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안익수 감독은 “경기장에서의 FC서울만의 차별화 된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 목표지향점이 그거라고 보시면 된다. 사회에 전반적인 메시지를 주는 게 우리가 가야할 목표지향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인터뷰 기간 동안 ‘목표지향점’이라는 단어만 6번을 썼다. ‘메시지’라는 단어도 5번이나 등장했다. ‘승점’과 ‘생존’을 이야기하는 K리그에서, 더군다나 최하위팀 감독이 이런 단어가 아닌 ‘목표지향점’과 ‘한국 축구를 향한 메시지’라는 단어를 쓰며 등장한 건 파격적이다. 철학적인 감독 한 명이 K리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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