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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이번 홈 2연전의 화제는 역시 침대축구였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후반전에 터진 권창훈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레바논을 1-0으로 꺾고 이번 최종예선 첫 승을 기록했다. 레바논은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전반전에만 레바논 선수가 부상을 호소하며 누웠던 것이 두 차례 이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대한민국 벤치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이라크전에서도 침대축구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 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은 침대축구로 보이는 장면마다 적극적인 어필을 했다.

이날 레바논의 슈어와 마타르 골키퍼는 레바논 시간 지연의 일등공신이었다. 먼저 마타르 골키퍼는 유효슈팅을 막고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했다. 전반전에만 두 차례 누웠다. 골키퍼가 쓰러지면 치료를 마칠 때까지 경기는 중단된다. 만일 시간 지연이 목적이었다면 이보다 효과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슈어는 벤투 감독을 아예 일어나게 만들었다. 전반 30분 레바논 슈어가 쓰러지자 대한민국 벤치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레바논의 공격 상황에서 슈어가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레바논은 공격을 이어갔다. 그 사이 슈어는 몸 상태를 확인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 때 레바논은 코너킥까지 만들었다.

코너킥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경기가 중단되자 슈어는 다시 한 번 주심에게 어필하며 쓰러졌다. 그러자 대한민국 벤치에서 코칭스태프가 나와 어필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슈어가 일어나면서 별 다른 추가 상황은 없었다. 문제는 레바논의 코너킥이 무위로 끝나 대한민국의 골킥이 선언되자 다시 한 번 슈어가 고통을 호소하며 드러누웠다는 것이다.

이제는 벤투 감독도 참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벤치 밖으로 나와 항의를 했다. 그러자 류지 사토 주심이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벤투 감독은 이야기를 하면서 전광판의 시계를 가리키기도 했다. 주심은 이후 슈어가 계속해서 누워있자 들것 투입을 지시했다.

황당한 것은 그 이후였다. 슈어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들것 위에 누웠다. 들것에 탑승할 정도라면 '침대축구'가 아니라 정말 아팠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자마자 슈어는 멀쩡히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힘차게 뛰어갔다.

벤투 감독을 화나게 만들었던 슈어는 남은 시간 동안 활발하게 뛰었다. 심지어 후반 11분 황인범에게 거친 태클을 하면서 경고를 받았다. 이날 레바논 축구협회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침대축구가 아니라 이기는 축구'라는 표현을 썼지만 슈어와 마타르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침대축구가 연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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