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성적 부진과 음주운전, 정반대여서 아쉬운 FC서울의 대응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FC서울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맞대결에서도 3-4로 패한 FC서울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꼴찌를 기록 중이다. 이날 새로운 얼굴들을 과감히 기용하면서 강팀 전북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결국 또 패했다. 이대로라면 FC서울이 사상최초로 K리그2로 강등되는 일도 피할 수 없다. K리그 빅클럽 FC서울이 K리그2로 내려간다는 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FC서울은 올 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강등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력에 머물러 있다.

결국 팬들이 폭발했다. 그나마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늦게 폭발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관중 입장이 허용되는 경기였다면 진작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구단을 향한 거친 메시지를 담은 걸개들이 내걸렸을 것이고 귀를 찢는 듯한 야유가 터져 나왔을 것이다. 팬들이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 버스를 막아도 몇 번은 막았을 법한 경기력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와중에 참고 참았던 FC서울 팬들은 전북전이 끝난 뒤 경기장 앞에 모여 선수단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성용이 팬들 앞에서 메가폰을 잡고 최근이 부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스포츠니어스

팬들과 선수단의 면담, 그걸 반대한 구단
팬들이 화가 나는 건 당연하다. 이 팀을 응원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K리그1 최하위와 강등 위기, 타팀 팬들의 조롱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팬들은 이 경기를 앞두고 구단에 면담 요청을 했다.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한 뒤 서울 서포터스는 감독과 선수단을 만나게 해달라고 구단에 요구했지만 구단은 이를 거절했다. “팀에 부담과 압박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러한 거절은 구단 윗선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팬들은 구단의 이런 선택에 경기장 내에 응원 걸개를 걸지 않고 응원을 보이코트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구단의 선택이 아쉽다. 박진섭 감독은 그래도 팬들과 대화가 통하는 합리적인 감독이다. 지난 광주 원정이 끝난 뒤 항의하는 팬들을 직접 만나 경기 결과에 대해 사과한 적도 있다. 쓸데 없는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여러 번 인터뷰를 해본 결과 내가 느끼는 확실한 감정이다. 선수단 주장인 기성용도 이런 걸 피하지 않는 선수다. 올 시즌 전북과의 개막전 이후 기성용은 자신의 과거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기성용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자 오히려 더 놀랄 정도였다. 박진섭 감독과 기성용은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대화를 할 용기가 있는 이들인데 오히려 구단에서 이를 막아섰다.

결국 이 둘은 이번 전북전이 끝나고 항의하는 팬들 앞에 서서 메가폰을 잡고 사과했다. 구단에서는 하지 않겠다던 일이었는데 감독과 선수가 나섰다. 팬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를 했고 감독과 선수도 자신의 깊은 속내를 전했다. 이런 만남이야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팀에 부담과 압박이 된다”는 핑계로 이런 만남을 거절한 구단의 행동이 아쉽기만 하다. 감독과 선수가 팬들 앞에 용기있게 서서 메가폰을 잡고 이야기하는데 구단은 숨어 있는 것만 같아 감독과 선수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 구단은 서포터스와 선수단의 만남을 사전 차단해야 할 만큼 선수단의 사기를 위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

선수의 음주운전, 일절 언급 없는 구단
반대인 일도 있다. 서울 구단은 오히려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 바로 차오연의 음주운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다. FC서울 소속인 차오연은 지난 달 13일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서울 구단은 지난 달 27일이 돼서야 프로축구연맹에 보고했다. 차오연이 경찰 조사 이후 다소 늦게 구단에 보고하면서 연맹에도 이 사실이 늦게 전해졌다. 이후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차오연에게 8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4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 사실은 프로축구연맹이 지난 1일 상벌위원회를 연 뒤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그 전까지 서울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해 먼저 알린 적이 없다.

차오연의 음주운전 사건은 해석 여지에 따라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대리운전을 이용하고 주차만 자신이 한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연한 음주운전이고 이는 연맹의 징계로까지 이어졌다. 사회면에도 보도됐다. 그런데 FC서울은 이 사건이 상벌위원회까지 열려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과도 없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부상 중인 선수가 개인적인 시간에 음주운전을 하는 걸 구단에서 막을 순 없어도 이런 사건이 터지면 공식적으로라도 짧은 사과를 하는 게 보통이다. 형식적으로라도 재발 방지에 관한 약속이라도 해야한다. 하지만 FC서울 구단 SNS는 사고가 터지고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 한 줄 없다.

최근 프로선수들의 음주운전 적발 및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구단에서는 즉각 이 사실을 팬들에게 알리고 사과한다. 숨겼다가는 큰일이 난다. K리그에서도 과거 이런 사례들이 있었다.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보고받으면 이를 즉각 공개했다. 하지만 FC서울은 차오연의 음주운전 적발에 대해 현재까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선수단의 사기 문제 때문에 언급하지 않는다고 추측해 볼 수도 있겠지만 선수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은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구단에서 이 일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성적이 꼴찌여도 사과할 일은 사과해야 맞지 않을까.

ⓒ 한국프로축구연맹

해야할 일과 안 해도 되는 일, 대처가 아쉬운 FC서울
차오연은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구단에 통보하면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그가 반성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구단과 차오연 사이에서만 서로 알고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구단에서도 선수단 관리 책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뒤 선수는 자필로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FC서울 구단의 SNS에는 차오연에 대한 언급 하나 없이 경기 결과만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차오연은 아무런 사과 없이 SNS를 닫아버렸다. 어차피 세상에 다 알려진 일인데 사과 한 마디 한다고 비난이 더 쏟아질 것도 없다. 아니 이런 비난이라면 비오는 날 각오하고 소나기를 맞는 것처럼 몇 대 맞을 각오도 해야한다. 서울은 정작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

팬들과 선수단의 면담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구단에서 하지 못하도록 했다. 반대로 차오연 음주운전 적발과 관련해서는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다. 서울은 현재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기 이 강등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 당연히 성적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팬들과 만나는 게 프로 구단으로서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서울의 최근 모습을 보면 대처법이 아쉽다. FC서울이 가는 길을 지켜주는 건 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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