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팬들 앞에서 메가폰을 잡고 최근이 부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FC서울의 실망적인 성적에 서포터들이 행동을 취했다. 서울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은 서울과 선수단을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걸개에 담았다. 박진섭 감독과 기성용은 따로 팬들을 찾아와 사과의 말을 전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 전북현대의 경기가 끝난 뒤 서울 서포터들은 FC서울 선수단의 차량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삼삼오오 모였다. 경기 결과와는 상관 없이 현재 FC서울의 성적에 실망한 서포터들은 선수단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날 서울 서포터들은 경기장에 그 어떤 응원의 문구나 소모임 배너도 걸지 않았다. 이미 경기 전부터 서포터들 사이에서 응원을 보이콧하겠다는 뜻이었다. 대신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는 잊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에 걸리지 않은 걸개들의 문구에는 비판과 풍자가 담겨있었다.

서포터들이 건 걸개에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진짜 섭섭해', 'Gㅣ긋지긋한 Sㅓ울다움', '우리가 뛰어도 12위', '그대들은 무엇을 위해 뛰는가', '실력으로 이뤄낸 꼴등', '사무실엔 곰팡이 풀밭위엔 베짱이', '과거 얽매인 변화문맹 되지 말라 -허창수-'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 서포터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서울 선수단을 기다렸다. 원정팀인 전북현대 버스가 나갈 때까지 비판 걸개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서포터들 사이에서 "전북의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라"며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모습이었다.

전북현대의 버스가 지나가자 서울 서포터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모습으로 해당 문구가 새겨진 걸개를 모두 들고 서울 선수단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나오기 전, 서울 서포터들이 일찌감치 요구했던 감독과 주장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앞서 서울 서포터들은 구단 측에 감독, 주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구단 차원에서 거절 의사를 표한 바 있다. 박진섭 감독과 기성용이 팬들 앞에 서자 취재진과 서포터들, 공단 주차 직원들 사이에서 '통행로를 막지 말라'는 식의 신경전도 있었다. 서포터 회장과 콜리더는 박진섭 감독, 기성용과 잠시 얘기를 나눈 뒤 확성기를 두 사람에게 넘겨줬다.

박진섭 감독은 확성기를 통해 팬들에게 "여기까지 오셔서 이렇게 자리를 만들게 돼서 감독으로서 죄송하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진다.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라며 "선수들은 강등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고 뭐든지 다 하고 있다. 질책도 많이 하시지만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선수들이 끝까지 힘내서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다.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선수들이 힘낼 수 있게 응원해주시면 선수들이 더 힘을 낼 것이다.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서포터들은 기성용에게 선수단의 솔직한 분위기를 물었다. 기성용은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잘 이끌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고 선수들도 팬들에게 좋은 경기, FC서울에 맞는 순위와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팬들이 보시기에 많이 부족했고 나 역시도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했었어야 했다. 나도 부족한 거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팬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희망을 가지실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부터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매경기 준비를 잘 하겠다. 팬들이 실망하시고 이자리에 오신 것도 팀을 사랑하고 선수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셨을 거다. 선수들은 말로 얘기하는 거보다 결과를 가져오고 다음 경기부터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세나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과는 언제든 따라올 수 있을 거다"라고 전했다.

또한 "지금 많이 실망하셨기 때문에 어떤 얘기를 해도 받아들이기 힘드실 거다.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힘이 돼주셨으면 한다. 결과적으로 나도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선수들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팬들도 조금만 더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죄송하다"라고 덧붙이며 마무리했다.

이후 서포터 대표와 콜리더, 박진섭 감독과 기성용은 추가로 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취재 결과 박진섭 감독은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한편 기성용의 경우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 비판보다는 응원을 더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네 사람은 가벼운 목례 후 헤어졌다. 박진섭 감독과 기성용은 선수단에 다시 합류했고 서포터 회장과 콜리더는 다른 팬들에게 "선수단 버스가 나오기 전까지 걸개를 들고 있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뒤 약 10분 정도 선수단 버스가 빠져나오지 않자 서포터들과 취재진들의 애간장도 함께 탔다. 그 사이 취재진과 서포터들, 구단 관계자들 등 다수의 인원이 모여있는 상황이 길게 이어지자 경찰 4인이 조사차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방역법 위반'과 '집회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서포터 대표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큰 소란은 없었고 서포터 관계자도 경찰 측에 연락처와 신상 정보를 전달한 뒤 마무리됐다.

경기가 끝나고 약 1시간 뒤 드디어 FC서울 버스가 빠져나왔고 팬들은 묵묵하게 버스를 향해 걸개를 들었다. 버스가 빠져나간 뒤 서포터는 빠르게 걸개를 접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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