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스포츠니어스|서귀포=조성룡 기자] 제주유나이티드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제주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을 시작했다. '그린포인트' 제도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No플라스틱 서포터즈 사업'의 일환이다. 그린포인트 제도는 관중들이 투명 플라스틱 페트병을 구단에 반납하면 포인트를 적립받고 이 포인트로 여러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제주는 자주 흥미롭고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그린포인트 제도도 그렇다. 제주의 이번 사업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사실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는 다른 곳에 비해 어떻게 다른 친환경 사업을 하고 있을까? 한 번 알아봤다.

"진짜 지구에 기여가 되는 일을 하자"

제주가 그린포인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일종의 협약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는 지난해부터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도와 손을 잡고 'No플라스틱 서포터즈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작은 계기를 크게 만들어 제법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만드는 것이 제주의 특징이다. '내 손안에 전광판'도 그렇게 등장했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요즘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모기업도 ESG 경영에 굉장히 많이 신경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적당히 친환경에 대한 홍보 정도 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제주는 한 발, 아니 두 발 더 나아갔다.

그린포인트 제도에 대해 제주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진짜 지구에 기여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린포인트 제도는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이 핵심 골자다. 이 과정을 팬들이 직접 참여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재활용을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재활용을 하면 무엇이 좋은지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재활용 유니폼'이다.

페트병 유니폼이 더욱 특별한 이유, '팬'들이 모았기에

제주의 그린포인트 제도는 재활용할 페트병을 가져온 팬들을 위해 다양한 선물을 제공한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제주는 이 페트병을 활용해서 유니폼을 제작할 예정이다. 실제로 팬들이 구단에 제공한 페트병으로 원사를 뽑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유니폼을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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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단 관계자는 "팬들이 제공한 페트병을 업체에 전달하면 이것을 바탕으로 원사를 뽑아낸다"라면서 "이 원사를 바탕으로 유니폼을 제작해 선수들이 경기에 직접 입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팬들이 유니폼 제작에 직접 참여하면서 재활용에 대한 부분을 홍보하자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사실 페트병 등을 활용한 재활용 유니폼은 여러 스포츠 구단에서 시도했고 실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서 제주는 한 발 더 나아가 팬들이 유니폼 제작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프로스포츠 산업은 팬의 충성도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니폼 제작이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 팬의 손길이 들어간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10월 3일 공개 예정인 제주의 '친환경 유니폼'

제주의 '그린포인트' 제도를 통해 모아진 페트병은 유니폼으로 바뀔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구단에 따르면 이미 유니폼을 만들기 위한 페트병 수량은 목표치를 넘겼다. 하지만 제주는 계속해서 페트병을 모으고 있다.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다. 최근에는 무관중 경기로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지 못하자 비대면 인증을 통해 참여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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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에는 제주가 선보일 새로운 '재활용 유니폼'이 등장할 전망이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10월 3일 성남FC와의 홈 경기에서 선수들이 착용할 계획이다"라면서 "9월 중에는 재활용 유니폼 디자인 등이 나올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 가지 구단이 강조하는 것은 페트병 수집이 '경쟁'이 아니라 '친환경'을 위한다는 부분이다.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페트병 갯수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고 상품을 제공하는 제도가 자칫하면 과열된 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도 "팬들이 상품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 페트병을 모으는 것보다 정말 생활하면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당부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구단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 사업의 진정성과 진심을 강조했다. "정말 지구를 지켜보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라면서 "제주는 진심을 담아서 이 사업을 하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의 간절한 이야기는 기자의 마음에도 와닿았다.

문득 무관중 경기로 인해 팬들이 페트병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날 제주의 날씨는 더웠다. 기자 또한 음료를 챙겨왔다. 이후 기자석에서 다 마신 1회용 커피컵을 그에게 건넸다. 관계자는 아무 말 없이 받으며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말하지 않아도 그게 심한 욕이었다는 것은 느껴졌다. 이렇게 제주의 유니폼에는 기자가 사용한 페트병도 추가될 예정이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