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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포항이 승리같은 무승부를 챙기고 돌아갔다. FC서울은 침울한 모습이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 포항의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프로축구리그는 이기면 승점 3점을 챙긴다. 우열을 가리지 못했을 땐 각각 1점을 나눠 갖는다. 패배하면 당연히 1점도 챙길 수 없다. 두 팀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포항은 만족하는 모습으로 그 이상의 것들을 챙겨갔다. 서울의 분위기는 더욱 침울해졌다.

경기는 포항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30분만에 나상호에게 선제 실점을 내줬다. 그 상황에서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한 팔라시오스는 다이렉트 퇴장까지 당했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포항은 선수층 운영에 고민이 많았다. 그 상황에서 선제 실점 후 수적 열세에 빠졌으니 분위기가 가라앉을만도 했다. 하지만 포항은 그러지 않았다.

특히 포항은 계속 FC서울을 따라가면서 득점할 때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큰 소리로 포항을 응원하고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자칫하면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도 벤치에서 계속 띄우는 모습이 있었다. 포항의 파이팅 비결은 김기동 감독이 잘 전해줬다. 김기동 감독은 "팀이 하나라는 걸 다시 느꼈다"라며 "이 승점 1점은 나에겐 10점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던 포항은 결국 집중력을 살리며 동점골까지 만들었고 이어 후반 막판 페널티킥을 내주면서도 강현무의 선방으로 승점 1점을 따냈다. 강현무의 선방 장면이 나왔을 때도 포항의 벤치는 마치 우승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기쁨을 표현했다.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누구하나 할 것 없이 말이다.

반면 FC서울의 벤치는 다소 조용한 느낌이었다. 감독과 코치진은 큰 소리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박진섭 감독이 채프만에게 전술 지시를 할 때는 통역도 따라 붙으며 큰 소리로 박 감독의 말을 전달하는 장면이 보였다. 유경렬 코치도 여름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벤치 선수들의 파이팅은 보기 어려웠다. 이때문에 포항에 비해 FC서울의 벤치 분위기는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었다.

FC서울엔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선발에는 기성용과 지동원을 비롯해 나상호도 뛰고 있다. 벤치에는 오랜 시간 FC서울에서 헌신한 고요한도 있다. 하지만 FC서울과 선수들은 하위권 싸움이 익숙치 않다. 팀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띄워줄만 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FC서울의 벤치엔 '절박함'은 있었을지 몰라도 '뜨거움'은 보이지 않았다.

침체된 팀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승리'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선수들도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FC서울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리'뿐만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선수들 끼리도 좋은 플레이가 나왔을 땐 "좋다"고 외쳐주고 기를 불어 넣어줘야 한다. 실수 했을 땐 "다음 거 잘하자"고 격려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엔 아직까지 그런 모습이 많이 부족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소리를 치는 이유는 단순히 해당 플레이를 펼친 선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넘는다. 크게 소리쳐야 상대도 들을 수 있다. 말하자면 기싸움이다. 같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졌지만 포항은 "승점 10점 이상의 가치"라고 평가했고 서울은 "놓친 2점이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결과지만 기싸움과 분위기에서는 눈에 띌만큼 차이가 있었다.

박진섭 감독은 이와 같은 지적에 "우리도 많이 소리를 지른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다르다. 우리도 벤치에서 소리지르고 노력한다"라며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워낙 그거에 익숙치 않은 선수들이다. 많이 고치려고 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일부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위권 싸움은 단순히 전술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축구 외적으로도 쓸 수 있는 수는 모두 써야 싸울 수 있다. 하위권이라면 하위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 선수들의 이름값에 기대는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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