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잠실=김현회 기자] “도대체 누가 사무엘이고 누가 발로텔리야? 알렉스는 또 누구야?” 전남드래곤즈 경기를 보다보면 최근 들어 가장 헷갈리는 게 바로 이거다. 세 선수는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가 어렵다. 더더군다나 최근 나란히 노란 머리로 탈색을 하면서 이 셋의 겉모습은 더 비슷해졌다. 거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외형이 비슷하다.

22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1 서울이랜드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격진에 선발 출장한 사무엘과 발로텔리는 꼭 닮은 모습으로 관계자들에게 혼동을 줬다. 나란히 노란 머리를 하고 전방을 누비는 이 둘의 모습은 전남 관계자들도 헷갈려 할 정도였다. 전남 관계자는 한 가지 구별법을 알려줬다. “덩치가 조금 작으면 발로텔리, 크면 사무엘입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사무엘이 빠졌다. 이제는 발로텔리를 찾는 게 쉬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또 똑같은 선수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알렉스였다. 알렉스도 발로텔리, 사무엘과 꼭 빼닮은 모습이었다. 그 역시 노란 머리를 하고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이쯤 되니 주변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발로텔리고 누가 사무엘이야? 또 알렉스는 누구야?” 도무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헷갈리기 시작했다.

전남 발로텔리의 활약 모습 ⓒ프로축구연맹

이들은 왜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을까. 한국에 처음 올 당시 발로텔리는 머리를 삭발한 상황이었고 사무엘은 긴 드레드 머리를 했었다. 알렉스의 머리도 평범했다. 이들의 머리는 다 검정색이었다. 드레드 머리 관리가 어려웠던 사무엘은 에이전트가 광양 지역에서 드레드 헤어스타일을 관리해줄 미용사를 수소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책골을 넣는 등 경기가 풀리지 않자 사무엘은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이후 이 세 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셀프 탈색’이었다. 이들은 원정경기를 위해 모여 원정지 호텔에 도착하면 탈색약을 꺼내 서로의 머리에 발라준다.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 이들은 원정경기 전날 호텔에서나 하루 밤을 같이 보낼 수 있다. 이들은 이 날을 활용해 염색을 하고 있다. ‘셀프 탈색’ 치고는 수준급이다. 마치 미용실에서 한 것처럼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활 중인 이들은 함께 모여 탈색약을 발라주고 낄낄대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셋 중 가장 형인 발로텔리가 이 ‘탈색 크루’를 이끌고 있다”면서 “사무엘은 처음 발로텔리의 설득으로 노란 머리를 하고 집에 갔다가 아내한테 엄청 혼났다고 들었다. 그래도 자기들이 좋다면서 원정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염색약을 챙긴다. 우리도 멀리에서 보면 이 셋의 머리가 똑같아서 헷갈릴 때가 많다”고 웃었다.

전남 발로텔리의 활약 모습 ⓒ프로축구연맹

이날 전남 알렉스는 귀중한 골을 뽑아냈다. 후반 39분 김현욱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부상 이후 3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의미있는 골을 기록했다. 득점이 터지는 순간에도 이들의 겉모습 때문에 헷갈렸던 중계 방송 캐스터는 “발로텔리 골”이라고 외쳤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을 멀리서 구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노란 머리 두 명은 득점 이후 코너 플래그 앞으로 가 흥겹게 춤을 추면서 기뻐했다.

이날 경기에서 ‘노란 머리1’은 측면으로 빠져서 날카롭게 돌파를 했고 ‘노란 머리2’는 ‘노란 머리1’의 패스를 받아 쇄도하면서 골을 노렸다. 후반에 투입된 ‘노란 머리3’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뛰어다녔다. 과거 <무한도전> ‘빡빡이 특집’에서 정준하는 “차이나타운이 온통 빡빡이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날 서울이랜드와 전남드래곤즈의 경기를 본 이들이라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잠실은 온통 노란 머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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