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K리그에 나도는 불화설, 그 정확한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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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불화설’이 인기(?)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수원삼성 선수단의 불화설이 퍼졌다. 주변에서도 이 일에 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특정 고참 선수에게 어린 선수들이 대들었고 이 문제가 경기력에 영향력 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만 들어보면 그럴싸하다. 여기에는 팀의 레전드 선수도 등장하고 여기에 반항하는 어린 선수를 찾아 혼을 내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이 실체를 잘 모른다. 수원삼성 중고참 선수들이 훈련 도중 집중하지 않은 후배들에게 한소리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이걸로 불화설까지 나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수원삼성 불화설의 근거로 “스포츠니어스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으니 사실인 것 같다”는 억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한 것과 불화설은 전혀 다르다. 어느 팀에서나 있을 수도 있는 작은 갈등을 이야기한 것인데 그게 심각한 불화설이 되는 건 곤란하다. 팀의 레전드가 어린 선수로부터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언급하지도 않았다.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성적을 내는 것 뿐이다”라는 게 이 우리가 말한 수원삼성 불화설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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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설과 고위층 개입설, 그리고 범인 찾기
어느 팀에나 사이 좋은 선수들이 있는 반면 사이가 안 좋을 선수들도 있다. 서른 명이 넘는 고액 연봉자들이 모여 경쟁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다같이 하나된 마음으로 친한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연령대도 다르고 출신지도 다르고 연봉과 포지션도 다른 남정네들 서른 명이 모여 있다고 생각해 보시라. 군대는 그나마 계급 사회라 명령과 복종의 관계지만 프로팀은 그렇지도 않다. 이렇게 따지면 불화설이라는 게 없는 팀이 없을 것이다. 선수단 내부에서 말다툼, 충돌 등이 없을 수가 없다.

심지어 고양국민은행 서포터스 출신인 나와 조성룡 기자도 노선이 달랐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서포터스 사이에서도 방향과 철학이 달라 충돌이 벌어진다. 우스갯소리로 조성룡 기자에게 “서포터스는 세 명만 되면 두 패로 나뉜다”고 할 정도였다. 물론 조성룡을 비롯한 ‘적폐 세력’을 큰 뜻을 가진 나와 다른 이들이 품으면서 갈등이 봉합…된 건 아니고 그냥 팀이 없어져서 흐지부지 됐다. 슬프게도 팀이 없어지니 싸울 일도 없어지면서 사이가 좋아졌다. 아무튼 세 명만 모여도 싸우는데 머리 큰 선수 서른 명 이상을 한 곳에 모아놓고도 갈등이 없는 게 더 이상하다. FM만 해봐도 게임 속 선수들도 서로 싸움질인데 실제 축구라고 다를 게 있을까.

성적이 조금만 좋지 않으면 불화설이 나온다. 지난 시즌 강원FC도 그랬고 울산현대도 그랬다. 김병수 감독과 김도훈 감독의 선수 장악 능력을 지적하며 여러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물론 이 중에는 사실인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심하게 부풀려져 퍼졌다. 여기에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팀내 감독 위의 누군가가 선수단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소문의 단골소재다. 여기에 팀 분위기를 흐리는 ‘범인 찾기’가 시작된다. 그 범인만 찾으면 성적이 다시 나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게 선량한 사람들 사이에서 악당 찾기도 아니고 찾는다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도 않는다.

어느 팀에나 다 있고, 어느 팀에도 없는 ‘불화’
결론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온갖 구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혹여 수원삼성에서 레전드 선수에게 어린 선수가 대들었다고 하더라도 성적만 잘 나온다면 ‘어린 선수도 레전드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선진 문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감독 위에 군림하고 있는 ‘상왕’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팀도 성적이 잘 나오니 뒷말이 없지 않은가. 아마 이 팀이 강등권을 허덕이고 있었다면 여론부터 언론까지 이 시스템을 흔들어댔을 것이다. 성적이 좋을 때는 아무렇지 않던 작은 일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크게 부풀려 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혹시 팀 내 불화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다. 한 팀의 주전 포백 중 두 명은 서로 대판 싸운 뒤 서로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경기 전 몸을 풀 때도, 경기 도중 파이팅을 외칠 때도 이 둘은 눈도 안 마주쳤다. 둘 사이를 알고 난 뒤 경기를 지켜보니 90분 경기에서 이 둘은 패스를 딱 한 번 주고 받았다. 유기적인 호흡을 자랑해야 하는 네 명의 수비수 중 두 명이 이런 지경인데 수비는 또 곧잘 하더라. 이 팀은 그 당시 잘 나갔다. 팀 성적이 좋으니 불화설이 없다. 불화설이란 게 참 재밌다.

또 다른 팀의 사례도 있다. 이 팀은 주축 선수 두 명이 아예 얼굴도 안 쳐다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도중 한 선수가 어시스트를 하고 또 다른 선수가 골을 넣더라. 그리고는 서로 다른 사람과 포옹하며 세리머니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둘은 서로 싸운지 한참 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들리는 말로는 치고받고 싸운 적도 있다는 카더라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전혀 갈등을 눈치 챌 수도 없었다. 이 사실은 전혀 공론화되지 않았다. 왜? 팀이 잘 나갔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그냥 누구나 다 재미있는 뒷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인다.

수원삼성 이기제 득점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불화설의 처방전은 결국 ‘성적’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게 바로 ‘범인 찾기’다. 도대체 이렇게 불화설을 일으킨 게 누구인지 찾고 싶은 게 팬들의 심리다. 하지만 위의 두 사례는 최대한 특정 정보를 가려 누군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떤 팀의 누구와 누가 싸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불화 속에서도 문제 없이 팀 성적이 나오는 팀도 많다는 점이다. 성적이 안 나오면 훈련장에서 선후배가 언쟁 몇 마디한 걸로도 불화설이 튀어 나오고 아예 대화도 안 할 정도로 싸워도 성적만 잘 나오면 ‘프로페셔널’이 된다. 성적에 따라 ‘상왕’은 ‘탁월한 지도자’와 ‘팀을 떠나야할 적폐’라는 평가를 오간다.

성적만 잘 나오면 문제될 게 없다. 결국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수원삼성 불화설의 진실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사실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언쟁이 성적이 좋지 않으니 부풀려진 정도일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인데 어떻게 갈등없이 다같이 웃고만 지낼 수 있겠는가. 지금껏 수많은 불화설 사례를 볼 때 레전드에게 대든 범인을 찾아 팬들이 거세게 비난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범인을 추측하며 비난의 화살을 여러 명에게 돌리기보다는 팀 전체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 어떨까. 그 방식이 응원이건 비판이건 말이다. 또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잘 알고 있겠지만 연승만 해도 불화설은 쏙 들어간다. 불화설을 잠재우는 건 결국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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