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참 매력적인 팀’ 박동혁 감독의 충남아산FC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상대가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전술 전략을 잘 짜도 개인 능력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준비했다. 상대가 힘든 경기를 할 것이다.” 15일 하나원큐 K리그2 2021 김천상무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이 꺼낸 말이다. 박지수와 구성윤, 박동진, 조규성 등 쟁쟁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충남아산FC 입장에서는 개인 기량을 전술과 전략으로 이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충남아산은 선취골을 넣었지만 1-2로 무너졌다. 후반 상대 자책골로 한 골을 먼저 얻은 충남아산은 이후 정승현과 서진수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지난 라운드 서울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3-1로 승리한 충남아산은 이로써 연승 행진에 실패했다. 김천상무가 충남아산을 제압한 건 겉으로 보기에는 놀라울 게 없는 결과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본다면 이날은 충남아산이 김천상무에게 주도권을 잡고 흔든 경기였다.

최근 충남아산의 경기력이 놀랍다. 이 경기 전까지 6경기에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한 충남아산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남FC와 전남드래즈 등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쓰는 팀들을 잡아냈고 부산과도 비겼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도 흥미롭다. 박동혁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변화무쌍한 전술을 쓰고 있다. 유준수를 공격에도 썼다가 수비수로도 썼다가 한다. 여름에 임대로 데려온 이현일과 이규혁도 펄펄 날고 있다. 이 둘은 원소속팀에서 제대로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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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의 정면도전이 흥미로운 건 최근 K리그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몇몇 팀과 더 비교되기 때문이다. 스리백을 가장한 수비수 다섯 명을 세우고 거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텁게 세운 뒤 90분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고 한 방을 노리는 전술이 팽배한 상황에서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의 전략은 그래서 더 대단하다. 성적 부담 때문에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을 원망할 수는 없지만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전술로 대응하는 박동혁 감독의 축구를 보고 있으면 묘한 쾌감이 있다. ‘스타군단’ 김천을 상대로도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두 팀이 팽팽하게 0-0으로 맞붙던 후반 27분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이 나왔다. 충남아산 김인균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돌파를 하다가 내준 공이 김천상무 수비수 손에 맞은 듯한 모습이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핸드볼 판정이 내려진다면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순간이었다. 최현재 주심은 잠시 멈칫한 뒤 경기를 속개했다. 플레이가 이어졌지만 주심은 대기심을 수 차례 바라봤고 자꾸 귀를 만졌다. VAR 심판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결국 주심은 VAR을 볼 필요가 없게 됐다.

‘골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충남아산이 그대로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박세진의 날카로운 크로스는 상대 수비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보며 충남아산의 공격 의지에 감탄했다. 결국 이후 두 골을 허용하며 김천상무에 역전패했지만 충남아산의 이날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이날뿐 아니라 최근 충남아산은 강팀과도 대등하게 싸우는 팀으로 변모했다. 박동혁 감독은 경기 전 “상대는 개인 기량은 있지만 속도가 약하다. 우리는 속도 있는 선수를 배치해 대응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를 멋지게 수행해냈다. 결국 전술로 개인기량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멋지게 싸웠다.

지난 해 충남아산은 K리그2 구단 중에서도 연봉 총액이 최하위였다. 연봉 총지급액은 15억 원으로 19억 원을 쓴 안산그리너스보다도 적었다. 선수 이적료 한 명에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K리그1 빅클럽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올해는 아직 구단별 연봉 지급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충남아산의 상황은 지난 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충남아산은 매 경기 이런 투자와 개인기량 차이를 전술과 투지로 극복하고 있다. 최근 박동혁 감독은 U-22 대표팀 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충남아산이 잘할수록 막대하게 투자하고도 성적이 신통치 않은 다른 팀들이 더 민망해지는 상황이다.

충남아산은 해체 위기를 극복한 팀이다. 아산무궁화 이후 운영이 쉽지 않아 해체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다. 당시 박동혁 감독은 “팀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때 이 팀이 사라졌다면 이런 매력적인 축구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전술과 전략으로 극복하는 이 팀이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 기대된다. 혹시 연고지와 관계없이 매력적인 축구를 보길 원하는 K리그 입문자들이 있다면 충남아산FC의 경기에 집중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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