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수원삼성이 맥주를 출시했다.

수원삼성이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와 함께 한정판 맥주 패키지 세트를 출시했다. 12일 오전 10시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이 패키지는 현재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빠르게 재고가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가 이 패키지를 직접 한 번 사러 가봤다. 도대체 이 맥주 패키지가 도대체 뭐기에?

이걸 내가 사러가게 될 줄이야

바이럴 마케팅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하다. 사실 이 맥주를 구매하러 가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서 '수원 맥주 구입 후기'가 조금씩 올라오면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 보러 갈까?'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스포츠니어스> 사무실에서 판매처까지는 약 60km다. 왕복 120km를 그 놈의 맥주 하나 사겠다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축구 팬들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맥주를 샀다면서 '인증샷'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잔이 예쁘다거나 맥주가 세 병 들어있는데 17,900원이면 가성비가 괜찮다는 등 호평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직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내가 가기 전에 매진되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조급한 반응까지 보였다. 이 쯤 되면 120km고 뭐고 그냥 사러 가는 것이 맞는 거다. '내가 미쳤지'라며 운전대를 잡았다.

수원 지역에서만 파는 맥주 패키지에 마음은 급해지고

먼저 이 맥주는 수원삼성 구단과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가 만든 한정판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중앙광장 상설매점을 운영하는 스포푸드가 판매할 예정이었다. 이 맥주 패키지는 인디안 페일 에일, 위트 에일, 라거 각 1병과 함께 맥주잔을 한 개 제공한다. 이 맥주잔에는 수원의 엠블럼이 박혀있다.

애초 이 패키지 제품은 7월 20일 예정된 수원 더비에서 현장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무관중 경기로 전환됐다. 그러자 제조사 측은 해당 패키지의 공급처를 빅버드 중앙광장 매점과 수원 지역 홈플러스 8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12일 오전 10시부터 판매되는 이 제품은 총 2,500개만 출시됐다. 계산을 해보면 매장 한 곳에 약 300세트 이하로 비치돼 있는 것이다. 수원삼성 팬들의 열정과 구매력을 생각해보면 제법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어느 매장을 가야 하는지도 관건이었다. 나 또한 지인들에게 빠르게 연락을 돌렸다. "아까 갔던 곳은 재고가 남아있어?" 결국 그나마 확률 높은 곳을 찾아냈다. "지금 홈플러스 영통점에는 사람이 없대요!"

내비게이션은 예상 도착 시간을 12시 30분으로 알리고 있었다. 그 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구매하려고 한다'라는 직장인들의 글이 여럿 눈에 띄었다. 나의 도착 시간은 점심 시간과 겹친다. '이러다 허탕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도로들은 태평하게 꽉 막혀 있었다.

'너도 이거 사러 왔구나' 무언의 눈빛 교환

우여곡절 끝에 수원 지역 홈플러스에 도착했다. 예습한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 입구로 들어가 쭉 가다보면 와인 코너가 있다. 그 맞은편이다'라는 문자메시지는 제법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HOME OF BEER'라고 쓰여있는 맥주 패키지 박스는 제법 쌓여 있었다. 적어도 허탕칠 일은 없었다.

조심스럽게 박스를 끌어안아 카트에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 후기에 '손잡이가 쉽게 찢어진다'라고 적었던 것처럼 이 맥주 패키지 박스의 손잡이는 예상보다 빈약하다. 병문안용 음료 선물세트의 종이 손잡이를 생각하면 안된다. 조심스럽게 박스를 안아 담는 것을 추천한다. 태어난지 100일 된 조카를 안는 기분으로.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맥주 패키지' 딱 하나기 때문에 곧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평일 낮에는 계산대를 소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긴 줄이 늘어섰다. 그러던 와중 옆 계산대에 줄 서있던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카트에는 이 맥주 패키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도 내 카트를 슬쩍 쳐다봤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너도 참…'

하지만 옆 계산대의 남성은 캐셔에게 제지를 당하고 말았다. "이거 5개 한정 수량이에요." 결국 그 남성은 아쉬운 표정으로 몇 박스를 반납해야 했다. 내 맥주 패키지를 계산하던 캐셔는 신기한 듯 물어봤다. "도대체 이게 뭔데 사람들이 자꾸 사가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까. 1995년 12월 수원삼성이 창단한 그 날부터? 아니면 2008년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 날부터? 잠깐의 고민 끝에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한정판이에요."

아까워서 쉽게 먹지 못할 것 같은데…

왕복 120km와 약 세 시간을 들여 내가 손에 넣은 것은 맥주 몇 병과 잔들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쉽게 이 맥주병 뚜껑을 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포장 디자인도 괜찮지만 병 디자인이 제법 예쁘다. '이 사랑에 후회는 없어'라거나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처럼' 등 수원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문구와 함께 마스코트 아길레온이 박혀있다.

현재 판매 상황을 눈으로 봤을 때 빠르게 재고가 소진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내가 찾아간 곳은 '매대에 파리가 날린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던 곳이었지만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수량이 판매됐다. 다른 곳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패키지 세트를 구매하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기존처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더 많은 수원 팬들이 이 맥주를 즐기면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에 특화된 맥주가 있다는 것은 팬들에게 더 큰 자부심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매 당일에 바로 먹기에는 아까운 맥주다. 언제 이 뚜껑을 딸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아, 근데 기사를 써놓고 화장실 갔다온 사이에 김현회 기자가 "이 맥주 뭐냐? 맛있다"라며 한 병을 깠다.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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