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춘천=김현회 기자] 강원FC 고무열이 수원삼성 수비수들을 상대로 환상적인 두 골을 뽑아내면서 결과로 보여줬다.

강원FC는 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홈 경기에서 고무열의 두 골과 윤석영 한 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강원은 최근 두 경기 연속 무승(1무 1패) 흐름을 끊었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강원은 5승 8무 8패 승점 24점으로 중위권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나 고무열은 이날 두 골을 뽑아내며 시즌 5호골을 완성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고무열은 “우리와 경쟁하는 팀들이 다 승리를 해서 우리도 승리가 절실했다.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만족스럽다”면서 “지난 제주와의 경기에서 0-2로 지고 있다가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 경기를 지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서 힘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그 경기를 졌더라면 부담을 가지고 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따라갔던 경기로 힘을 더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고무열은 환상적인 두 골을 뽑아냈다. 전반 34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고무열이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앞서나갔다. 고무열이 찬 공은 골대를 강타한 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무열의 두 번째 골이자 팀의 세 번째 골도 예술이었다. 고무열은 후반 32분 조재완이 내준 공을 감각적으로 터치한 뒤 왼발로 강력하게 수원삼성 골문에 꽂아 넣었다. 고무열의 시즌 5호골이었다. 특히나 김병수 감독은 경기 후 이 골에 대해 “내가 원하던 골이었다”고 칭찬했다.

고무열은 이 골 장면에 대해 “재완이가 그렇게 패스를 해줄 줄 알았다”면서 “볼 컨트롤과 슈팅이 내가 생각했던 장면 그대로 나왔다. 골대에 맞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운도 따랐다. 기분 좋은 골이었다”고 말했다. 고무열은 이정협과 함께 뛰면서 더 힘을 받고 있다. 최근 강원으로 이적한 이정협과의 호흡이 좋다. 고무열은 “정협이와는 원래 친분도 있고 정협이가 오면서 내 장점이 사는 것 같다”면서 “내가 최전방에 있는 것보다 한 칸 밑에 있는 게 편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 장점이 더 살아난다”고 말했다.

고무열은 “당연히 공격수로서 정협이와 경쟁해야 하고 프로선수라면 그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둘 다 시너지가 나면 더 좋다. 지금은 좋은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분 좋은 경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 시즌 몇 골을 넣고 싶은지 수치로 정해놓은 건 없다”면서 “목표를 정해놓으면 그 목표에 다가가려고 욕심을 내게 된다. 골보다는 일단은 팀이 승리하는데 중점을 두는 게 우선이다. 팀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팀을 위해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포츠니어스

고무열은 올 시즌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지난 4월 큰 교통사고를 겪은 그는 이후 치료와 후유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고무열이 운전하던 자동차가 반파될 정도의 큰 사고였다. 고무열은 “아직 채민이나 나나 큰 사고 이후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라면서 “아픈 데가 더 나올 수도 있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일단은 많이 괜찮아졌다. 팀이 우리가 없는 9경기 동안 무승을 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 이후 채민이와 누워서 우리 팀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과 감독님께 많이 미안했다.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원은 최근 세르비아 출신 미드필더 마티야와 불가리아 현역 국가대표 공격수 츠베타노프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 둘은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마티야는 2일 자가격리가 끝나고 츠베타노프는 다음 주까지 자가격리에 임해야 한다. 고무열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서 인정받으려면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야 한다”면서 “실력으로 선수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한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서 아무리 한국 선수들이 잘 해주더라도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선수들도 외국에 나가면 마찬가지 아닌가.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고무열은 “두 선수의 영상을 찾아봤는데 기대가 되더라”라고 답했고 “둘 중 누가 더 잘하는 것 같았나”라는 질문에는 “이름은 잘 모르는데 미드필더 포지션의 왼발잡이 선수가 재능이 뛰어나 보였다.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이 뛸 선수들인데 이름도 모르고 있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농담섞인 질문에는 “아직 만나질 못해서 이름은 모른다. 죄송하다”고 웃었다. 올 시즌 뒤늦게 시동을 건 고무열은 이날 행복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웃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고무열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두 골 모두 작품이었다. 고무열은 박대원과 양상민, 장호익으로 이어진 상대 스리백 수비진을 헤집고 다니면서 놀라운 능력을 뽐냈다. 후반 40분에는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등을 지고 환상적인 패스를 찔러 넣기도 했다. 이정협의 가세 이후 고무열은 오히려 부담감을 덜고 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고무열의 이날 플레이를 보니 이런 말이 떠올랐다. ‘수비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고무열은 결과로 보여줌.’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