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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산=조성룡 기자] 안산은 활짝 웃었고 안산은 고개를 푹 숙였다.

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안산그리너스와 김천상무의 경기에서 원정팀 김천이 후반전에 터진 박상혁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안산을 1-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김천은 2위에 자리했고 안산은 순위 상승에 실패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양궁의 막내들인 김제덕과 안산이 대회 첫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단체전 결승에서 김제덕-안산 조는 네덜란드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제덕이 김제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안산 또한 안산시와 인연이 없다. 2001년생인 안산은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해 쭉 광주에서 자랐다. 지금도 광주여대에 재학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이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농담 삼아 '안산의 딸'이라고 한다.

그 시각 또다른 안산은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안산그리너스 이야기다. 안산은 같은 날 와~스타디움에서 '국군체육부대' 김천상무를 상대할 준비에 한창이었다. 양궁의 안산은 세계 최강에 우뚝 섰지만 K리그2의 안산은 도전자 입장이다. 게다가 호화로운 스쿼드를 자랑하는 김천이 상대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 안산 구단 직원들은 안산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홈 경기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안산 구단 직원들이 안산의 금메달 소식을 알게된 것도 굉장히 '축구' 냄새가 폴폴 난다. 안산에 안산의 금메달 소식을 알려준 것은 다름아닌 축구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이었다.

안산 구단 관계자는 "구단에 대한 여론이나 반응을 보기 위해 축구 커뮤니티에서 '안산'을 검색했더니 죄다 양궁 얘기다"라고 전했다. 경기 당일에 당연히 안산그리너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더니 뜬금없이 '금메달'이나 '양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안산은 안산의 금메달 소식을 접했다.

안산 관계자는 "안산이 금메달을 딴 만큼 우리도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너무나도 정반대로 흘러가고 말았다. 안산은 전반전 목 부상을 입었던 연제민이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갔고 실점도 했다. 그리고 후반 막판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아스나위가 실축해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까뇨뚜는 성급하게 페널티박스에 들어가며 아스나위의 K리그 데뷔골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첫 번째 페널티킥에서 까뇨뚜로 인해 킥 어게인이 선언됐고 두 번째 킥을 아스나위가 날렸다.

혼을 쏙 뺀 한 판이었다. 그리고 이겼다면 좋았겠지만 안산은 그러지 못했다. 게다가 주장 연제민의 부상 등 안산에 좋지 못한 상황이 가득했다. 안산 김길식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라고 미소를 지었지만 아쉬움만 가득 남은 경기였다. 도쿄에서 안산은 웃었지만 한국에서 안산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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