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3년 반 준비의 전략이 ‘정태욱 공격 투입’이라니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기대에 비해 너무나도 허무하고 답답한 경기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의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한국은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온 뉴질랜드를 상대로 선취골을 허용한 뒤 추격에 실패하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조별예선 통과를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뉴질랜드에 당한 뼈아픈 패배였다.

오세훈과 조규성, 둘 중에 한 명이 필요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3년 반 동안 준비한 팀이 맞나 싶었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2018년 2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내며 성과를 냈고 올림픽에 거는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일단 뉴질랜드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답답한 건 이 경기에서의 졸전이 선수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력 구성에 실패한 팀의 문제라는 점이다.

김학범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7번이나 연령별 대표팀을 소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훈련으로 대체한 경우도 많았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는 다 맞춰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 팀들은 시즌 중에도 올림픽 대표팀 선수 차출에 응했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달 22일 최종 명단 발표 열흘 전까지도 선수들을 불러 테스트를 했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선수 명단을 심오하게 저울질했으니 그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17번이나 테스트를 한 끝에 결국 오세훈과 조규성이라는 최전방 공격 자원을 아예 명단에서 제외했다. ‘와일드카드’ 황의조의 발탁에 이견을 다는 이는 없지만 다른 공격 옵션도 필요한 상황에서 오세훈과 조규성을 발탁하지 않은 건 의외였다. 둘 중에 한 명은 올림픽 본선 무대에 가지 못하리라고 믿는 이들은 없었다. 최전방 타겟형 공격수로서, 등 지는 플레이를 잘 펼치는 공격수로서 이 둘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막연하게 ‘학범슨이 다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3년 반 동안 대표팀을 파악한 그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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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의 대표팀 소집, 과연 실험은 옳았나?
그런데 뉴질랜드전 후반전이 되자 오세훈과 조규성 중 한 명이라도 올림픽에 데려가지 않은 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크리스 우드에게 선취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막판 상대가 더 수비적으로 내려서자 결국 ‘와일드카드’ 박지수를 수비에 기용한 뒤 최후방 수비수인 정태욱을 최전방에 내세우는 전략을 썼다. 쓴웃음이 나왔다. 결국 3년 반 동안 17번의 대표팀 차출을 하면서 고민 끝에 오세훈과 조규성을 제외한 뒤 수비수를 공격진에 박아두는 모습을 보니 뭔가 많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뉴질랜드전 후반에는 조규성이나 오세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둘 중 한 명이 들어왔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인 건 분명했다.

대회를 짧게 준비한 게 아니다. 2018년부터 올림픽을 준비했고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준비 시간은 더 길어졌다. 올림픽 본선에 가기 전까지 올해만 네 차례나 소집해 훈련을 했고 선수 명단을 고민했다. 무수한 회의를 했을 것이고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발탁을 준비하면서 다른 공격수로 누굴 택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물론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100% 정답을 낼 수는 없지만 3년 반 동안 이렇게 많이 선수들을 테스트하고도 정작 본선 무대에서 최후방 수비수의 머리를 이용한 공격을 할 만큼 우리나라 공격수들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오세훈과 조규성은 과연 정태욱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랜 시간 기다린 올림픽이었다. 하지만 첫 경기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K리그가 열리는 도중에도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 체력 훈련을 시켰다.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학범슨이 생각이 있으니 저러겠지’라고 넘겼다. 뉴질랜드전 전반전이 끝난 뒤 ‘이제는 이 체력 훈련의 성과가 나올 거야’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은 후반전에 실점한 뒤 우왕좌왕하다가 경기를 0-1로 마무리했다. 체력 훈련의 효과는 없었다. 적어도 이 경기만 놓고 본다면 내가 지금껏 기대하고 기다렸던 ‘학범슨의 3년 반’이 과연 옳은 시간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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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훈련과 세트피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최근 평가전까지 약속된 세트피스를 아끼겠다고 했다. 본선 무대에서 뭔가 획기적인 세트피스를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뉴질랜드전에 나온 김학범호의 세트피스는 차라리 평범한 게 나을 정도였다. 짧게 주고 받아서 올리는 세트피스에서의 크로스는 제대로 골문 앞으로 날아가지도 않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차라리 그냥 단순하게 올리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내가 기다리던 김학범호의 약속된 세트피스는 이런 엉성한 플레이는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김학범 감독을 기대에 비해 너무 높게 평가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망스럽다. 특히나 공격수가 없어 정태욱을 공격 최전방에 배치한 전술은 이게 과연 고민 끝에 나온 최종 명단인가 의문이 들었다. 조별예선 남은 두 경기에서도 황의조는 풀타임을 뛰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동준의 공격 배치 가능성도 있지만 그 역시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남은 두 경기에서도 급박한 상황이 되면 정태욱이 최전방에 올라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더 ‘웃픈’ 건 뉴질랜드전에서 정태욱의 공격력이 꽤 준수했다는 점이다. 정태욱을 공격 옵션 중 하나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만큼 최종 명단에 너무 모험을 걸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얼마 전에도 이번 대표팀은 병역 혜택 우선주의가 사라져서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는 칼럼을 썼다. 몇몇 선수의 군대를 빼주기 위한 대표팀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 대표팀의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실망했지만 남은 두 경기도 응원할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1983년 멕시코 청소년 4강 신화 당시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이 스코틀랜드에 0-2로 패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후에 승승장구하면 첫 경기 졸전도 금방 잊혀진다.

김학범호,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18명의 대표팀이 급히 22명으로 늘어나면서 추가 발탁된 강윤성과 이상민이 곧바로 뉴질랜드전 선발로 나선 것도 맥락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왕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되돌릴 수 없다. 이 멤버로 최대한 잘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는 정태욱이 후반 막판 최전방으로 올라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가 전방에 위치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전은 실망스러웠고 긴 시간 동안 김학범호에 보낸 지지가 정말 맞았던 것인지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김학범호는 남은 경기에서 경기력으로 자신의 선택이 맞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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