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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광주=조성룡 기자] 광주FC 이순민이 숨겨뒀던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21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광주FC와 강원FC의 경기에서 홈팀 광주가 엄지성과 이순민, 이민기의 연속 골에 힘입어 상대 이한도의 자책골로 만회한 강원을 3-1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번 승리로 광주는 5월 2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강원은 9위에서 더 오르지 못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이순민의 골이었다. 후반 9분 코너킥 이후 페널티박스에서 흘러나온 공을 이순민이 강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 공은 절묘한 궤적으로 날아가 강원의 골포스트를 맞고 들어갔다. 모두가 탄성을 터뜨릴 만한 득점이었다. 다음은 광주 이순민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5월부터 승리가 없었다. 후반기를 준비하는 한 달의 시간 동안 팀으로 뭉쳐 위기를 이기려는 의지가 컸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우리는 팀으로 싸워야 이길 수 있다"라고 강조하셨다. 후반기 첫 경기를 홈에서 팀으로 똘똘 뭉쳤다. 어렵고 힘든 경기였지만 열심히 뛰어서 승점 3점을 팬들께 선물해 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골 순간을 한 번 되짚어 본다면?

전날 훈련할 때부터 코치님들이 세컨볼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세트피스가 있을 때 세컨볼 위치에서 공을 주시하라는 주문도 받았고 훈련도 했다. 그런데 후반전에 그런 장면이 나왔다. 공이 내게 굴러오는 순간 이상하게 들어갈 것 같았다. 운이 좋게 들어갔다. 경기에 필요한 골을 넣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굴러올 때 골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굴러 왔는지는 모르겠다. "때리면 들어가겠다"라는 감이 왔다. 아무 생각 없이 때렸다. 맞는 순간 날아가는 모양이 '무조건 들어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 넣고 세리머니의 의미는?

솔직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데뷔골이고 홈에서 들어간 골이다. 골 넣고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느낌이 처음이었다. 세리머니를 하는 것보다 골 넣고 돌아보니 열광해주시는 팬들이 보였다. 그 앞으로 가서 그 환호와 함성을 깊이 느껴보고 싶었다.

신기한 게 전날부터 주변 선수들이 계속 내게 "이제 좀 골 넣을 때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찬동과 이한도가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이 자꾸 나한테 왜 이러지, 나는 스트라이커가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속에 '뭔가 하나 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골을 넣는 것은 상상은 하고 있었는데 예상은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감사한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상대 감독이 영남대 시절 스승이었다.

아무래도 어떻게 보면 내가 프로에 올 수 있게 이끌어주셨던 분이고 지금도 정말 존경하는 은사님이다. 상대팀으로 만나면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지금 나는 광주에 소속돼 있고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독님이 이해해주실 것이다. 그리고 선수 입장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은사님께 할 수 있는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K3리그에도 있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당시에는 '그만둬야 하나'라는 진지한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내가 부족했고 모든 문제점이 내게 있었다. 그걸 보완하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많이 경험 없는 선수를 믿고 계속 기용해주시는 게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감독님이 동계훈련 때부터 "모든 선수들이 주전이 될 수 있고 경험과 커리어 상관 없이 훈련에서 보여주면 보여주는 그대로 경기장에서 기용하겠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게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동계훈련 때부터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기회를 주고 믿음을 주신 것 같다. 선수 입장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

사실 내가 2017년에 측면 수비수로 프로 데뷔를 했다.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여러가지 포지션에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을 훈련 때 보여드렸다. 이게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셔서 내가 기회를 얻은 것 같다.

나는 포지션에 크게 개의치 않는 스타일이다. 초등학교 때는 골키퍼로 축구를 시작했고 그 이후로 매년 포지션이 바뀌었다. 중앙 수비부터 공격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정말 농담 아니라 모든 포지션을 다 뛰어봤다. 사실 내가 경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팀의 어디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내가 활동량이 많고 헌신하는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하시는 것 같다. 기회를 주실 때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과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선수가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

만일 골키퍼를 해야 한다면 그것도 가능한가?

사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키가 컸다. 그래서 골키퍼로 축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성장이 조금 정체되면서 그렇게 키가 큰 선수가 되지 못했다. 골키퍼를 보라고 한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겠지만 아무래도 나보다 키가 큰 선수가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골키퍼를 봐야 하는 상황이 안왔으면 좋겠다.

정말 말을 잘하는 선수인 것 같다.

사실 내가 인터뷰 처음인데 맨날 이런 상상을 혼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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