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 “만년 2위? 우승 위한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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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경주=김현회 기자]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이 ‘최강’ 인천현대제철에 경쟁하는 각오를 전했다.

경주한수원은 19일 경주 황성 3구장에서 벌어진 2021 WK리그 홈 경기에서 나히의 두 골을 앞세워 인천현대제철에 3-1 완승을 거뒀다. 지난 라운드 보은상무와의 원정경기에서 6-0 대승을 거둔 경주한수원은 이날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2연승을 내달렸다. 경주한수원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며 선두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경주한수원은 9승 3무 2패 승점 30점을 기록하게 됐고 인천현대제철은 11승 1무 2패 승점 34점을 유지하게 됐다. 승점 7점차였던 두 팀은 승점 4점차로 격차가 좁혀지며 선두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날 경주한수원은 나히가 두 골을 넣었고 여민지가 한 골을 보태며 완승을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 후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은 4박 5일의 통 큰 휴가를 부여했다.

경기 종료 후 환한 표정으로 만난 송주희 감독은 “지난 보은상무전에서 6-0 대승을 거뒀는데 그날부터 전반전에 힘을 줬다”면서 “인천현대제철과의 맞대결을 특별하게 준비하지는 않았고 우리는 늘 이 정도 경기력을 루틴처럼 유지하고 있다. 오늘 승리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챔피언결정전까지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주희 감독은 “상대가 개인 기량이 좋다면 우리는 팀워크로 싸운다”면서 “오늘 선수들의 모습에 만족한다. 인천현대제철을 이겨서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감정이 특별하지는 않았다. 선수들에게 ‘90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올 시즌에는 후반전에 힘을 줬는데 생각을 바꿔서 전반전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주길 바랐다. 개인이 강해지니까 팀이 강해지더라. 선수들이 전반전부터 잘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경주한수원은 2-3-5 포메이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윤영글이 골문을 지켰고 이은지와 손다슬, 정영아, 박세라가 포백을 구축했다. 아스나와 박예은이 중원에 포진했고 김상은과 이네스가 양쪽 날개로 나섰다. 여민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나히가 최전방 원톱에 출격했다. 경주한수원은 전형적인 포백 수비로 인천현대제철을 막아냈다.

송주희 감독은 “2-3-5는 우리의 B플랜이다. 정확히 말하면 2-1-2 형태다. 그 위 공격진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포메이션’이 아니라 ‘형태’라고 말씀드리는 건 이 ‘형태’를 유지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B플랜보다는 우리가 지난 시즌에 잘했던 걸 먼저 하려고 한다. 상대에 따라서 전략을 달라진다. 상대가 수비를 깊숙이 내리면 우리가 기다리면서 플레이할지, 압박하면서 올라갈지 고민한다. 이런 걸 시종일관 경기를 하며 선수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전했다.

송주희 감독은 “오늘은 우리가 미드필드 라인을 올렸더니 포백 수비와의 간격이 벌어졌다”면서 “그래서 ‘그러면 상대가 공을 돌리게 놔두자. 대신에 상대가 미드필드에 들어오면 압박하자’고 했다. 수적인 우위를 점하고 촘촘한 플레이를 하려면 이런 게 잘 이뤄져야 한다. 오늘은 상대에게 덤비지 않고 기다리는 수비를 한 게 주효했다. 1로빈 라운드에서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2로빈 라운드가 되니까 선수 개개인이 좋아지면서 팀도 좋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경주한수원 선수들은 삥 둘러 서 송주희 감독과 협상(?)을 벌였다. 경기가 끝난 뒤 오는 22일까지 휴가를 주겠다는 송주희 감독에 맞서 선수들은 “더 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송주희 감독이 “그러면 23일까지 쉬라”고 하자 선수들은 “에이, 더 주세요”라고 답했고 결국 송주희 감독은 “그러면 푹 쉬고 24일 오전에 돌아오라”고 했다. 그러자 선수단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송주희 감독은 웃으면서 “선수들이 언제나 나에게 ‘딜’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다른 팀에서도 코치 생활을 오래했는데 여기 경주한수원은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서 “배우고 싶어하고 감독과 스태프들을 존중하는 매너가 있다. 내가 막 힘을 주지 않아도 팀이 힘 있게 간다. 선수들의 역량과 역할들이 좋아진다면 인천현대제철을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어떤 팀과 맞서도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오늘은 선수들이 결과를 낸 뒤 보상을 간절히 원하는 눈빛이라 긴 휴가를 안 줄 수가 없었다”고 웃었다.

현재 WK리그는 인천현대제철이 리그 8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에도 압도적인 전력으로 치고 나갔지만 경주한수원이 이번 경기를 잡으면서 인천현대제철의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렸다.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경주한수원과 인천현대제철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확률이 높다. 번번이 우승 길목에서 인천현대제철에 막혔던 경주한수원으로서는 올 시즌 인천현대제철의 리그 9연패를 막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경주한수원은 지난 시즌 상대 전적에서 인천현대제철에 2승 1무로 우위를 보였고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2차전에서 패하며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지난해 17승 3무 1패(승점 54점)를 기록하며 승점 1점 차이로 아쉽게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경주한수원은 올 시즌 설욕을 벼르고 있다. 2017년 창단 뒤 2018년부터 3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경주한수원은 이날 경기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인천현대제철의 강력한 대항마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냈다.

송주희 감독은 “오늘 오전에 스태프와 미팅하면서 나는 이게 숙명이라고 했다”면서 “2위여서 1위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경주한수원이 완성도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한국 여자축구의 판도를 바꾸는 역할도 해야한다. 만약 작년에 내가 부임하자마자 한 번에 우승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올 시즌에 완성도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거다. 작년에 정규리그에서는 다 갖춰 놓은 뒤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너졌다. 이걸 극복해야 하는 게 우리 경주한수원의 숙명이다. 우리는 단순히 2위를 한 팀이 1위를 하는 게 아니라 챔피언이 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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