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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홍인택 기자] 대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전하나시티즌은 1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경기에서 박진섭과 박인혁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동시에 노리는 대전은 어느새 5위까지 떨어져 있었고 분위기 반전이 시급했다. 대전으로서는 부진이 길어질 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10일 홈에서 서울이랜드에 0-2로 패배했을 때는 그동안 대전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서포터가 확성기를 들고 선수단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그 서포터는 "지는 것 때문에 화가난 게 아니다. 우리 팀은 투지가 없다. 투지를 보여달라"고 외치면서 선수단을 일깨웠다.

단순히 한 서포터의 외침이 팀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날 안양과 맞대결을 펼친 대전, 특히 벤치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보면 그동안 무기력했던 대전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경기에 뛰지 않아도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향해 끊임 없이 격려하고 '파이팅'을 외쳤다.

교체 명단에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벤치 옆에 있는 공간에서 몸을 풀며 팀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편이다. 어떤 선수들은 그저 몸 풀기에 여념이 없기도 하지만 김천상무같은 경우 몸을 풀면서도 끊임 없이 동료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곤 한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팬들이 경기장을 채우지 못하면서 팀 동료들의 응원과 파이팅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대전은 무기력했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 밖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도 좀처럼 입과 목소리를 열지 못했다. 하지만 안양과 맞붙은 대전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심지어 교체할 수 있는 세 명의 자원이 모두 교체되어 경기장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밖에 있는 선수들은 계속 운동장에 있는 선수들을 응원했다. 물론 벤치에서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전술 지시가 있었다.

경기 후 이민성 감독은 "선수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줬다"며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쫓아갈 수 이는 기회가 마련됐다. 앞으로 선수들이 정신적인 면과 투쟁심을 갖고 경기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민성 감독은 이어 대전을 변화시킨 방법을 밝혔다. 우선 이민성 감독은 '파이팅'이 부족했던 대전을 돌아보며 "내가 대전에 와서 제일 부족한 부분이었다. 선수들이 초반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다가 주춤하면서 성적이 안 좋아졌다.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우리 팀이 어느새 끈기가 없는 팀이 된 거 같다. 선수들에게도 많이 주입을 했다"고 전했다.

이민성 감독의 주입 방법은 특별했다. 이민성 감독은 하나의 동영상을 선수단에 공유했다. 유명을 달리한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의 동영상이다. 이민성 감독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정신적인 부분을 선수들과 공유했다"면서 "선수들이 그 부분을 보고 깨달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더이상 팀의 무기력함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서포터의 외침, 그리고 그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어떻게든 선수들을 일깨우기 위한 이민성 감독의 노력이 대전을 바꿀 수 있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다행히 이민성 감독은 성적보다도 "개인이 아닌 팀으로 움직이는 팀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다. 끈끈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대전이 계속 좋은 모습을 이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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