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광양=조성룡 기자] 충남아산 한용수는 프로 데뷔골보다 무실점에 더 기뻐했다.

1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전남드래곤즈와 충남아산FC의 경기에서 원정팀 충남아산이 한용수와 김찬, 김혜성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전남을 3-0으로 완파하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전남은 선두 싸움에서 한 발 뒤쳐졌고 충남아산은 중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날 충남아산 한용수는 잊지 못할 순간을 맞이했다. 한용수는 전반 19분 프리킥 상황에서 감각적인 헤더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팀의 선제골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한용수의 프로 데뷔골이었다. 지난 2012년 처음 K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한용수는 무려 9년 만에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특히 한용수는 그동안 프로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2년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후 한동안 K리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K3리그 소속 포천시민축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한용수는 강원FC와 광주FC에서도 뛰었다. 수비수라는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이 때까지도 데뷔골이 터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광양에서 자신의 첫 골을 성공시켰다. 다음은 충남아산 한용수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일단 내가 골을 넣은 것보다 무실점으로 세 경기 연속이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프로 데뷔골까지 9년이 걸렸다.

올해 데뷔 10년차다. 10년차에 데뷔골을 넣어서 정말 얼떨떨하다. 골을 넣고 무실점으로 팀이 승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경기 전부터 세트피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우리 팀이 세트피스에 강점이 있다. 그런데 중앙 수비수 중에 유일하게 나만 골이 없었다. 그래서 골을 좀 넣고 싶었다. 넣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전날에도 연습 많이 했고 동료들과 약속도 많이 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약속한 대로 그 쪽으로 움직였는데 공이 와서 운 좋게 머리에 맞고 들어갔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세리머니는 하려고 했는데 팀 선수들이 잡아서 못움직이게 해서 하지도 못했다. 그냥 감독님께 달려갔다.

다이빙을 할 정도면 득점에 대한 간절함이 컸던 것 같다.

일단 나는 발보다 머리가 더 정확하다. 그냥 머리가 나도 모르게 반응을 했던 것 같다. 대야 되겠다.

사실 내게 골 욕심이 그렇게는 많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경기부터 내게 공이 많이 오더라. 그래서 이거 좀 더 집중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연습할 때 더 집중했다. 마침 공이 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득점을 하지 못해 마음 고생이 있었는가?

평상시에 동료들이 놀린다. 특히 박세직과 유준수가 정말 많이 놀린다. "움직임은 좋은데 골 결정력이 진짜 없다"고 놀림을 당했다. 심지어 전남과의 경기 전에 점심 먹고 카페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러다가 골 넣으면 어떻게 하려고 해요 형들?"이라고 했다. 결국 골을 넣어서 형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정말 데뷔골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사다난한 프로 생활 끝에 데뷔골을 넣었다.

데뷔 10년차인데 부상으로 쉰 기간이 정말 많다. 제대로 경기를 다치지 않고 뛴 시즌이 데뷔 첫 해와 군 복무 끝난 직후 밖에 없다.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올해 충남아산으로 오면서 동계 훈련도 처음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소화했다.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은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그래서 충남아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박동혁 감독님도 많이 배려를 해주신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치료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일단 나는 이곳 충남아산으로 온 게 골을 넣으러 온 것이 아니라 무실점을 위해 왔다. 승리를 하지 못해도 내가 열심히 해서 무실점 하면 비긴다. 무실점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팀이 플레이오프에 가기 위해 선수들과 같이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골맛을 봤으니 또 골 욕심이 생길 것 같다.

전혀 아니다. 무실점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 최대한 수비 쪽에서 헌신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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