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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광양=조성룡 기자] 전남드래곤즈 전경준 감독이 진땀을 뺐다.

1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전남드래곤즈와 충남아산FC의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는 이상윤 해설위원이 등장했다. 이상윤 위원은 종종 경기장에 취재진이 많지 않을 경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을 던진다. 이날도 이상윤 위원은 "기자 한 명이래서 왔지"라고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상윤 위원의 등장은 감독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젊은 감독이 많은 K리그에서 이상윤 위원은 선배인 경우가 많다. 전남 전경준 감독도 후배다. 프로필 상으로 이상윤 위원은 1969년생이고 전경준 감독은 1973년생이다. 전 감독이 네 살 어리다. 전 감독도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면서 부담스러운 표정을 쉽게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윤 위원이 부담스러운 것은 나이 뿐 만이 아니다. 날카로운 질문도 던지기 때문이다. 이상윤 위원은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전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 감독이 선수 시절에 상당히 세련되게 공을 찼는데… 전남이 아직까지 그렇지는 못한데 좀 아쉽지 않나요?" 감독의 선수 시절까지 꺼내면서 전남의 수비적인 축구 스타일에 대해 돌직구 아닌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그러자 전 감독도 살짝 한숨을 쉬더니 "맞아요. 제대로 보셨어요"라고 말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전제 조건부터 말했다. 전 감독은 "기본적으로 팀을 맡아서 운영하게 되고 시즌을 준비할 때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한다"라면서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면 어떤 기회도 오지 않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세련된 축구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빠르게 입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테일하게 살펴보면서 잘 진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라면서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간헐적으로 어느 한 쪽에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 안에서 상대를 어렵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수비를 강하게 해야 하고 공격할 때는 돌파를 못해도 뺏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많이 뛰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전 감독은 "여러가지 상황을 하나하나 해가고 있다. 다만 내가 수비에 치중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라면서 "균형을 맞추면서 공수 숫자를 늘리거나 줄인다. 지금은 공격 쪽에 숫자를 최대한 남기려고 노력한다. 그 형태에서 득점을 하거나 못하는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이 꿈꾸는 축구는 '공격적이고 세련된 축구'다. 그는 "이기는 축구를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재미도 있고 승점도 따내고 싶다. 물론 지금 우리 팀의 모습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장은 안되지만 뭐 때문에 되지 않는지 찾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 있다. 지금 공격 작업이 수월하게 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잘 숙지하고 있어 기회가 오고 있다. 우리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 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축구 선배가 질문했기 때문일까? 이 질문 하나에 전 감독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답변했다. 그리고 전 감독은 갑자기 기자를 향해 "제가 너무 길게 말했나요?"라고 질문했다. "정리할 예정이기에 문제 없다"라고 답변하자 전 감독은 그제서야 웃더니 이상윤 위원에게 농담 섞인 투정 한 마디를 던졌다. "오지 마." 이상윤 위원은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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