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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산=김현회 기자]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인도네시아 팬들 30여 명이 몰려들었다.

17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2 2021 부산아이파크와 안산그리너스의 경기가 열렸다. 부산이 박정인의 두 골과 상대 자책골, 이상헌의 골을 묶어 4-0 승리를 거뒀다. 최근 세 경기에서 무득점하며 2무 1패를 기록했던 부산은 이로써 무득점 및 무승 행진을 마무리했고 5경기 연속 무패(2승 3무) 중이던 안산은 대패하며 분위기가 꺾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는 약 30여 명의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안산에서 뛰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아스나위를 응원하기 위한 관중이었다. 이들은 경기 전부터 자리를 잡고 기념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달궜다. 구덕운동장 한 섹터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최근 K리그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원정팬들의 입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원정팀 유니폼을 입거나 원정팀을 응원하는 구호만 외쳐도 퇴장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날 인도네시아인들이 대거 경기장에 등장하자 부산 관계자들도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애매했다. 이들을 퇴장 조치하려면 상대팀 유니폼이나 응원 구호 등의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아스나위를 응원하기 위해 온 팬들이지만 이들은 방역 수칙을 어기거나 상대팀을 응원하는 등의 모습이 없었다. 부산 인근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이어서 지역간 이동도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전 부산 구단 관계자가 해당 팬들에게 다가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안산 응원 안 돼. 아스나위 응원 안 돼.” 그러자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어로 “알았어. 응원 안 해”라며 웃었다.

실제로 이들은 조직적으로 아스나위를 응원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안산의 공격 때만 환호를 보낸 것도 아니었다. 이들은 양 팀이 좋은 기회를 잡을 때마다 관중의 일부로서 박수를 보내고 아쉬워했다. 혹시라도 모를 사태를 대비해 안전 요원이 이들 곁에서 전반전 내내 상황을 주시했지만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프타임 때 이들 중 일부가 인도네시아 국기를 꺼내 들고 기념 사진 촬영을 했다. 우리로 치면 손흥민을 응원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에 가서 태극기를 펼쳐들고 기념 사진을 한 장 남기는 것과 다를 게 없는 행동 아닐까. 하지만 곧바로 안전요원이 이를 제지했다. “인도네시아 국기는 꺼내지 말아달라”고 했고 결국 이들은 황급히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인도네시아 국기를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이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한 부산 관중은 “여기가 부산이야. 자카르타야”라면서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나위의 등장은 K리그의 풍경까지도 바꿔놓고 있다. 심증으로는 아스나위를 응원하러 온 팬들이 맞지만 물증은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부산 구단의 살림에 보탬을 줬다. 부산 관계자는 “오늘 인도네시아 분들이 우리 MD샵을 방문해 머플러와 티셔츠 등 구단 MD를 싹쓸이 해갔다. 평소보다 많은 MD 상품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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