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보은=조성룡 기자]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2일 보은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화생명 2021 WK리그 13라운드 보은상무와 경주한수원의 경기에서 주축 공격수인 김상은과 이네스, 나히가 각각 두 골 씩을 기록한 원정팀 경주한수원이 홈팀 보은상무를 6-0으로 대파하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최근 두 경기 무승을 거둔 경주한수원은 인천현대제철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세를 올렸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은 행복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송 감독은 "힘들고 고통이 뒤따라야 그 다음 좋은 결과가 수반되는 것 같다"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지는 경기가 거의 없었다. 이기는 것에만 익숙했다. 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내성이 없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런 내성이 새이기까지 두 경기 정도 시간이 걸린 것이다"라면서 "이와 함께 새로운 플랜을 가동하면서 답답할 만큼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완벽한 기회에서 득점을 놓치고 바로 실점했던 것들이 있었다. 이번 콘셉트는 후반전에 승부 본 것을 바꿔 전반전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이게 맞아 떨어졌다.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낸 선수들에게 고맙고 정말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창 1위 인천현대제철을 따라가야 할 경주한수원이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는 1무 1패를 거두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도 스트레스였겠지만 송 감독 역시 힘들었을 것이다. 이 질문이 나오자 송 감독은 웃으면서 "나는 정말 잠 못이루는 밤이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송 감독은 "나는 우리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경기력의 정도를 다 안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그 모습이 발현되지 않고 한계를 드러낼 때가 있다"라면서 "이 문제를 내 탓으로 돌리고 나의 문제점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지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누구나 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내가 좀 더 그랬던 것 같다. 패배에 좀 더 여유를 갖고 한 템포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1무 1패로 주춤했던 경주한수원은 보은상무를 상대로 여섯 골을 퍼부으며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다득점에 무실점까지 완벽했던 한 판이었다. 송 감독은 "득점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선수들의 자신감을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이다"라면서 "다득점도 좋지만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장면을 선수들이 해결해줬다. 다음 경기가 인천현대제철전이다. 이 경기를 잘하면 인천현대제철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보은상무전 대승보다 다음 경기 준비에 있어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은 송 감독이 경기 중 윤영글 골키퍼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경기 중 골키퍼가 교체되는 것은 흔하지 않다. 이에 대해 송 감독은 "윤영글은 동료 골키퍼 후배들에게 배려심이 넘치고 항상 고민하는 선수다. 이번에는 필드 플레이어들이 이룬 성과에 대한 보너스를 골키퍼에게 줬다"라면서 "시즌 내내 윤영글은 골문을 책임지고 맡아줘야 하는 소명이 있다. 이럴 때 여유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알고보니 경주한수원은 인천현대제철전을 위해 보은상무를 상대로 총력전을 벌였다. 송 감독은 "보은상무전은 순위 싸움을 떠나서 힘을 더 줬다. 여자축구에서는 흐름을 타는 것이 굉장히 민감하다. 선수들에게 확실히 이기자는 메시지를 줬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최강의 경기력으로 우리 경주한수원이 모든 것을 다 꺼내놓았다. 이 계획을 선수들이 다 이행해줬다. 2년 동안 이렇게 대량 득점한 경기가 없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라고 밝혔다.

송 감독은 계속해서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이길 때는 영예롭게 이기고 질 때는 기품있게 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에게 경기력과 상관 없는 매너 부분도 많이 신경쓴다"라면서 "이번 경기에서는 비주전 선수들까지 모두의 매너가 훌륭했다. 그래서 온전히 한 팀이 될 수 있었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너희들 덕분에 스태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제 경주한수원은 추격을 위해 인천현대제철전을 준비한다. 추격하는 입장은 항상 고달프기 마련이다. 하지만 송 감독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첫 번째 로빈 라운드에서 우리가 추격을 당하는 입장이었다. 안하던 걸 하다가 이제는 다시 추격한다"라면서 "우선은 이게 맞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송 감독은 "완벽한 팀은 없다. 하지만 최강팀으로 가야한다"라면서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넓은 틀에서 보고 있다. 지거나 비기더라도 1위를 이기기 위해서 훈련하는 과정인 것이다. 추격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우려보다는 자신감으로 인천현대제철을 만날 생각이다"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송 감독은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2020년에 1강 체제를 우리가 삭제했다"라면서 "이제는 동등한 위치에서 맞붙어 이기고 뛰어넘는 것이 중요해졌다. 우리가 지난 시즌 리그에서 인천현대제철을 다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서 패배했다. 올해는 신이 반대로 계획하실 것 같다. 우리는 리그에서 인천현대제철을 상대로 모든 시행착오를 다 겪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천현대제철을 꺾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송 감독의 시선은 그 너머를 향해 있었다. 그는 "경주한수원이 여자축구의 1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금 우리는 WK리그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주한수원의 노력과 저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박수 쳐줄 때까지 잘 준비할 것이다"라면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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