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병역 혜택 우선주의’ 사라진 김학범호를 응원한다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20 도쿄올림픽이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여파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회지만 막상 올림픽이 열린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어떤 감동 드라마가 전해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성적이 가장 궁금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동메달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이미 병역혜택 받은 황의조와 김민재의 올림픽행
김학범 감독의 선수 선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만을 나타낸 이들도 있다. 어린 선수들의 꿈을 볼모로 마지막까지도 과하게 경쟁시킨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정 부분 동감한다. 하지만 경기를 불과 열흘 앞둔 상황에서 지금은 비판보다는 응원을 보내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대회가 다 끝나고 나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짚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병역 혜택 최우선주의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껏 우리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나갈 때마다 그 놈의 병역혜택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메달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온 몇몇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군대 빼주기 대작전’을 펼쳤다. 병역 혜택을 이미 받았거나 군필 선수는 아예 와일드카드에서 제외하고 선수단 구성을 고민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에서 대놓고 말은 못해도 대표팀 성적에 반감을 가진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나도 조금은 그랬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을 보면서 선수 선발의 제1원칙이 병역 혜택이 아니라는 점이 대단히 반갑다. 병역 혜택은 아예 선수단 구성에서 배제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과 금메달을 합작했던 황의조(보르도)와 김민재(베이징궈안), 정태욱(대구), 김진야(서울), 송범근(전북) 등이 이번에도 명단에 올랐다. 과거 같았으면 병역 혜택을 이미 받은 선수들은 팀에서 차출도 해주지 않을뿐더러 선수들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대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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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먹튀’들이여, 이들을 보라
병역 혜택만 쏙 받아먹고 ‘먹튀’하는 이들이 여러 종목에 존재하는 가운데 나는 병역 혜택을 떠나 도전 그 자체를 즐기는 우리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병역 혜택만 받은 뒤 그 이후로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단 한 번도 대표팀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종목 선수들에 비하면 김학범호는 정말 ‘국가대표’라는 의미를 제대로 심어줬다. 국내에 더 체류하다가는 군대에 끌려갈 상황에 놓여서 일본에서 따로 훈련을 하며 병역 혜택을 얻는 데 성공한 선수도 있었다. 그 사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걸린 병역 혜택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 같아 기쁘다.

황의조와 김민재는 사실 올림픽에 안 나와도 된다. 23세 이하에 해당하는 선수도 아니고 이들은 이미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혜택을 얻었다. “소속팀에서 차출을 반대한다”는 그럴 듯한 핑계를 대면 그 누구도 이들이 올림픽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부상 핑계도 귀찮은(?) 올림픽에서 빠질 수 있는 좋은 핑계다. 그런데 이들은 김학범 감독이 부르자 곧바로 달려왔다. 과거였으면 축구계에서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는 빼고 와일드카드를 논하자”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오로지 이런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기량만 100% 놓고 와일드카드를 고심했다.

이렇게 분위기를 만든 대한축구협회와 김학범 감독, 그리고 국가의 부름에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이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니 우리가 언제부터 올림픽에서 메달 좀 땄다고 병역 혜택부터 따지고 있나. 올림픽 그 자체로의 도전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황의조와 김민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정태욱(대구), 김진야(서울), 송범근(전북) 등도 이미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기꺼이 이번에도 대표팀의 부름에 응했다. 이들이 혹시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따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축구 그 자체를 위한 도전이다.

손흥민과 오세훈, 그들에게도 박수를
손흥민(토트넘)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손흥민은 자신이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직접 구단까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김학범 감독이 선수 혹사를 우려해 그를 차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가 구단까지 설득하며 올림픽 출장 의지를 보였다는 건 진정한 국가대표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솔직히 올림픽을 앞두고 책임감을 보여준 이런 선수들의 행동에 감동받았다. 군대에 곧 가야하는 선수들의 군대 면제용 선발 정황이 단 1%도 없었다. 이게 상식이지만 우리는 지금껏 이런 상식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었다.

오세훈(울산현대)을 생각하면 안타까우면서도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9년 U-20 청소년 월드컵에 참가했던 오세훈은 이후 아산무궁화 임대를 떠났다가 곧바로 상주상무에 입대했다. 차세대 국가대표 공격수로 기대를 받은 그는 모르긴 몰라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병역 혜택 기회가 찾아올만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만 20세의 나이에 군대에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군대에서 출장 경험을 쌓고 이 경험을 토대로 2020년에 열리는 올림픽에 꼭 나가고 싶습니다.”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싶다며 군대에 간 특이 케이스다. 군대에 안 가려고 올림픽만 기다리는 선수도 있는데 정 반대였다.

하지만 이후 일이 꼬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1년 늦춰졌고 오세훈은 그 사이 만기 전역했다. 군 생활을 마쳤으니 올림픽에 안 나가도 될 법했다. 올림픽을 오로지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이들이라면 이미 제대한 그가 올림픽에 나가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세훈은 올림픽 최종명단에서 탈락한 뒤 깊은 슬픔에 빠졌고 눈물까지 보였다. 그에게 있어 올림픽은 단순히 병역을 해결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그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오세훈의 눈물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군 면제용 선수단’ 아니라 더 응원한다
김학범 감독은 “병역 특례 여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최고의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선수 선발에 있어서 논란은 있었지만 적어도 이 팀이 병역 혜택이라는 합법적 군 면제를 위해 모인 팀이 아니라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아마 수년 전 과거였다면 유망한 축구선수 챙겨야 한다고 와일드카드로 석현준 운운하는 분위기였을 텐데 이런 사정 봐주지 않고 갖출 수 있는 100%의 전력으로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게 된 분위기가 반갑다. 사정 다 봐줘가면서 군 면제용 대회로 전락하는 순간 대표팀은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김학범호에는 군 입대를 앞둔 선수도 있고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도 있다. 아직 군 입대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선수도 있다. 김학범 감독은 누구 한 명이라도 더 군대를 빼주기 위해 이번 대회에 임하는 게 아니다. 최근 K리그가 열리는 춘천에서 하프타임 때 만난 김학범 감독은 담배를 세 대나 태우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우리가 올림픽 나가는 걸로 만족할 팀이 아니잖아. 나갔으면 메달은 하나 따와야지.” 원하는 성과를 내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병역 혜택이라는 ‘보너스’까지 챙겼으면 한다. 병역 혜택보다는 축구 그 자체에 더 집중하는 김학범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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