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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김천=조성룡 기자] 비는 홈팀 김천상무의 편이 아니었다.

10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김천상무와 FC안양의 경기에서 백동규와 하남, 모재현, 홍창범이 릴레이 골을 기록한 원정팀 안양이 박상혁과 허용준의 만회골에 그친 홈팀 김천을 4-2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1위 자리를 놓고 벌인 싸움에서 안양이 웃었다.

이날 김천 경기장의 변수는 비였다. 사실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반 전까지 김천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구름은 제법 있었지만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날씨가 아니었다. 그래서 사전 기자회견에 등장한 김천 김태완 감독의 "비가 많이 온다"라는 말에 취재진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직전 김천 경기장에는 어마어마한 폭우가 내렸다. 순간적으로 비가 퍼부었다. 김천의 그라운드에는 물이 고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스태프가 그라운드로 투입돼 고인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도 부족했고 인력도 부족했다. 전반전 김천 진영 페널티박스의 물은 제대로 제거되지 못했다.

김천 경기장에 쏟아진 폭우는 30분도 되지 않아 거의 그쳤다고 볼 정도로 가늘어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때 다 퍼내지 못한 물이 치명적 변수가 되고 말았다. 전반 4분 터진 백동규의 선제골과 전반 43분 하남의 리그 데뷔골은 똑같은 패턴이었다. 페널티박스 앞에서 날린 중거리 슈팅이 굴러가면서 김천의 골문 구석에 꽂혔다.

똑같은 중거리 슈팅이었다. 문제는 이 중거리 슈팅이 하필이면 똑같이 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중거리 슈팅은 잔디에 고여있는 빗물의 영향으로 불규칙 바운드가 생겼다. 이로 인해 김천 강정묵 골키퍼가 제대로 슈팅의 궤적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후반전에는 그 진영으로 공격하는 김천이 빗물이라는 변수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두 골을 내주며 힘이 빠진 김천은 오히려 안양에 추가 실점을 줄줄이 허용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뒤늦게 추격골이 연달아 터졌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김천 이흥실 단장은 "비가 우리 편이 아니다"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고 안양 구단 관계자는 시원한 승리에 싱글벙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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