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그리너스

[스포츠니어스 | 잠실=김현회 기자] 고정운 감독에게는 만감이 교차하는 경기였다.

서울이랜드와 안산그리너스가 5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1 경기에서 0-0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서울이랜드는 10경기 연속 무승(6무 4패)의 부진을 이어나갔고 안산그리너스는 네 경기 연속 무패(1승 3무)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두 팀 모두 승점 3점을 따내기 위해 막판까지 집중한 혈투였다.

이 경기를 관중석에서 초조하게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로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 고정운 감독이다. K리그2 FC안양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그가 경기장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일단 아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서였다. 고정운 감독의 아들 고태규는 안산그리너스 수비수로 이날 선발 출장했다. 고정운 감독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진지하게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올 시즌 10경기에 출장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고태규는 이날 전반전만 뛰고 교체 아웃됐다. 활약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전술적인 변화였다. 전반 서울이랜드 장윤호의 퇴장 이후 수적 우세를 잡은 안산은 고태규를 대신해 두아르테를 투입하면서 공격적인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고정운 감독은 후반 들어서도 계속 경기에 집중했다. 경기장을 찾은 또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김예성이었다.

김예성은 최근 안산그리너스가 영입한 선수다. 2018년과 2019년 대전시티즌에서 뛰었던 그는 이후 K리그에서의 도전을 멈춰야 했다. 프로 무대에서 뛸 기회가 없어진 김예성이 지난 시즌 몸 담았던 곳이 바로 K3리그 김포시민축구단이었다. 민준영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보낸 안산은 급하게 측면 수비 자원을 물색했고 김예성과 계약을 맺었다. 이날은 김예성이 안산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었다.

안산은 후반 26분 이준희를 대신해 최근 새롭게 영입한 김예성에게 기회를 줬다. 아들이 빠지자 애제자가 그라운드에 투입되자 고정운 감독이 더 집중해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고정운 감독은 “내가 정말 아끼던 선수”라면서 “지난 주 수요일까지 우리 팀에 있었다. 내가 그날 풀타임으로 썼고 그 다음 날 안산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부터 부상이나 경고누적이 아니면 내가 풀타임으로 썼던 선수다”라고 김예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예성은 주중 K3리그를 소화하고 닷새 만에 K리그2 무대에 서게 됐다.

고정운 감독은 “보내고 싶지 않은 선수였는데 우리로서는 어쩔 수다 없다”면서 “선수의 미래를 위해 안산에 보냈다. 풀백 포지션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고 우리팀 에이스였다. 아마 안산에서도 잘할 것이다. 성실한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고정운 감독으로서는 아들과 애제자가 번갈아 뛰는 이날 경기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안산이 수적 우세 속에서도 0-0으로 경기를 마치자 고정운 감독은 곧장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보니 이런 속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아, 우리 아들과 내 제자가 안산에서 그마만큼 잘해줘야 되거든요. 늦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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