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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5일 만에 그가 돌아왔다.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FC안양과 전남드래곤즈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술렁였다. 원정팀 전남 때문이었다. 전남의 선발 명단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바로 최호정이었다. '전남' 최호정이 안양에 방문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호정은 불과 며칠 전 전남으로 이적했다. 안양에서 세 시즌 반을 뛰며 주장까지 역임했던 최호정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전남으로 이적했다. 그의 이적 공식발표가 나온지 불과 5일 만에 최호정은 다시 안양으로 돌아왔다. 안양의 심장이 아닌 적으로 돌아왔다.

사실 안양은 이 이적을 바라지 않았다. 구단 고위 관계자부터 선수들까지 최호정의 이적을 원하지 않았다. 최호정이 안양의 원클럽맨이거나 리그를 호령하는 독보적 존재여서가 아니다. 최호정은 어느 새 안양의 정신적 지주가 돼 있었다. 그렇기에 최호정이 떠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최대호 안양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최 시장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 최호정이 전남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최 시장은 "현실적인 문제로 선택을 한 것이니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최호정이 떠난 게 참 아쉽다. 지난 시즌에 주장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경기 전에 최호정을 만나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해라'고 격려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호정은 축구선수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전남 이적을 택했다. 경기 전 안양 이우형 감독은 굳이 "선수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그만큼 최호정을 보내기 싫었던 안양의 마음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최호정의 흔적은 안양에 남아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단이 참여해 만든 코로나19 예방 영상의 첫 번째 등장인물은 최호정이었다. 여전히 안양 팬들의 등에는 최호정이 새긴 유니폼도 많았다. 안양에서 최호정은 이적을 했다고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가 떠나니 더욱 실감이 났다.

반면 전남은 최호정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경기 전 전남 전경준 감독은 "시즌 초부터 영입하려고 했다"라면서 "결국 우리 품에 왔고 굉장히 반갑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극찬의 표현이다. 그리고 경기를 시작하니 전남은 최호정을 활용해 백 포와 백 파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왜 전남에 최호정이 필요했는지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 치열했던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됐다. 최호정은 이적 하자마자 나선 첫 경기에서 풀타임까지 소화했다. 이후 최호정은 안양 벤치로 가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자 서측 좌석에 있던 안양시 'VIP'들이 최호정을 부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안양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원, 지역 유지들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만큼 최호정은 안양에서 사랑 받은 존재였다.

물론 이제 최호정은 전남 선수다. 그 역시 기자회견에서 "전남과 안양이 같이 승격하자. 하지만 1위는 전남이다"라면서 현 소속팀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호정의 흔적은 안양에 남아있다. 안양 구단 관계자는 "홈페이지부터 버스 정류장 광고판과 영상까지 빼야 할 '최호정'이 너무 많다"라고 한숨을 쉬었지만 그 한숨에는 일에 대한 고됨보다는 최호정이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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