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A SNS 캡쳐

유상철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유상철 감독은 지난 7일 췌장암 투병 끝에 안타깝게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는 A매치 124경기에 출장하며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다. 그가 향년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많은 이들은 고인을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유상철. 우리는 그를 2002 월드컵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그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크나큰 기쁨을 준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 감정은 오롯이 우리 만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월드컵 4강'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 쉬울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꿈도 꾸기 어렵다. 오직 이를 맛본 우리들이 그 행복의 무게를 안다.

하지만 그는 우리만 추억하는 인물은 아니다. 故유상철 감독은 2002 월드컵 영웅이기 전에 한 명의 축구인이었고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그를 추억하고 추모하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세계 곳곳에서 故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모습을 정리해봤다.

일본이 故유상철을 기억하는 이유

한국을 제외하고 추모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故유상철 감독이 선수 시절 제법 오래 뛰었던 무대다. 그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본 무대에서 故유상철 감독은 J리그 113경기를 뛰며 44골을 넣었고 요코하마에서는 리그 2연패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래서 투병 당시 일본의 팬들이 '할 수 있다 유상철 형'이라는 문구로 응원하는 걸개를 제작했다. 이후 故유상철 감독은 투병 도중 일본의 닛산 스타디움을 찾아 자신을 응원해준 요코하마 서포터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많은 팬들도 그의 쾌유를 기원했지만 안타까운 비보를 접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 매체들은 故유상철 감독의 선수 시절에 대해 다시 한 번 조명하면서 그를 추모했다. 일본 매체인 '풋볼존'은 "한국 뿐 아니라 J리그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선수"라고 故유상철 감독을 회상하면서 "안타깝게도 너무나 빨리 이별하게 되고 말았다"라면서 그를 추모했다.

'사커 다이제스트' 또한 故유상철 감독을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역동적으로 소화했던 슈퍼 멀티 플레이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슬픈 부고가 도착했다. 한일 양국에서 활약했던 유상철과 너무 빠른 이별을 하게 됐다"라며 슬픔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유럽의 故유상철 추모 '위대한 축구 영웅 중 한 명'

유럽에서도 故유상철 감독의 부고는 빠르게 전해졌다. 유럽은 그가 선수 시절 꾸준히 이적설이 불거졌던 곳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비롯해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의 이적설이 있었고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와도 연결된 적 있다. 그만큼 故유상철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에서도 故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보도는 제법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등의 매체에서는 "2002 월드컵 영웅이자 세계를 놀라게 했던 유상철이 세상을 떠났다"라면서 그가 과거 FIFA 올스타 팀에도 뽑혔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오늘 한국 축구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던 영웅을 잃었다"라고 표현했다.

스웨덴 언론에서는 故유상철 감독을 '위대한 축구 영웅 중 한 명'이라고 묘사했다. 특히 이 매체는 그가 과거 바르셀로나가 영입전에 나섰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유럽에 왔다면 반드시 성공했을 선수"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 등 잉글랜드 명문 구단에서도 추모의 뜻을 드러냈다.

ⓒ 토트넘 홋스퍼 SNS

특히 과거 2002 월드컵에서 만났던 폴란드의 축구 팬들도 故유상철 감독의 별세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과거 고인은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대한민국의 역사상 월드컵 본선 첫 승을 확정짓는 쐐기골을 넣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는 "우리에게 비록 부끄러움이 남는 경기지만 그는 훌륭했고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영원한 월드컵 영웅"

국제축구연맹(FIFA) 또한 故유상철 감독을 추모했다. 특히 그들이 남긴 코멘트는 가슴을 울린다. FIFA는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영원한 월드컵 영웅"이라면서 "그는 한국이 2002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우리는 그의 유족과 지인, 그리고 한국 축구계를 항상 생각할 것이다"라고 위로를 건넸다.

그렇다. 故 유상철 감독은 우리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우리 만의 영웅은 아니었다. 그는 향년 49세라는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짧은 시간 남긴 그의 발자취와 흔적은 결코 가볍게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가슴 한 켠에는 그가 남겨준 기억을 품고 산다. 살면서 한 사람의 기억에도 남기 어려운 세상에 그는 대단한 일을 했다. 그리고 너무 안타깝게 우리를 떠났다.

2002 월드컵이 열린지 벌써 20년이 지나간다. 우리는 애국가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故유상철 감독이 골을 넣고 환하게 웃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그가 떠난다. 하지만 과연 그 미소를 다른 장면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그가 남겨준 행복한 기억이 너무나도 컸기에 당분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일찍 떠난 故유상철 감독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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