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고양=김현회 기자] 9일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에는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걸개가 내걸렸다. 이는 모두의 마음을 모은 것이었다.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유상철 감독은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3일장을 치른 뒤 고인은 9일 어머니를 모신 충북 충주시 진달래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열린 벤투호의 스리랑카전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특히나 유상철 감독 유니폼을 입고 온 팬들도 눈에 띄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걸개가 내걸렸다. 이들은 ‘그대와 함께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걸개를 걸었다.

이날 경기장에 이런 내용의 걸개가 걸릴 수 있었던 건 인천유나이티드와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붉은악마 중앙운영팀, 대한축구협회 등이 뜻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기를 앞두고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측에서 붉은악마 인천지회에 연락을 했다. “혹시 유상철 감독님을 위한 추모 걸개를 걸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두 단체는 사실상 큰 뿌리는 같다. 인천에 사는 붉은악마가 곧 ‘파랑검정’이고 ‘파랑검정’이 붉은악마 활동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붉은악마 인천지회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날 경기장에 내걸린 ‘그대와 함께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걸개에는 작게 ‘파랑검정’이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보통 해당 지역 붉은악마와 연고지내 K리그 서포터스는 활동하는 이들이 비슷해도 A매치 경기에서 K리그 서포터스 이름으로 내건 걸개가 내걸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모두 유상철 감독의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며 이 걸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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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에서도 유상철 감독 추모를 위한 통천을 준비했다. 이 통천은 경기 시작 전 유상철 감독 추모 영상이 나오고 묵념을 진행할 때 관중석에 크게 펼쳐졌다. 유상철 감독이 인천유나이티드 시절 밝게 웃는 모습을 구단에서 통천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측은 자신들이 준비한 걸개를 붉은악마 중앙운영팀에 전달하면서 구단에서 준비한 이 통천도 함께 건넸다. 사전에 A매치 경기 때 사용되는 걸개와 통천 등은 협회의 허락이 필요한데 이날 협회도 유상철 감독의 추모에 뜻을 같이 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유상철 감독을 추모했다. 인천유나이티드 구단과 서포터스, 붉은악마, 대한축구협회가 같은 마음으로 이날 유상철 감독을 위한 걸개 설치에 힘을 보탰다. 김신욱은 전반전 선취골을 넣은 뒤 미리 준비한 유상철 감독의 유니폼을 받아들고 고인을 기렸다. 장례식을 마무리한 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협회는 경기 전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영상을 제작해 틀었다. 경기장 곳곳에는 현역 시절 유상철 감독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많았다.

붉은악마 인천지회 대표이자 ‘파랑검정’ 회원인 김창섭 씨는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라면서 “인천을 거쳐간 감독님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나서서 추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상철 감독은 외롭지 않게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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