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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고양=김현회 기자] “어디에서 봐야한다고요?” “왜 노트북으로는 안 나오죠?” 고양종합운동장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는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가 열렸다. 한국은 이날 한참 실력이 떨어지는 스리랑카를 상대로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여유롭게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아 취재진은 경기 전 여유를 즐기며 경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대혼란이 벌어졌다. 현장 취재진은 그라운드를 집중해 경기를 보다가도 애매하거나 중요한 상황이 나오면 노트북을 통해 중계 영상을 확인한다. 그래야 어떤 선수가 파울을 했는지, 어떤 선수가 결정적인 패스를 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경기 시작 전부터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 등이 진행되며 온전히 경기 준비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취재진 대부분은 경기 킥오프에 맞춰 노트북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중계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포털 사이트는 주요 경기를 실시간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포털 사이트에서는 한국과 스리랑카의 중계를 찾을 수 없었다. TV조선이 독점 중계권을 구입한 가운데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중계는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순간 혼란이 벌어졌다. 일반 관중석에서도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앱 설치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았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어디에서 실시간 중계 시청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경기가 시작한 뒤였다. 쿠팡플레이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이들은 해당 홈페이지를 찾아 PC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로그인 후 접속을 시도했지만 쿠팡플레이는 모바일 생중계만 제공했다. 노트북으로는 아예 경기를 볼 수 없었다. 부랴부랴 여기저기에서 스마트폰에 ‘쿠팡플레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번거로운 과정을 포기하고 오로지 그라운드만 응시해 기사를 쓰는 이들도 있었다.

현장 취재에서 실시간 중계 관람은 필수다. 경기장에는 초고화질 전광판이 설치돼 있지만 규정상 파울 장면이나 슈팅 장면 등은 보여주지 않는다. 관중석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자칫 흥분해 소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은 이날 현장에서 눈으로 벌어지는 장면 외에는 아예 리플레이를 볼 수가 없었다. 이날 후반 12분 스리랑카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장 전광판에는 리플레이가 나오자 이를 바로 끊었다.

경기장 리플레이에 의존했던 관중들은 순간 리플레이가 나오지 않자 탄식을 내뱉었다. 현장에 있던 관중은 이 퇴장 장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없었다.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한 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기사를 쓰는 취재진들의 모습도 포털 사이트에서 편하게 영상을 제공할 때와는 다른 불편함이 엿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시청자들도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해야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경험한 뒤 불편함을 소호했다. 이날 쿠팡플레이의 모바일 중계를 처음 경험한 이들은 “화질이 떨어지고 딜레이가 너무 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중계권이야 살 수 있지만 독점해 놓고 PC로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지 않은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정상적인 루트로 PC를 통해 국가대표 경기를 못 보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날 경기를 PC로 시청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인 루트는 스리랑카축구협회 공식 유튜브를 통하는 것이었다. 스리랑카축구협회 공식 유튜브로 재생된 장면은 쿠팡플레이에서 약 1분 뒤 재생됐다. 그만큼 쿠팡플레이 앱 중계의 딜레이가 심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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