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추모⑤] 그와 나눴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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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유상철 감독은 지난 7일 췌장암 투병 끝에 안타깝게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는 A매치 124경기에 출장하며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다. 그가 향년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많은 이들은 고인을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유상철 감독은 현장에서 만나면 늘 밝게 웃는 지도자였다. 농담도 잘 건넸고 가끔은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경기를 앞두고 예민한 감독들도 있지만 유상철 감독은 경기 전 만나면 늘 한결 같은 모습이었다. 투병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늘 덤덤한 모습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스포츠니어스>는 2016년 창간 이후 현장에서 줄곧 유상철 감독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강원도 태백에서, 인천에서, 제주도에서, 경남 창원에서, 포항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경기장에서 그와 만났다. 그와 나눴던 인터뷰 내용을 돌이켜 보면 당시 상황과 그의 표정이 자세하게 떠오른다. 그는 늘 밝고 좋은 사람이었다.

울산대 유상철 감독 ⓒ 스포츠니어스

울산대와 전남, 유상철 감독의 발자취
2017년 7월 유상철 감독을 강원도 태백에서 만났다. 당시 제4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유상철 감독이 이끄는 울산대는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대를 만나 5-0 대승을 거뒀다. 이후 밝은 표정으로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유상철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로 현역 시절 뛴 경험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미드필더만 했다면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수 때 다양한 자리에서 출전했던 경험이 지도자를 하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울산대는 U리그 11권역에서 10경기 26득점 4실점으로 전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때 설영우가 유상철 감독과 함께 했었다.

2018년 3월에는 수원에서 유상철 감독을 만났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날 경기를 준비했다. 전남드래곤즈 감독으로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유상철 감독은 수원삼성을 상대로 원정에서 2-1로 승리한 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유상철 감독은 이날 경기를 “분석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3월에 열린 경기였지만 이미 수원삼성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세 경기나 치른 상태였고 유상철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시즌 첫 경기였다. 당시 그는 “수원의 세 경기를 통해 많은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공을 소유한 주변에서는 수원 선수들이 빠르게 압박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외의 공간은 자주 비우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래서 역으로 우리가 공간을 이용하자고 했다. 계속 그런 훈련을 해왔다. 선수들에게 프로로서 해야 되는 부분은 운동장에서 꼭 하자고 했다. 지던 이기던 90분 동안 쓰러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축구를 보는 사람들도 선수들의 프로 의식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전남 경기도 보러 오도록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프로다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이강인을 내가 얼마나 키웠다고ㅋㅋㅋ”
2019년 6월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에는 유독 많은 관심이 쏠렸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이 청소년 월드컵에서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결승에 오른 날은 공교롭게도 인천과 전북이 K리그에서 맞붙던 날이었다. 인천은 최하위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유상철 감독에게 이강인의 활약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도 자연스럽게 이강인 이야기를 했다. 팀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제자 이야기에 유상철 감독은 밝게 웃었다.

유상철 감독은 “(이)강인이가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강인이가 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강인이의 활약 뒤엔 강인이를 받쳐주는 다른 선수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 선수들이 잘하기에 강인이가 부각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자를 걱정했다. 유상철 감독은 “사실 지금은 강인이가 잘하고 있지만 나중에 조금만 못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면서 “강인이도 그만큼 강해져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걱정된다”고 진심을 다해 제자를 걱정했다.

그는 농담도 건넸다. ‘날아라 슛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강인과 처음 만났던 유상철 감독은 “사람들은 내가 강인이를 키웠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강인이를 얼마나 키웠다고…”라고 웃으면서 “자기가 알아서 잘 큰 것이다. 본인이 좋은 환경에 가서 훈련을 받아 성장한 것이다. 강인이가 흡수하는 능력이 좋아 어렸을 때 조금 가르친 것은 있다. 그 외에는 본인이 스스로 성장한 것”이라고 제자의 성장에 대해 흐뭇해했다. 이강인은 제주도에서 올림픽 대표팀에 소집된 뒤 유상철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SNS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유상철 감독의 유머, 그리고 약속
2019년 7월 FC서울과의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은 넉살 좋게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서울은 제주와의 경기에서 패해 잔뜩 독기가 오른 상태에서 인천을 만났다다. 이 상황에 대해 유상철 감독은 “서울이 지난 제주전에서 패배해서 뺨 한쪽을 맞았는데 오늘 한 번 더 뺨을 맞게 해주겠다”면서 “이왕이면 양쪽 뺨을 다 맞아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말로 웃음을 유발했다. 이날 경기에서 0-2포 패한 뒤에는 강한 어조로 “강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남은 경기 수를 봤을 때 더 이상 승점을 가져오지 못하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온다”며 단호하게 말한 유상철 감독은 “나 또한 선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1점이라도 가져오겠다. 그리고 인천 팬들에게 우리가 강등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드리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유상철 감독은 이 시즌 생존에 성공하며 결국 약속을 지켜냈다.

유상철 감독과의 ‘쿨’한 대화는 이어진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7월 경남FC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상철 감독은 강등권 탈출을 위해 선수들에게 따로 자극을 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들에게 ‘또라이’가 좀 되라고 했다.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미쳐서 하고 있다. 너희도 프로에 와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다. 올인할 것을 주문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본인들이 알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수원삼성 원정에서 승리한 뒤로는 “입방정을 떠는 것 같아서 사전 인터뷰 때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사실 내가 수원에 오면 승률이 좀 높다”고 웃었다.

그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더라면
하지만 유상철 감독의 어두운 표정이 보인 것도 이때쯤이었다. 2019년 8월 18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만난 유상철 감독의 얼굴은 다소 힘들어보였다. 치열한 생존 경쟁과 더운 날씨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날은 제주와의 홈 경기였다.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에게 “왜 이렇게 얼굴이 탔느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똑같이 훈련했는데 나만 유독 많이 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상철 감독은 “난 선크림을 못 바르겠더라. 귀찮아서”라며 “막 하얗게 뜨고 이런 거 안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때 “스트레스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라던 그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한 달 뒤 다시 만난 유상철 감독은 농담을 던졌다. 이날은 9월 22일 대구FC와의 홈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서재민을 선발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유상철 감독은 “재민이가 대구의 김대원과 동기다. 대원이와 겹치는 바람에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라면서 “재민이한테는 ‘네가 잘하면 왜 감독이 너를 안 쓰겠느냐. 너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거다. 남탓할 필요없이 본인이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같이 훈련해보니 기량이 좋더라”라고 전했다.

유상철 감독은 “재민이한테 ‘오늘 골 넣고 조광래 대구 사장님 앞으로 뛰어가서 골 세리머니 한 번 해달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케힌데가 최근 고국인 나이지리아에 다녀온 사실도 전했다. 그는 “휴식기 동안 케힌데가 나이지리아에 다녀왔다. 사실 거리가 멀어 안 갔다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다녀와야 할 이유가 있었다”면서 “케힌데 아버지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케힌데가 한국에 있어 장례까지 미뤘다. 왕복 거리가 멀어 시즌 도중 나이지리아에 다녀오는 게 걱정되기는 했지만 갔다 오는 게 정서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했다. 케힌데가 25살밖에 안 된다. 겉으로는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외모와 다르게 참 여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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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너무나도 잔인했던 기자회견
2019년 10월 6일 만난 유상철 감독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인천은 전북과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팀을 상대로 거둔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알고 보면 아쉬움이 가득한 경기였다. 이날 후반 종료 직전 케힌데가 완벽한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측면에서의 크로스 상황에 이어 케힌데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케힌데의 발을 떠난 공은 관중석으로 솟구치고 말았다. 경기 후 케힌데는 <스포츠니어스> 전영민 기자에게 “이것이 축구다”라는 말을 남겼지만 유상철 감독은 대단히 아쉬워했다.

유상철 감독은 “‘무조건 골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넘어가는 바람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걸 넣었으면 케힌데가 오늘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라며 “본인도 득점을 했으면 컨디션이 올라왔을 수도 있는데 아쉽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 한 유상철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떠나며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유상철 감독의 얼굴엔 아쉬움 반 농담 반의 표정이 섞여있었다. 유상철 감독은 케힌데의 일대일 장면을 언급하며 “그건 초등학생도 넣겠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유상철 감독의 한 마디에 웃음이 터졌다.

케힌데가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며 명언을 남기고 2주일 뒤 다시 만난 유상철 감독의 분위기는 뭔가 좀 이상했다. 2019년 10월 19일 성남에서 열린 성남과 인천의 경기였다. 이날 인천은 무고사의 프리킥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무고사는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경기 후 만난 김호남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중에 알게 되실 것 같다. 내가 말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했다. 선수단 중 일부는 펑펑 울면서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승리의 감동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구석이 많은 분위기였다.

경기 후 만난 유상철 감독의 표정은 수척해져 있었다. 이날 경기 하프타임 때 유상철 감독의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선수단에 전해졌고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소식도 선수들이 알게 됐다. 이날 인천 선수단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펑펑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유상철 감독은 경기 후 애써 말을 돌렸다. 그는 “선수들이 눈물을 터트릴 만한 한이 맺혔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그게 폭발한 것 같다. 우리가 여전히 순위상 위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절실함이 있었다. 선수들이 승리에 감동한 것 같다. 승리는 내 생일 선물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나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너무나도 잔인한 기자회견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두려웠겠지만 누구보다 강했던 유상철
그리고 딱 일주일 뒤 또 유상철 감독을 만났다. 홈에서 수원삼성과 치르는 경기였다. 정확한 진단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축구계에서는 많은 이들이 유상철 감독의 몸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검사 결과를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빠르면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그래도 수치가 많이 내려갔다. 육안으로 볼 때도 상태가 좋아졌고 컨디션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팀과 끝까지 가고 싶다’고 내가 우겼다.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그래도 병원보다는 운동장에 있는 것이 회복력도 빠르고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유상철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마 그가 누구보다 가장 힘들었겠지만 유상철 감독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유상철 감독은 “건강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할지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선수들에게 성남전 후 ‘너희하고 운동장에서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저께 선수들과 만나 ‘내가 그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내가 아프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격려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내가 나쁘게 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후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팅을 하면서 그랬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 분명 있다’고 말이다. ‘서로 간의 불신만 다잡아 놓는다면 어느 시점에는 분명 결과적인 것은 따라온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수원 이임생 감독은 유상철 감독의 건강 악화 상태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대해 유상철 감독은 “임생이가 나랑 친구인데 감수성이 남다르다. 덩치는 큰데 여린 부분이 있다. 항상 걱정이 많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인천의 생존이었다
그 다음 만남은 제주도였다. 2019년 11월 2일 제주도로 가 제주와 인천의 경기를 앞두고 유상철 감독과 만났다. 경기 전 만난 유상철 감독은 밝게 인사를 건넸다. 당시 축구계에서는 많은 감독들이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제주에서 만난 유상철 감독은 “감독들이 참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한다”라고 쑥스럽게 웃으면서 “자기 인터뷰에서는 자기 이야기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이날 인천은 0-2로 제주에 패했고 경기 전 밝은 분위기였던 유상철 감독은 경기 후 쓴소리를 했다.

유상철 감독은 “인천 감독직을 맡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경기였다”면서 “선수들이 동요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내가 훈련장에 나갈 때도 그렇고 선수들과 있는 사적인 시간도 여느 때와 다른 게 없었다.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하고 지내고 있다. 선수들이 이런 문제로 나약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그는 “선수들이 이전 두 경기에서 나를 위해 간절히 경기에 뛴 건 내가 훈련장에 돌아와 보답했다”면서 “이제 그런 걸 떠나서 프로라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선수들의 재무장을 요구했다.

제주전 이후 표정이 굳은 유상철 감독을 다시 만난 건 2019년 11월 24일이었다. 이날은 인천이 홈에서 상주상무와 맞붙었다. 비가 쏟아졌고 유상철 감독은 모자를 눌러쓴 채 등장했다. 인천 구단 SNS를 통해 직접 췌장암 4기 투병 사실을 공개된 뒤 치르는 첫 경기였다. 건강 악화에도 이날 사전 인터뷰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유상철 감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유상철 감독은 “주위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셔서 감동을 받았다. 힘이 되었다. 여려가지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다. 팬들의 메시지를 보며 ‘꼭 완쾌해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완쾌해서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다”
이어 유상철 감독은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너네 감독이 아파서 열심히 뛰어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대신 ‘프로선수라면 경기에만 집중해라’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나 또한 선수들이 ‘우리 감독님이 이런 상황이니’라는 연민을 듣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부임 후 홈에서 아직도 승리가 없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차 싶었다. ‘나를 위해 홈에서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을 위해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미팅에서 ‘팬들에게 홈에서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자’고 내용을 정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인천은 상주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케힌데가 기가 막힌 골을 넣은 그 경기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유상철 감독은 아픈 몸을 이끌고 비를 맞으며 선수들을 지시했다. 경기 후 만난 유상철 감독은 “내가 앉아서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답답하더라. 선수들도 비를 맞으며 경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태풍이 오거나 비가 정말 많이 온 것이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비는 괜찮았다”고 전했다.

이날도 유상철 감독의 건강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유상철 감독은 “그런 기사를 접할 때 나 혼자 있으니까 혼자서 볼 때는 코 끝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하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난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나 같은 일반인들도 이런 상황에 처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보다 더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희망이 되게끔 내가 완쾌를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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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사람, 멋진 감독으로 남을 ‘우리들의 영웅’
공식적으로 그와 마지막 인터뷰를 한 건 2019년 11월 30일이었다. 경남 창원에서였다. 이날은 인천이 경남FC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다. 이날 인천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10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1부리그 생존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생존이 확정된 후 인천 팬들은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달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였다. 이에 대해 유상철 감독은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 약속 지키기 위해서 의지력을 가지고 힘들더라도 잘 이겨내겠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이겨내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힘겨운 투병 생활에 들어갔고 결국 지난 7일 하늘의 별이 됐다. 유상철 감독은 늘 밝은 사람이었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멋진 감독이었다. 누구보다도 두려웠겠지만 그마저도 미소로 표현하는 바보 같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와 축구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그의 축구를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부디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상철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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