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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조성룡 기자] 전혀 대구답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홈팀 대구는 후반 츠바사의 환상적인 중거리 골로 앞서 갔지만 원정팀 서울이 이후 팔로세비치의 페널티 골로 따라 붙으며 1-1 무승부를 기록, 서로 승점 1점씩 나눠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극과 극 분위기의 두 팀이 만났다. 대구와 서울은 '10'이라는 단어로 최근 분위기를 설명할 수 있다. FA컵을 포함해 대구는 10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고 서울은 10경기 째 무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둘이 만났다. 최상의 분위기와 최악의 분위기가 만난 셈이다.

심지어 서울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서울 박진섭 감독은 분위기를 바꾸겠다며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 모두에 변화를 줬다. 그에 비해 대구는 가동할 수 있는 최정예 자원을 모두 내세웠다. 경기 전부터 대구의 우세가 어렵지 않게 점쳐졌다. 물론 킥오프 전까지만 말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양 팀의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서울이 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대신 대구가 실망스러웠다. 전술이나 선수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집중력의 문제였다. 전반전부터 실수가 남발되기 시작했다. 대구는 스스로 실수로 좋은 흐름을 끊었고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시작은 좌우 측면이었다. 공수에서 과감한 움직임으로 대구의 활력소였던 정승원과 황순민이 각자 황당한 백패스로 위기를 만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세징야가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세징야가 공을 잡으면 공격 기회가 창출돼야 하지만 오히려 그의 발 끝에서 공격이 끝났다. 세징야답지 않았다.

윗선이 흔들리자 대구의 수비마저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들어 대구의 최후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몇 차례 등장했다. 대구의 강점은 무엇보다 탄탄한 수비다. 이 수비가 흔들리면 대구는 어려워진다. 솔직히 이날 대구는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팀 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후반 32분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서울 조영욱을 세르지뉴가 뒤에서 밀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득점으로 연결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르지뉴는 파울을 범했다. 아쉬운 판단과 판단이 계속해서 쌓이다가 결국 페널티킥 실점이라는 결과까지 이어졌다.

그나마 심하게 흔들린 대구를 살린 것은 최영은과 츠바사였다. 실수로 대구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막아낸 것은 다름아닌 최영은 골키퍼였다(물론 최영은도 후반 27분 뜬공을 평범하게 잡지 않고 가슴으로 트래핑하는 바람에 모두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그리고 후반 교체 투입된 츠바사가 터뜨린 시원한 중거리 골은 대구의 경기력을 한 층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기 후 대구 이병근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이 볼에 대한 반응이 빠르지 않았다.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다"라면서 "이런 실수가 쌓이고 쌓여 큰 구멍이 생기고 연패를 기록할까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날 경기력은 분명 숙제를 남겼고 그만큼 큰 아쉬움을 함께 남겼다.

이날 DGB대구은행파크에는 육성응원 대신 북과 클래퍼로 '짝짝짝짝 짝짝'이라는 구호가 제법 많이 등장했다. 아마도 이건 '정신차려 대구'가 아니었을까. 솔직히 실제로 그랬어도 할 말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아무리 리그 10경기 연속 무패라지만 전반기의 마지막이 이렇게 끝난 것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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