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스웨덴계 수비수, 스리랑카의 독일 출신 공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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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고양=김현회 기자] 레바논과 스리랑카 국가대표팀이 한 판 대결을 펼친 가운데 양 팀 해외파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레바논과 스리랑카는 5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경기를 펼쳤다. 코로나19 여파로 홈앤드어웨이 경기를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과 레바논, 스리랑카, 투르크메니스탄은 고양시에서 2차 예선 남은 경기를 펼친다. 북한이 참가를 포기한 가운데 1위 팀만이 3차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관심 부족했던 레바논-스리랑카전, 알고 보면 ‘흥미 가득’
북한이 경기를 포기하면서 북한과 치렀던 전적은 모두 삭제된 채 2차 예선이 속개됐다. 2019년 10월 북한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던 한국의 성적은 2승 2무에서 2승 1무로 바뀌었다. 승점 8로 한 계단 상승한 1위다. 이 경기를 앞두고 레바논이 2승 1무(승점 7)로 한국과 승점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골득실(한국 +10·레바논 +4)에서 뒤져 2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었고 스리랑카는 4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레바논이 3-2 승리를 거두면서 레바논은 1위의 희망을 이어갔고 스리랑카는 5전 전패를 기록하게 됐다.

레바논과 스리랑카는 한국에 비해 한참 아래로 평가받는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이 3차 예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를 앞두고 먼저 펼쳐진 레바논과 스리랑카의 경기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날 경기장에는 양 팀 관계자와 아시아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담당자, 5~6명의 취재 기자를 제외하면 유료 관중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손흥민과 황의조를 앞세운 한국이 투르크메니스탄전을 펼치기 5시간 전 고양종합운동장은 평온했다. 주차 안내를 맡은 담당자는 한가롭게 자동차 문을 모두 열고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이미 3차 예선 진출에 실패한 스리랑카는 물론 한국에 뒤쳐진 레바논도 다소 긴장감이 부족한 상황이기는 했다. 이번 2차 예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및 사후 기자회견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돼 현장 취재진도 대폭 줄었다.

레바논 중원 이끈 ‘스웨덴계 미드필더’
하지만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 특히나 전력 열세가 예상됐던 스리랑카가 먼저 득점을 뽑아내며 경기는 흥미롭게 흘러갔다. 이후 집중력을 발휘한 레바논은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관심이 덜한 경기이긴 했지만 두 팀은 최선을 다했다. 이날 레바논 백업 명단에는 지난 시즌 K리그2 안산그리너스에서 뛰었던 공격수 하산 사드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드의 투입 여부도 흥미로운 경기였다. 사드는 이날 후반 28분 그라운드에 교체 투입됐다.

아시아에서도 이렇다 할 인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두 팀이지만 이 두 팀에도 ‘해외파’가 존재한다. 흥미로운 건 두 팀 모두 해외파들이 이날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레바논에서는 미드필더 조지 펠릭스 멜키가 가장 눈에 띄었다. 193cm의 장신인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했지만 공세가 계속되자 공격으로 올라가 상대를 위협했다. 단신의 스리랑카 수비수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조지 펠릭스 멜키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할아버지가 레바논 국적이고 아버지는 시리아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는 스웨덴인이다. 스웨덴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한 그는 현재 노르웨이에서 뛰고 있다. 2018년 레바논 국가대표에 발탁된 그는 주축 미드필더로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그의 친형인 알렉산데르 멜키 역시 이날 백업 명단에 이름을 올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알렉산데르 멜키는 스웨덴 청소년 대표팀에도 발탁된 바 있다.

스리랑카의 중심 ‘독일계 공격수’
레바논 대표팀에서 이날 빛난 또 다른 선수도 해외파다. 중앙 수비를 맡은 주앙 오마리다. 독일 출신인 그는 독일 하부리그에서 줄곧 뛰다가 현재는 일본에서 활약 중이다. 사간 토스와 비셀 고베를 거쳐 현재 FC도쿄 소속이다. 2010년대 들어 레바논 대표팀에 발탁돼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나 이날 스리랑카를 상대로는 수비력은 물론 2-1로 앞선 상황에서 코너킥을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연결하며 팀의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오마리는 이날 시종일관 팀 수비를 진두지휘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스리랑카의 해외파도 이날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나 아흐메드 위삼 라지크는 한 눈에도 확 들어오는 기량을 선보였다. 이날 팀의 선취골을 넣은 그는 후반 16분 개인 돌파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차 넣으며 이날만 두 골을 뽑아냈다. 라지크는 독일 출생으로 우니온 베를린 등을 거쳤다. 독일 하부리그에서 주로 뛰었던 그는 스리랑카 공격의 핵심으로 이날 맹활약을 펼쳤다. 178cm로 비교적 단신인 그는 이날 신장이 좋은 레바논을 상대로 뛰어난 개인 기량을 선보였다.

스리랑카의 미드필더 마빈 해밀턴도 인상적이었다. 영국계인 해밀턴은 최근까지도 영국 세미프로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1988년생으로 32세인 그는 영국과 나이지리아, 스리랑카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스리랑카 대표팀을 선택해 2019년부터 활약 중이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그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스리랑카 선수단에서 가장 돋보이는 피지컬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183cm인 그는 스리랑카에서는 압도적인 신장이었다. 이날 후반에 교체 투입된 딜런 데 실바는 QPR U-23 소속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다.

레바논과 스리랑카가 보여준 해외파들의 맞대결
두 팀의 대결은 그다지 우리에게는 흥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팀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모르던 흥미로운 축구가 숨겨져 있다. 비록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이 즐비한 한국과 비교하면 부족한 실력일 수 있어도 이들의 열정 만큼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 레바논은 협회 고위 임원이 고양시까지 올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4전 전패 중인 스리랑카는 1-3으로 지고 있다가 라지크가 한 골을 만회하자 벤치에서 동점골을 간절히 바라며 응원을 보냈다. 두 팀은 이날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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