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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의 변칙전술 핵심은 이은범이었다.

충남아산FC는 30일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1 FC안양과 홈 경기를 치렀다. 경기를 앞두고 공개된 양 팀 예상 포메이션에는 충남아산 중앙 수비수 유준수가 최전방 공격수로 기재돼 있었다. 높이를 활용한 공격을 할 때면 유준수 카드를 최전방에 종종 쓰는 터라 대단히 놀라운 전술은 아니었다.

경기를 앞두고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은 “오늘 변칙적인 전술을 좀 준비했다”고 했다. 다들 유준수의 공격수 배치를 그 변칙전술이라고 생각했다. “유준수 카드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동혁 감독은 “아직 경기 전이라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 선수가 공격진에 올라갔을 때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동혁 감독은 “작년에도 그런 상황에서 좋은 경기를 한 기억이 있다. 상대 스리백 공략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FC안양 이우형 감독은 “알면서도 당하는 게 축구다”라면서 “아마 우리 스리백의 닐손주니어에 빠른 스피드 선수 붙여놓고 스피드 싸움을 시킬 거로 본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 준비했다“고 응수했다. 다들 박동혁 감독의 변칙전술을 궁금해했다.

경기가 시작하자 의외의 충남아산은 의외의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예상됐던 유준수의 공격 배치는 ‘연막 작전’이었다. 유준수는 한용수, 최규백과 함께 원래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로 기용됐다. 그런데 왼쪽 윙백을 주로 맡았던 이은범의 위치가 이상했다. 좌우 윙백에 김인균과 박세진이 배치됐고 이은범은 투톱 공격수로 출장했다. 알렉산드로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박민서가 이은범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졌다.

박동혁 감독이 경기 전 언급을 자제한 변칙전술의 핵심은 이은범이었다. 이은범을 활용한 스피드로 발이 느린 닐손주니어를 공략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충남아산의 변칙적인 전술은 그다지 날카롭지는 않았다. 결국 박동혁 감독은 전반 20분경 다시 원래의 포지션으로 돌아왔다. 유준수와 한용수, 최규백 스리백에 이은범과 박세진을 좌우 윙백으로 배치했다. 김강국과 이상민이 중원을 지켰고 김인균과 알렉산드로, 박민서를 스리톱으로 내세웠다. 이은범은 왼쪽 측면으로 돌아갔다.

양 팀 감독의 수 싸움은 이 장면만 봐도 치열했다. 닐손주니어를 공략하기 위해 이은범을 공격적으로 배치한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과 그런 상대 변칙 전략에 당황하지 않고 홍창범과 맹성웅 등 중원에서부터 이은범으로 향하는 공을 아예 차단한 FC안양 이우형 감독의 지략대결은 흥미로웠다. 이날 첫 골은 전반 29분 조나탄에 의해 터졌지만 첫 골이 터지기 전에도 두 팀의 수 싸움은 대단히 복잡하게 진행됐다.

충남아산은 전반 40분 다시 한 번 변칙 전략을 구사했다. 경기 전 예고했던 대로 유준수를 최전방으로 올렸다. 이은범과 한용수, 최규백, 박세진으로 포백을 구성한 뒤 중앙 수비수였던 유준수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전략을 활용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박동혁 감독이 이은범을 공격수가 아니라 원래 포지션인 왼쪽 윙백으로 돌려세운 뒤 이은범이 골을 뽑아냈다는 점이다. 이은범은 후반 13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발리슛으로 팀의 추격골을 뽑아냈다. 축구가 감독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충남아산은 조나탄과 김경중에게 골에 내줬지만 이은범과 김민석이 연이어 골을 뽑아내며 극적인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후 박동혁 감독은 '이은범 시프트'에 대해 "공격 세 명의 선수가 공중볼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이은범을 타겟형으로 놓고 알렉산드로를 그 밑에 놓고 쓰려고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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