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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FC서울이 결국 '매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건희와 민상기 등 매탄의 유산에 연달아 골을 내주며 완패를 당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 맞대결에서 FC서울이 김건희, 김민우, 민상기에게 연달아 실점하여 0-3으로 패배했다. 김건희는 페널티킥골과 함께 멋진 팬텀 드리블을 보여주며 김민우의 골을 도왔고 민상기는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각이 없는 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김건희와 민상기의 활약은 수원삼성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수원삼성은 과거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강력한 팀을 꾸렸다. 하지만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과거의 명성을 많이 잃은 것도 사실이다. 대신 수원삼성은 유소년에 투자했다. 지금도 수원삼성에는 매탄의 유산인 민상기를 비롯해 정상빈, 강현묵, 김태환, 최정원 등이 활약 중이다. 일찌감치 유럽에 진출했던 권창훈도 복귀를 알렸다.

FC서울은 매탄의 유산에 처참히 무너졌다. 정상빈까지 갈 것도 없었다. 공격 과정에서는 민상기의 벽에 부딪혔고 김건희는 막을 수 없었다. FC서울에도 정한민, 권성윤, 이태석을 비롯한 오산고 출신 선수들이 있지만 이날 오산고 선수들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이태석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공을 뺏기면서 김건희의 팬텀 드리블이 나왔고 곧이어 김민우에게 실점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물론 서울에는 오산고 출신 선수들 외에도 강력한 주전 선수들이 있다. '서울의 상징' 박주영과 기성용은 팀의 완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의 자랑거리여야 할 선수들의 활약은 부진했고 안방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에게 축제 현장을 내줬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 골을 넣은 민상기와 김건희는 매탄의 유산이다. 수원삼성의 줄기가 될 선수들에게 팀 전체가 무너졌다는 측면에서 서울로서는 이번 패배가 더 쓰라리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도 두 팀의 상반된 분위기가 잘 드러났다. 박건하 감독은 매우 긴 시간 동안 라이벌전 승리와 매탄고 출신 선수들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박 감독도 매 질문에 성실히 답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반면 서울 박진섭 감독은 "모든 비난은 내가 받겠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특히 이날 박진섭 감독을 향한 기자회견의 골자는 '선수 보강'이었다. 골문 앞에서 결정을 지어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나마 나상호가 최전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었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수원삼성은 유스 출신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해 맹활약을 떨치고 있지만 서울은 기성용과 박주영, 오산고 출신 선수들을 두고도 선수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원삼성은 일찌감치 어린 선수들과 준프로 계약을 맺거나 여러 경기에 출전시키곤 했다. 서울도 오산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경기 경험 면에서 동나이대 선수들과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도 강원처럼 B팀을 운영했어야 했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은 이적시장에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이적생은 나상호 뿐이다. 팔로세비치는 포항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이날도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번 놓치거나 패스 타이밍을 놓치는 장면이 있었다. 반면 수원은 제리치를 살려내면서 공중볼에서 오스마르와 다툴 수 있게 됐다. 제리치는 이날도 헌신적인 플레이로 수원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해냈다. 박진섭 감독은 여전히 공격수를 찾고 있는 중이다. 아직 누구를 영입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 특성 상 분위기가 어려웠던 팀이 상대를 잡으며 분위기 반전을 이룬 경우도 많았지만 서울은 그 힘마저도 없었다. 결국 서울은 매탄의 유산으로 이루어진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적도, 육성도 뚜렷하지 않은 서울이 받아든 성적표는 FA컵 포함 10연속 무승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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