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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춘천=김현회 기자] 강원FC가 단체로 정장을 입은 이유는 무엇일까.

강원FC는 2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FC서울과의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쯤 경기장에 도착한 강원 선수들은 말끔한 정장으로 복장을 통일했다. 보통 경기장에 올 때면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하는 다른 팀 선수들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정장에 강원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넥타이로 멋을 냈다.

김병수 감독도 이날 정장 차림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최근 들어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주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던 김병수 감독은 올 시즌 초반에는 캐주얼 차림으로 경기장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장을 고수한다. 여기에 강원의 상징인 오렌지색 넥타이까지 맨다. 강원의 홈 경기를 진행하는 사무국 직원들 역시 모두 말끔한 정장 차림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영표 대표이사의 권유였다. 이영표 대표이사는 강원FC에 취임한 뒤 복장 통일을 강조했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해온 그는 경기장에 오갈 때 정장을 입고 팬들을 마주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슬리퍼를 신고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팬 서비스를 하는 K리그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적어도 홈 경기를 할 때 만큼은 통일된 정장을 입자”고 했다. 이영표 대표이사부터가 정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등장했다.

지난 12일 울산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K리그 데뷔골을 넣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서민우 역시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멋진 정장을 차려 입고서 “신경쓰지 않는 것, 그것은 초능력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선수단은 경기장을 오가는 동안 이렇게 정장 차림으로 팬들과 언론을 마주한다. 23일 경기는 다소 날이 더웠는지 정장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이영표 대표이사가 자켓을 벗고 셔츠만 입은 채 경기를 지켜봤다.

과거에도 K리그에서는 이런 시도가 있었다. 부산아이파크가 2009년 맞춤식 정장 업체와 단복 후원 계약을 맺고 선수단이 이동할 때마다 정장을 입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고 업체와 계약이 마무리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지난 시즌부터 설기현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경남FC도 정장을 입고 출퇴근한다. 울산현대와 서울이랜드도 공식 석상에서 정장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트레이닝복을 ‘만능 아이템’으로 받아들였던 K리그의 조용한 변화다.

구단의 방침에 따라 평소 편한 복장을 추구하던 김병수 감독도 홈 경기 때는 정장을 입는다. 원정경기는 캐주얼, 홈 경기는 정장으로 노선을 정했다. 김병수 감독은 “단체복을 입으라고 해서 입고 있다”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홈 팬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입고 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이런 방침에 동의했다. 정장을 자주 입지 않아 자연스럽다고는 말할 순 없다”고 웃었다.

이와 관련해 강원 관계자는 "선수들과 같은 옷을 입어 '원팀'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강원FC는 B팀이 출전하는 K리그4 홈 경기 때도 이 복장으로 통일했다. 한 관계자는 "K4리그에서 격돌할 때 구단 엠블럼이 박힌 정장을 입고 가면 프로팀으로서의 압도감도 있다"면서 "상대팀에서도 '보기 좋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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