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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광주=조성룡 기자] 광주FC 윤보상 골키퍼가 팬들에게 당부를 했다.

19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광주FC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양 팀은 90분 동안 승점 3점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골을 넣는데 실패하며 0-0 무승부를 기록, 아쉽게 승점 1점씩 나눠갖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 전까지 연패 중이던 두 팀은 일단 한숨 돌렸다.

이날도 광주 윤보상 골키퍼는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후반 들어 제주의 공격이 날카로워지는 상황에서 윤보상은 몇 차례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오랜만에 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그는 경기 전에 훈훈한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음은 광주 윤보상의 경기 후 기자회견 전문.

경기 소감

우리가 4연패였는데 우리 팀이 하고자 하는 것을 했다. 분위기부터 잘 살아난 것 같다. 감독님부터 코칭스태프와 비주전 등 모두가 하나가 되어 4연패를 끊었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랜만에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내가 이번 경기 전까지 무실점을 딱 두 번 했다. 마음이 되게 힘들었다. 전날 밤에 신경성 위장장애 비슷하게 와서 힘들었다. 그래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 무실점을 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기 전에 한 어린이 팬에게 장갑을 선물하더라.

내가 축구하면서 응원을 많이 해주더라. 몸 풀고 있는데 꼬마가 응원을 해줬다. 저번에도 한 어린이 팬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와 응원을 해주기에 나 또한 선물을 해줬다. 그 이후로 팬 서비스 차원에서 내가 선물을 하면 그 어린이 팬은 축구에 관심을 갖고 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해준다면 뿌듯하겠다 생각했다. 지금은 선물을 많이 줘서 별로 없는데 그래도 경기장에 왔으니 줄 것을 찾다가 장갑을 선물했다.

그 어린이는 장갑을 받고 안좋아하는데 아버지가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그러더라. 아버지가 더 좋아하시더라. 그래도 기쁘다면 만족한다.

지난 시즌에 뛰었던 제주를 만나 의욕이 더 컸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남기일 감독님 밑에서 한 경기 밖에 뛰지 못했으니… 내 불찰이기는 하다. 부상도 심했다. 게다가 워낙 잘하는 오승훈 골키퍼가 있지 않은가. 다시 와서 제주전을 준비하면서 악감정보다는 잘하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지난 제주와의 첫 맞대결에서 내가 MOM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제주만 만나면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

지난 시즌 제주에서 우승했을 당시 샴페인 병을 들고 남기일 감독을 찾기에 앙금(?)이 남아있을 줄 알았다.

그건 진심이었다. 감독님을 한 대 때리려고 했다. 하하. 그 때 병을 들고 감독님을 찾아다니다 숙소로 도망갔다. 그 이후로 감독님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생각은 그렇다. 경기를 뛰지 않을 때 그 선수의 인격 등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제주에서 열심히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랬기에 남기일 감독님이 시즌 끝나고 미안하다고 내게 이야기했다. 나는 제주라는 팀이 그저 고마운 팀이다.

다시 돌아온 광주는 어릴 때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가?

어릴 때는 남기일 감독님이 너무 무서워서 축구만 했다. 당시 목포에 있었다. 그 때는 너무 힘들었다. 하하. 지금은 나이를 먹으니 감독님이 왜 그렇게 하시는지 알았다. 그리고 광주가 워낙 좋아졌다. 팬도 많아졌고 경기장도 좋다. 지금의 광주는 조금만 더 하면 큰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신과 엇갈려 제주로 이적한 여름과도 맞대결을 펼쳤다.

여름은 광주의 전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올해 초 이적시장에서 여름 형은 나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경기 출전을 위해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둘이 전화로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한 번 전화하면 기본 한두 시간 정도 했다.

그러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여름이 광주라는 팀에 대한 애정이 정말 강하다는 것이다. 나는 광주 밖에 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다른 팀에서 이적 제의가 들어왔다. 그런데 여름 형이 "광주가 힘드니까 와서 도와주라"고 했다. 그러다 고민 끝에 2월 초에 늦게 왔다. 여름 형이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줬다. 그랬기에 광주에 다시 오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좋은 활약 기대하겠다.

기자회견장을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다. 지금 광주가 힘든 상황이다. 내가 이런 말 하면 그럴 수도 있다. 팬들이 우리가 못하면 욕할 수도 있고 잘하면 칭찬할 수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에게 칭찬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강등 싸움을 많이 해봤다. 그러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선수단과 팬들이 내부적으로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하면 강등을 무조건 당한다.

대신 선수단부터 서포터스를 비롯한 팬들까지 다 같이 한 마음이 된다면 강등을 당하지 않는다. 이를 넘어서 우리가 꿈꿔온 파이널A로 갈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욕과 비난보다는 모두가 함께 가족같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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