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그만두려고 했던 ‘취준생’ 경남 진세민의 잊을 수 없는 데뷔전

ⓒ 경남FC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취준생’이 화려하게 비상했다. 경남 진세민 이야기다.

지난 1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FC안양과 경남FC의 경기에서 원정팀 경남이 후반전에 터진 김동진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안양을 1-0으로 제압하고 승점 3점을 획득했다. 경남은 과감하게 새로운 선수들을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고 이후 후반전 김동진의 골로 이어지는 효과를 봤다.

그리고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경남의 신예 진세민이었다. 그는 프로 데뷔전에서 김동진의 골을 정확한 크로스로 도우며 프로 첫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했다. 경남 설기현 감독도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하지만 진세민이 이렇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뒤에 수많은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남 밀양 출신의 소년, 축구화 벗을 뻔한 사연
알고보면 진세민은 경남의 ‘로컬 보이’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중학교까지 밀양에서 다녔고 이후 수도권에 올라와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어릴 때는 경남 선수의 손을 잡고 K리그 경기 입장에 함께하기도 했다. 여전히 그의 부모님은 밀양에 살고 있다. 진세민은 “내가 도움을 기록했을 때 아버지가 집 안에서 경기를 보다가 소리를 지르셨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경남 유스는 아니다. 경남과는 고향으로 얽혀있을 뿐 큰 접점을 찾기 어렵다. 그는 경기도의 태성고를 거쳐 용인대학교에 입학했다. 용인대는 이장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U리그 강호다. 여기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K리그 입성은 시간 문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에게 프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대학 3학년이 지나 4학년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대학 선수들에게 프로 입성은 하늘의 별 따기지만 3, 4학년 선수들이 K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K리그에 도입된 U-22 제도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지만 반대로 대학 고학년 선수들에게는 취업 문을 더욱 좁아지게 만드는 제도다. 지금도 이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진세민의 취업 가능성은 점점 낮아져 갔다. 아들의 모습에 그의 부모님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세민은 “내가 저학년일 때는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항상 ‘네가 그렇게 하면 돋보이는 선수가 될 수 없다. 프로에 갈 수 없다’면서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하고 슈팅을 많이 때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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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고민 끝에 축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진세민은 용인대 이장관 감독에게 찾아가서 “축구를 이제 그만두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놀라며 진세민을 설득했다. “4학년들이 취업을 절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왜 이제 와서 포기하려 하나?” 코칭스태프도 진세민의 잠재력을 보고 결정을 만류했다. 결국 진세민은 벗으려던 축구화를 다시 신었다.

잠깐의 해프닝이었지만 진세민의 플레이는 조금씩 변했다. 아버지의 당부 대로 욕심도 내면서 간절함이 더해졌다. 진세민은 “그 때가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학 대회에서 활약하자 경남이 그에게 테스트 제의를 했다. 몇 차례 테스트를 거쳐 진세민은 경남에 입단할 수 있었다. U-22 유망주가 아닌 대학 졸업생이 입단하는 것은 제법 놀라운 일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던 진세민의 꿈 ‘데뷔’
축구선수는 프로에 입단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작이다. 하지만 신인 진세민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는 측면 공격수다. 가뜩이나 경남은 호화 멤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백성동, 황일수, 윌리안, 에르난데스 등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나는 그냥 올 시즌 목표가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었다. 나는 U-22 카드도 아니다. 정말 좋은 선수들이 내 포지션에 많기 때문에 기회가 많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동계훈련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빨리 데뷔전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진세민은 포지션 변경도 고려했다. 측면 수비수 기근에 시달렸던 설기현 감독이 그를 측면 수비수로 테스트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계훈련 기간 중 모교인 용인대와의 연습경기에서 그는 측면 수비수로 뛰어봤다. 진세민은 “살면서 처음 측면 수비수를 해봤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경남 생활에 적응하고 있던 진세민은 안양과의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 깜짝 놀랐다. 안양 원정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교체 명단에 들어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데뷔전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 명단을 보는 순간 ‘끓어올랐다’라는 표현이 제일 적절한 것 같다. 간절히 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그랬던 것 같다.”

‘데뷔’가 목표였던 신인이 도움까지 기록하다니
그의 생애 첫 번째 K리그 경기는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진세민은 선발이었다. 경남 설기현 감독은 경기 전 “젊은 피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진세민의 생각도 비슷했다. “기술적으로는 내가 아닌 다른 형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래서 나는 그런 기술 말고 패기 있게 뛰자고 다짐했다. 열심히 뛰어서 수비 가담 많이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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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이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손)정현이 형이 항상 크로스를 뒤로 올리라고 하셨다. 사실 (김)동진이 형을 보고 올린 것보다는 상황 상 크로스를 올려야 해서 감으로 올렸다. 그래도 아쉽다. 비가 많이 와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의 절반 밖에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 한 방은 K리그에 진세민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했다. 그는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축하한다는 연락이 올 정도였다. 특히 경기 후 밀양 본가에 내려가니 부모님의 목소리부터 달랐다”라면서 “대학 시절 집에 가던 무거운 발걸음과 정말 180도 달랐다. 도움 하나에 가족 분위기가 달라졌다”라고 밝게 웃었다.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진세민은 이제 더 많은 출전을 꿈꾼다. 설기현 감독도 “좋은 플레이와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다양하게 기용할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세민은 겸손하다. 그는 “나는 아직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그저 공을 잡으면 기대가 되는 선수, 또는 팀에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소박한 꿈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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