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쇠돌이는 어떻게 ‘K리그 마스코트 히트상품’이 됐을까?


ⓒ 포항스틸러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포항스틸러스 쇠돌이는 어떻게 좋은 결과를 얻어냈을까?

2021 K리그 반장선거가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반장선거의 최고 ‘히트상품’은 바로 포항스틸러스의 쇠돌이였다. 지난해 충남아산FC의 붱붱이가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쇠돌이의 ‘아재’ 감성이 반장선거를 뒤흔들었다. 이날 쇠돌이는 부반장에 뽑혔다.

사실 쇠돌이의 대약진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올해 반장선거를 앞두고 K리그의 많은 마스코트가 리뉴얼 등을 거치며 야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통의 쇠돌이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포항 쇠돌이는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의 ‘히트상품’이 됐을까?

몰입해 기초부터 진행한 철저한 분석
포항 구단은 반장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쇠돌이 캐릭터에 대한 분석부터 들어갔다. 기초적인 단계부터 전략을 짜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신 욕심은 비웠다. 포항 관계자는 “반장선거는 젊은 팬층이 많은 구단이 강한 이벤트다”라면서 “반장에 대한 욕심보다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자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도출한 결론은 ‘귀여움은 안된다’였다. 포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캐릭터를 해석할 때 귀여움은 배제했다”라면서 “이미 K리그 마스코트 시장에는 귀여움을 어필하는 캐릭터가 많았다. 이미 귀여움을 노리는 시장은 포화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쇠돌이는 귀여운 캐릭터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신 쇠돌이는 다른 것을 선택했다. 포항 관계자는 “쇠돌이의 강점을 생각해보면 오래됐다는 것이다. 오래됐다는 것은 성실하다는 것과 맥락이 닿아있다. 이 부분을 공략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이미지와 어울리는 단어인 연륜과 혜얀 등을 더욱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감성이 ‘아재’였다. 오래된 느낌이지만 성실한 모습의 우리네 ‘아빠’가 바로 쇠돌이에게 필요한 이미지였다. 포항 관계자는 “서툴지만 성실하고 열심히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미지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쇠돌이에게 입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재’ 감성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감성을 불편하게 생각해 비하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틀X’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포항 구단 관계자도 “비하나 희화화에 대한 고민은 분명 있었다”라면서 “대신 사랑을 좀 더 강조해 부정적인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쇠돌이의 캐릭터를 잡으니 남은 것은 ‘몰입’이었다. 포항은 포스코의 도시다. 쇠돌이 이미지에 어울리는 ‘아재’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포항은 그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삼았다. 포항 관계자 또한 “주변에 참고할 만한 분들이 많다”라면서 “이분들의 이미지에 더해 맞춤법이 조금 서툴지만 글씨에 사랑이 넘치고 대답도 꼬박꼬박 하는 모습을 통해 쇠돌이를 만들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운도 따라줬던 외부적 요인
그리고 쇠돌이는 반장선거가 시작되자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득표 수도 많아졌다. 일단 포항의 팬들이 다시 한 번 결집했다. 포항 관계자는 “우리 팀에는 올드 팬들이 많이 계시다”라면서 “그 분들이 친근함과 향수를 더욱 느끼면서 작년보다 더욱 열렬하게 표를 던져주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다시 한 번 결집한 것이다.

게다가 선거 상황 또한 쇠돌이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지난해 부반장인 대구FC의 ‘리카’와 전북현대의 ‘나이티’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표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그 표심은 쇠돌이에게 향했다. 유권자 한 명이 하루 세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시스템이 쇠돌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리고 결정적인 한 방은 바로 신화용의 은퇴식이었다. 지난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수원삼성과 포항에서 뛰었던 신화용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여기에 쇠돌이가 참석해 지난해 반장 수원삼성 ‘아길레온’과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자 수원삼성의 팬심 또한 쇠돌이에게 향했다.

반장선거에서 큰 화력을 자랑하는 수원삼성의 팬심은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선거에서 수원FC ‘장안장군’이 수원삼성 ‘아心’을 잡으며 선전했던 사례도 있다. 쇠돌이와 아길레온이 함께 유세를 하자 자연스럽게 ‘수포동맹’이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표로 이어졌다.

믿고 든든하게 지원하는 포항의 문화
포항 쇠돌이의 ‘대박’ 비결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포항 구단의 문화였다. 사실 포항 쇠돌이의 선거 전략은 대부분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 40대인 포항 홍보 관계자도 아니고 ‘팀장’급 직원도 아니다. 바로 포항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한 20대 여성 직원이 그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쇠돌이’의 아재미는 이 20대 여성 직원의 작품이었다.

포항 구단은 이번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 나서면서 해당 직원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믿고 맡긴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쇠돌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쇠돌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다. 그리고 SNS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쇠돌이의 상승세에 톡톡히 기여했다.

단순히 “알아서 해”라고 맡긴 다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방치다. 하지만 포항은 든든하게 밀어주며 믿음을 보였다. 쇠돌이는 이번 선거기간에 선거 유세송 두 곡을 제작해 활용했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포항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해당 직원 또한 “이번에 쇠돌이 유세송 두 곡을 제작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와 ‘아리랑’을 모티브로 삼았다”라면서 “곡 제작에 예산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구단이 지원을 든든하게 해줬다. 가벼운 마음으로 반장선거를 시작했지만 다들 점점 믿음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이는 포항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포항 구단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포항항TV’가 대표적이다. 이 채널은 노위제PD가 전권을 맡아 운영한다. 포항은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다. 대신 촬영 협조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포항 관계자가 “우리도 채널에 영상이 올라와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다. 현재 ‘포항항TV’는 K리그 구단 유튜브 채널 중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어찌보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한 조직이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계속해서 믿음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결단을 내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어쨌든 이런 문화가 이번 반장선거에서 ‘대박’을 만든 숨은 비결이었던 것이다.

wisdragon@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4uAXv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