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랜드FC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서울 더비의 주인공은 레안드로였다. 그리고 또 다른 숨은 주역이 있다.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FC서울과 서울이랜드FC의 서울 더비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결승골을 터뜨린 레안드로였다. 서울이랜드는 레안드로의 결승골로 창단 최초 서울 더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뒤 결승골의 주인공 레안드로도 수훈 선수 인터뷰에 임했다. 레안드로는 브라질 출신이기에 기자회견을 치르려면 통역이 필요했다. 두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회견석에는 두 개의 의자가 놓여졌다. 오른쪽은 레안드로의 자리였고 왼쪽은 레안드로의 통역을 맡은 이찬호 통역의 자리였다. 이찬호 통역은 레안드로의 경기 소감, 역사적인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기분에 대한 답을 기자들에게 한국어로 통역했다.

사실 이찬호 통역은 서울이랜드의 통역을 담당하기 전 FC서울에서 통역 업무를 해왔던 인물이다. FC서울에서 일하기 전에는 경남FC에서 말컹의 목소리를 한국어로 대변해주기도 했다. 주로 브라질 선수들의 통역을 맡아왔지만 공교롭게도 FC서울에서 일할 당시 포르투갈어를 쓰는 외국인이 없기도 했다. 오스마르와 알리바예프, 페시치 등과 함께 생활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2021 시즌 왼쪽 가슴에 서울이랜드 엠블럼을 달고 다시 옛 직장의 홈 경기장을 찾았다. 이찬호 통역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돌아온 기분에 대해 "FC서울에서 승리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다른 팀과는 다르게 FC서울에선 경기 시작 전 무교인 내가 기도도 하고, 정말 경기를 이겼으면 하는 마음을 크게 가졌었다"라면서 "그랬던 팀을 다시 만나니 기쁘기도 했지만 그래도 서울이랜드가 이겼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전했다.

FC서울 선수단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함께 생활한 선수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구단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추억이 담긴 전 직장과 현 직장의 역사적인 더비를 지켜보는 입장이 사뭇 궁금했다. 이찬호 통역은 "제가 함께 했던 팀과 지금 함께 하는 팀이 맞붙는다니 개인적으로 너무 영광스러운 경기였다"라며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만약 이 통역이 여전히 FC서울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역사적인 서울 더비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패배의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찬호 통역의 이직이 신의 한 수였을 수도 있다. 서울이랜드로 직장을 옮기면서 짜릿한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이찬호 통역은 "우선 오늘 레안드로가 결승골을 넣게 돼 개인적으로 기뻤다. 경기는 선수들이 뛰지만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듯이 저도 선수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팀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 과정 속에 함께했다 생각하니 저도 너무 기뻤다"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펼쳐진 '이찬호 더비'는 현 직장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이 통역은 FC서울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이 통역은 "앞으로 이 두 팀이 모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라고 전하며 선수단과 함께 서울이랜드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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